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정책유지, 미·일 연합작전 편다

올 들어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여 온 미 달러화 가치가 최근 들어서는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까지 추세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없으나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차별화(Decoupling)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래도 요즘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예측기관별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으나 내년까지 미 달러화 가치는 최근의 차별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올 하반기 들어 환율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각국의 경제여건을 보면 무엇보다 세계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기가 불투명하다. 미국경기는 올 1/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으나 과거와 달리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만약 주가하락 국면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지 재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연초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올해 미국경제성장률이 3%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내년에도 3%는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재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은 내년에 미국경제성장률이 2.0% 수준까지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어 우려된다.미국발 악재로 모처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경제가 다시 비상이 걸리고 있다. 앞으로 주가하락과 미국경기가 재둔화될 경우 일본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대책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과 같은 엔고는 수출회복 덕택에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일본경기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아직까지 유럽경제는 미국과 일본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당초 예상보다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자체적인 성장동인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6월 프랑스 총선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데다 9월 독일 총선에서 좌파인 슈뢰더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긴 했으나 세력이 많이 약화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로랜드 내에서는 우파세력들의 입김이 강해질게 확실시된다.결국 미국경제는 앞으로 어렵더라도 일본경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반면, 미국경제는 유럽경제에 비해 어려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예상대로 4/4분기에 진입하고 난 이후부터 미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유로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정책적으로도 일본은 당면한 디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저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외국자금을 끌어들여 증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강한 달러화 정책을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이후 미국과 일본이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쉽게 협조개입이 이뤄진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앞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은 유로화 가치가 어디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0.97~0.98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달러/유로 환율은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1유로=1달러’의 등가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내년 ‘1유로=1.2달러’상승 예상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됨에 따라 현재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중에서 역외국으로 남아 있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조만간 유로랜드에 가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유로화 가치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내년에는 1유로=1.2달러 선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유로화와 함께 올 남은 기간과 내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통화가 바로 중국 위안화 가치다. 지난 94년 이후 중국의 환율제도는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하는통화위원회(Currency Boardㆍ일종의 고정환율제) 제도를 유지해 왔다.문제는 올 들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실질적인 원년을 맞아 이 제도의 유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WTO 가입에 따라 하루하루 변하는 외환수급을 환율로 잡아주지 못함에 따라 통화증가와 물가상승 등 내부적으로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올 들어 중국의 통화정책 관련자들이 수시로 현 환율제도를 복수바스켓 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든가, 차제에 아예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든가 하는 발언이 부쩍 많았던 것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점칠 수 없으나 언젠가는 중국의 통화위원회 제도가 포기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앞으로 중국의 통화위원회 제도가 포기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에서는 막대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가 현 중국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을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는 절하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물론 이런 시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 풍부한 외환사정을 감안하면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정부가 당면한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경우 헤지펀드와 같은 국제투기자본으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앞으로 원/달러 환율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하나는 엔/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 들어 엔/달러 환율 하락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원/엔 동조화 추세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엔/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다른 하나는 외화수급사정이다. 일단 경상거래 측면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에는 흑자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망기관의 경우 2003년 들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목된다.자본거래 측면에서도 대통령선거 이후 정책변경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신규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결국 기업들이 보유 달러화를 내놓지 않는다면 외환수급상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될 여지는 적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1,200원대 이상의 현 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후 원/달러 환율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다음 얼마나 빨리 이전 정부의 후유증을 처리하고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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