PC 콘텐츠, TV로 즐길 수 있는 기술 ‘봇물’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하이테크산업 회생의 발판이 될 것인가.2년여 동안 추락의 길을 걸어온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업계가 불황 탈피를 위한 돌파구로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실리콘밸리가 첫 번째로 주목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인터넷 영화 서비스. 이 서비스는 그 자체로도 새로운 시장이지만 이 서비스에 필수적인 초고속인터넷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가 초고속인터넷 수요를 부추기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그 결과 미국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최근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영화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MGM스튜디오스, 파라마운트픽처스,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스튜디오스, 워너브라더스 등 5개 메이저 영화사들은 인터넷 영화 서비스 사이트 ‘무비링크’(www.movielink.com)를 설립했다.이 사이트는 다운로드 방식의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에 나설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PC에 저장해 두었다가 원할 때 볼 수 있어 스트리밍 방식보다 편리하고 화질도 뛰어나다. PC에는 30일간 저장되며 일단 보기 시작하면 24시간 이내에 콘텐츠가 사라지도록 해 불법복제 가능성도 없앴다.현재 미국에서는 ‘시네마나우’(www.cinemanow.com), ‘인터테이너’(www.intertainer.com) 등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조너선 태플린 인터테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약 2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회원 1인당 하루평균 420GB 분량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다음으로 가전과 컴퓨터의 결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컴퓨터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집안에 있는 TV나 오디오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화음악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실감나게 즐기려면 아무래도 PC보다 TV나 오디오가 제격이기 때문이다.지난 9월23~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지털 할리우드’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네트워크화된 가정’이란 섹션에서 인텔, 모토롤러, 마이크로소프트(MS) 관계자들이 PC의 콘텐츠를 TV나 오디오로 즐기도록 해주는 기술을 소개했다.또 피닉스 테크놀로지스는 인터액추얼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퍼스트뷰 커넥트’란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술은 DVD를 기반으로 TV 화면을 통해 PC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도 인터넷 영화 서비스를 ‘제2의 VCR’로 기대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화시장을 죽일 것으로 예상했던 VCR가 오히려 영화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던 역사가 여기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지난 84년 소니가 VCR를 내놓자 영화사들은 불법복제를 부추긴다며 판매금지소송을 냈었다. 할리우드는 7년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패소했지만 VCR시장이 커지면서 영화대여란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기고 번창, 예상하지 않은 이익을 챙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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