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상품 내놓고 밤잠 못이루기 예사...금융상품 마케팅 부각으로 '귀하신몸'

박카스는 40년 동안 135억병이 팔려 동아제약에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주었다. 박카스 없는 동아제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초코파이 없는 동양제과는? 신라면이 없는 농심은?대형 히트상품은 이렇게 회사 자체, 또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제조업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 하지만 금융권에는 선뜻 내세울 만한 장수 히트상품을 찾기가 어렵다. 83년 처음 등장했던 마이너스통장 정도가 이런 히트상품의 대열에 낀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모든 은행에서 취급, 보통명사가 돼버려 파워브랜드로는 성장하지 못했다.금융상품에도 ‘명품’등장 가능성이런 금융계에서도 뒤늦게 상품개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이창식 부장은 “경영진들이 ‘이제는 상품이 곧 회사 전략’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상품개발 및 마케팅 부서의 규모도 커지고 위상도 높아지는 추세다. 대접이 달라진 것이다.하지만 형체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게 금융상품이니 비슷해 보이는 것 중에서도 뭔가 다르고, 그래서 고객의 마음 한쪽을 확실히 끌어당길 수 있는 신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장해주고, 이목도 집중되는 등 대접은 좋지만 신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품개발자들은 높아진 기대에 부응할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느 금융사나 비슷하다. 영업점에서 접수되는 고객불만이나 직접 판매하는 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에 들어간다.제도와 법규, 전산시스템 및 회사 전체 리스크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검증을 받고 나면 하나의 상품이 탄생한다. 한편 경쟁사에서 나오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인기를 끄는 게 있으면 재빨리 비슷한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최근 히트작들이 국민은행 ‘캥거루 통장’, 우리은행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 한투증권 ‘부자아빠 펀드’, 조흥은행 ‘MSS신용대출’ 등이다. 전체 상품 경향으로 보면 맞춤형 상품 등이 인기를 끈 편이다. 또 증시침체 때문에 투신권 상품이 부진했던 반면, 은행 상품들이 약진했다.그럼 앞으로는 어떤 상품이 각광을 받게 될까.우리은행 개인상품개발팀은 이제 모든 특정계층에 특화한 상품의 시대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잘한 상품 여러 개 내놓는 것보다 제대로 된 상품 하나 만들어 많이 파는 게 훨씬 낫다는 주장도 있다.한편 한국투자신탁증권 권오경 소장은 “노령화사회로 가고 있으므로 실버 관련 상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의 흐름이나 추세에 대한 관심이 바로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흥은행 상품개발팀 진귀봉 부장은 “실버상품이 시장성을 얻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전했다.2년 전에 장년층을 대상으로 주택 가치를 계산해 이를 미리 연금으로 지급받는 상품을 만들어본 적이 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던 경험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산을 손에 꼭 쥐고 있어야만 안심을 하니까 이런 상품은 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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