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단풍’…내장사엔 스트레스 없다

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전북 정읍시는 단풍 명산 내장산을 품고 있어 가을철이면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또 갑오동학혁명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며 연대 미상의 백제가요인 ‘정읍사’를 탄생시킨 고장이기도 하다. 감춘 것 많다고 해서 내장산.온통 핏빛으로 물든 단풍나무터널을 지나 내장산(763.2m) 가는 길. 거기에는 길 떠난 나그네를 기다리는 백제 여인의 기다림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노래가락들로 남아 있다.정읍시가지를 거쳐 내장사에 이르면 시야를 막아서는 봉우리들. 장군봉, 연자봉, 문필봉, 신선봉, 까지봉 등등 아홉 봉우리가 금선계곡과 원적계곡을 감싸고 있는 곳이 바로 내장산국립공원이다.전남 장성 백암산과 더불어 남금강이라 불리기도 했던 내장산의 가을은 온통 단풍의 바다이다. 내장산에 자생하는 단풍나무는 30여종. 이 나무들이 내는 색깔은 무려 40여 가지에 이르니 그 현란한 색채는 가히 대자연의 걸작이다.내장사는 원래 백제 무왕 37년(636) 영은조사가 영은사로 창건했으며, 이때의 산이름은 내장산이 아니라 영은산이었다. 내장사 진입로의 단풍터널은 사람들을 압도한다. 내장산 입구 매표소 왼쪽 계곡에는 높이 20여m 가량의 도덕폭포가 있으며, 내장사 위쪽 협곡에 있는 금선폭포와 더불어 타오르는 단풍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내장산 단풍은 연자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상의 전망대에서 굽어보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 모습을 즐기는 것도 환상적이다.내장산 산행은 내장저수지 옆에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산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단풍잎들이 반가움으로 가득 찬 손길을 내민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되며 군데군데에서 거친 숨을 가다듬어야 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능선에서는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미리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1시간 남짓 오르면 왼쪽에 우뚝 솟아있는 서래봉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계속 발길을 재촉, 30분 정도 가면 능선에 이른다. 능선에 서면 내장사 계곡쪽의 단풍이 한눈에 들어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호남고속도로 태인나들목과 가까운 태인면의 피향정은 신라 때 태산현 군수를 지낸 문장가 최치원의 발자취가 어린 정자이다. 호남 제일의 정자라는 칭송이 따라다니는 피향정(보물 제289호)은 30번 국도 상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정자 앞뒤로 상ㆍ하연지가 있어 아름다운 경승지였으나 오늘날 와서는 상연지는 메워져 길이 되었고, 하연지만 남아 여름철이면 연꽃이 피어나 방문객들의 가슴을 산뜻하게 정화시킨다.단아한 무성서원 둘러보는 것도 ‘재미’잠시 피향정 주위를 돌며 숨을 고른 다음 가볼 곳은 산외면의 김동수고가(중요민속자료 제26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정읍버스터미널에서 산외면 방면 버스를 타고 칠보면소재지를 지나 산외면 직전의 신배마을에서 내린다.여기서 길을 건너 논길 사이로 600m 가량 들어가면 다리 건너에 김동수고가가 나온다. 18세기 후반인 1784년에 지어졌다. 오늘날 보는 모습도 옛날 지어진 모습 그대로이다. 양반집의 위엄보다 알뜰한 살림살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간미 가득한 집이다.다시 칠보면 소재지로 돌아와서 무성리로 들어가면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이 답사객들을 반긴다. 신라 말의 유현인 고운 최치원과 조선 중종 때 태인현감이던 신잠을 향사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또 정극인, 송세림, 정언충, 김약묵, 김관 등의 유현도 함께 배향하고 있다. 대원군이 전국에 산재한 서원을 철폐할 때도 화를 면한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이다. 비각, 현가루, 강당, 태산사 등의 건물이 남아있다. 안동의 도산서원 같은 위세는 없지만 오랜 세월의 향기가 물씬 배어나는 단아한 규모의 사원임에는 틀림없다.무성서원과 가까운 백암리의 원백암마을에는 당산나무, 남근석, 돌장승이 있어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답사여행에 즐거운 쉼표를 제공한다. 원백암마을 당산나무와 돌장승은 마을입구가 허한 기운을 보충해주기 위해서 심은 것이다.물론 다른 지방의 장승처럼 액운을 막고 활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구실도 하고 있다. 남근석은 크기가 1.3m 가량 되며, 조선 숙종 때 정삼품 벼슬을 지낸 박잉걸이라는 사람이 마을의 음기를 다스리고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맛집 무성식당토종메기+시래기 ‘환상 만남’전국에 메기매운탕이 많다고는 하나 칠보면의 무성식당만큼 맛난 집도 드물다. 태인에서 칠보댐 방면으로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칠보면소재지가 나온다. 무성서원으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무성식당이 자리한다.낡고 초라한 건물이 이 집의 내력을 대변해준다. 개업한 지 30여년을 헤아린다.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며느리 이영순씨(45)가 현재 무성식당 맛을 이어가고 있다. 토종 메기를 재료로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이 집의 맛은 우거지가 살려낸다.해마다 가을이면 엄청난 양의 무청으로 우거지를 만들어 1년 내내 사용한다. 메기살의 고소함, 시래기 섬유질의 단맛, 된장의 구수한 맛이 삼박자를 잘 맞추고 있다. 이래서 미식가들은 정읍을 지나칠라치면 일부러라도 이 집을 찾는다.점심시간에는 전주 등지에서 온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방이 8개, 1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사용 불가. 주차장 도로변에 20대 수용. (칠보면·메기매운탕·063-534-3506)◆ 여행메모(지역번호 063):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읍행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숙박시설은 내장산관광호텔(내장동ㆍ538-4131), 금오호텔(수성동ㆍ532-8881), 백제호텔(시기동ㆍ537-2222), 이화장(수성동ㆍ532-0020), 알프스장(상동ㆍ532-5995), 산정모텔(태인면ㆍ534-4222) 등.맛집은 삼일회관(내장동ㆍ산채정식, 538-8131), 한일회관(내장동ㆍ산채정식ㆍ538-2546), 산내매운탕(산내면ㆍ민물매운탕, 532-4067), 청학동쌈밥(북면ㆍ쌈밥ㆍ535-4089) 등. 기타 문의 정읍시청 교통관광과 관광기획담당(530-7224), 총무과 공보담당(530-7221), 정읍시청 종합안내소(535-5141), 내장산 탐방안내소(538-7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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