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장난감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정동욱씨는 얼마 전 캐나다에서 장난감 장갑차를 수입했다. 이 제품은 컴퓨터 키보드로 무선 조정할 수 있고, 제품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비친 화면을 컴퓨터 모니터에서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더구나 적외선 센서가 달려 다른 탱크들과 모의 전투가 가능한 최첨단 장난감이다.하지만 정씨는 제품을 받아보고 기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캐나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으로 수출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었기 때문. 정사장은 “이미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첨단장난감들은 국내 중소IT업체들이 만들고 있음에도 주변의 냉소적인 시각으로 활발한 편은 아니다”고 꼬집었다.미국 완구 벤처업체 크리처봇은 최근 인공지능 장난감 ‘알파’를 개발했다. 이 ‘친구’는 외계인 모양의 캐릭터에 7세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고 내부에 초소형 PC가 내장돼 있다. 명령만 내리면 가전제품들을 작동시키고, 스스로 인터넷도 검색도 하는 인공지능형 로봇장난감이다.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제품 역시 국내에서 개발됐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의 도널드 딕슨 사장은 “3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인 기술자들과 이 제품을 개발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과 캐릭터산업의 성장성을 본다면 한국은 첨단장난감의 메카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아쉬워했다.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장난감이 이미 차세대 첨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IT,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들이 장난감에 적극 활용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장난감산업을 21세기 키워드 산업으로 지목하고 나섰다.미국 경제주간지 는 최근호에서 “장난감산업이 인공지능, 무선통신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존 하이테크산업의 촉매제로 작용한다”며 “첨단산업의 미래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난감에 있다”고 보도했다.미항공우주국(NASA)이 화성탐사 모의 실험에 레고의 인공지능장난감 ‘마인드 스톰’을 이용한 사실은 첨단장난감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99년 소니가 출시한 로봇 애완견 ‘아이보’는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제는 실제 애완견들이 아이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21세기 엔터테인먼트산업에도 장난감이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세계 장난감마니아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건담’의 제조사 반다이는 장난감제조업체라기보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회사로 불린다. 건담캐릭터들을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겼던 무선조종(RC)모델은 미니카와 만나면서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완구업체 토미사가 출시한 2만원대 초소형 RC 장난감 ‘비트차지’는 이미 일본시장에서만 100만대 이상이 팔렸다.하지만 국내 완구업체들의 현실은 척박하다. 대부분의 국내 완구업체들이 영세하고, 봉제인형이나 플라스틱 모형장난감을 만드는 업체들은 이미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줄줄이 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자료(그래프 참조)에 따르면 완구의 수출입 격차도 크게 줄어들어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장난감 수입이 수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8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내 완구생산업체들 중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완구조합협회의 김운식 부장은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영세해 제품개발보다 수입에 급급하다”며 “국내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첨단장난감과 토종 캐릭터 완구 개발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이에 반해 첨단완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국내 디지털완구업체 토이트론은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소형 디지털 장난감 ‘말하는 펭귄 포포’를 출시, 두 달 만에 10만대를 팔았다. 국내 최대 완구업체 지나월드도 지난 9월 타이거일렉트로닉사에서 수입한 1만원대의 초소형 로봇장난감 마이크로팻을 출시해 현재 1만7,000대의 공급물량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장난감유통업체 인츠토이는 지난해 가을 50만원대의 로봇애완견 아이로보를 국내에 선보여 1만여대를 팔았다. 유아용품도 마찬가지다. 거평프레야타운에 위치한 국내 최대 장난감매장 토이랜드 관계자는 “유아용 장난감도 단순한 기능을 갖추거나 단조로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며 “아이들보다 실제 고객인 ‘엄마’들이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국내 장난감시장에 부는 캐릭터 바람도 거세다. 헬로키티, 포켓몬스터, 마시마로 등은 지난해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 캐릭터 완구의 잠재력을 보여줬다.특히 마시마로의 경우 토종 캐릭터로 캐릭터 완구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나월드 관계자는 “인기를 끌고 있는 봉제인형의 경우 1위부터 10위까지는 애니메이션이나 테마를 가진 캐릭터 제품들이 차지한다”며 “바비인형이나 테디베어 등 명품 캐릭터 인형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삼성경제의 심상민 연구원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이들에게 고가의 장난감을 사주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싱글족과 키덜트족들이 느는 것도 첨단 장난감이나 캐릭터 장난감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