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캐릭터 장난감, 외제와 한판승부 ‘후끈’

캐릭터 봉제인형 '머피' , 해외에서 주문요청 쇄도...토종캐릭터 선전도 완구업체에 '단비'

지난해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캐릭터는 무엇일까. 올해 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인기 캐릭터 베스트10’에 따르면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일본 반다이사의 ‘포켓몬스터’와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푸우’를 큰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한 대학생의 인터넷플래시로 우연히 탄생한 이 캐릭터는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3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씨엘코엔터테인먼트사는 마시마로의 캐릭터산업 대행권을 가지면서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정품만 1,000만개가 팔려나갔을 정도다.지난 10월9일 산업자원부가 2002년 세계일류품목을 발표할 때 눈에 띄는 제품이 있었다. 다름 아닌 완구제조업체 오로라월드가 생산한 캐릭터 봉제인형. 이 회사는 현재 가장 실감나는 캐릭터로 미국 봉제인형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지난 3월 자체 개발한 캐릭터 ‘머피’를 국내에 선보인 이후 9월 한 달 동안 3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고, 창고에 재고물량이 없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미 홍콩, 대만 등 해외에서도 주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캐릭터완구로 시장개척최근 국내 완구시장의 돌파구로 캐릭터완구가 떠오르고 있다. 캐릭터산업은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린다.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가방, 필기구까지 하나의 캐릭터 성공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의 경우 비디오게임, 캐릭터 관련 상품만 전세계 10억달러 가량 판매됐다. 원산지인 일본에서의 열풍은 말할 것도 없고, 포켓몬스터가 조성한 세계시장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이렇게 포켓몬스터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산업 중심에 완구회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포켓몬스터 기획단계부터 완구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 캐릭터 완구개발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지난해 미국시장에 수출돼 화제를 모은 3D애니메이션 큐빅스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국내 40여개 업체들과 계약, 국내에 캐릭터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다. 관련 제품 종류가 100여종에 이르고 라이선스로 받는 수익만 출고가의 10% 내외.이성중 캐릭터사업부 대리는 “애니메이션 기획 초기부터 캐릭터완구 컨셉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완구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그림의 떡’. 일반적으로 20분짜리 방송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소용되는 비용은 1억원. 2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단편을 제작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이다.마시마로의 성공은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을 타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준다. ‘만화영화 주인공은 인기 캐릭터완구’란 공식을 과감히 뒤집은 것.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란 새로운 캐릭터 창출 통로를 열어 줬다. 기존 영세한 캐릭터완구업체에 세계 1위의 국내 초고속망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 저비용으로 인기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최근 토종 캐릭터의 ‘선전’도 캐릭터완구업계에 ‘단비’와 같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캐릭터시장에서 ‘마시마로’ ‘졸라맨’ ‘우비소년’ 등 토종 캐릭터가 전체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이는 수입 캐릭터에 밀려 10% 내외를 기록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이들 캐릭터는 확실히 ‘태권브이’ ‘둘리’ ‘용가리’ 등으로 이어지는 토종 캐릭터 계보와 다른 면모를 보여 줬다. 과거 토종 캐릭터의 수요층이 10대 이하였던 것에 비해 마시마로나 졸라맨 등은 10~40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사실 국내 캐릭터산업의 역사는 외국에 비해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이는 무엇보다 외국에 비해 캐릭터완구산업의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미국 마텔사의 바비인형의 경우 59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테디베어는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국내 본격적인 캐릭터완구제품은 88년 올림픽 마스코트로 제작된 ‘호돌이’를 들 수 있다. 그후 ‘둘리’가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캐릭터산업이 본궤도에 올랐다.역사가 짧은 만큼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실제 마시마로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캐릭터판매권 관련 소송에 휩싸였다. 실제 정품 마시마로가 출시되기도 전에 버젓이 남대문 리어카에서 중국산 마시마로가 팔려나갔다. 중국에서 들어온 ‘가짜’들이 1,000만개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내다봤다.이렇듯 가짜가 활성화되면 인기 캐릭터 상품들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 사무국장은 “봉제인형의 경우 대부분 중국에서 불법복제품이 들어오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세관이나 정부에서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INTERVIEW/ 박찬 영화컴퓨터그래픽 아트디렉터“바비인형 의상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죠”“800여개의 바비 인형을 모았습니다.”영화 컴퓨터그래픽 아트디렉터 박찬씨. 그는 수집에 그치지 않고 직접 의상을 디자인하기까지 한다. 중앙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컴퓨터그래픽 작업과 프로그램 개발을 해 왔다.박씨가 지난 96년 미국에서 일을 할 무렵 벼룩시장에서 1~2달러를 주고 바비인형을 처음 산 후 바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보유하고 있는 바비인형들 중 70만원짜리도 있어요. 2000년에는 캐나다 등 외국에 있는 친구들을 통해 바비인형을 수입, 판매하는 바비쇼핑몰을 운영했습니다. 물론 이도 바비 구입비 마련을 위한 수단이었죠.”바비인형과 인형옷을 하나둘씩 사 모으던 어느날, 박씨는 자신의 옷을 이용해 바비의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바비 의상디자인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가 한 달에 만드는 바비옷은 평균 1~2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오트쿠튀르(디자이너의 맞춤복) 의상을 주로 디자인하기 때문이다.그는 미국 패션잡지 의 바비 전문잡지 가 주최한 ‘바비 의상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았다. 또 미국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와 제휴해 바비의상 한 벌당 80만~90만원을 받고 25여벌을 팔기도 했다. 11월부터는 서울 옥션을 통해 바비옷을 판매할 계획이다.“그 사람에게만 어울리는 옷이 있지요? 인형도 마찬가지예요. 자세히 보면 각 인형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 인형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머리모양, 메이크업을 찾아주고 있어요. 바비의상을 외국에 선보이며 한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박씨가 디자인한 바비 의상은 그의 홈페이지(gagbarbie.hompy.com)에서 감상할 수 있다.인형옷만 만들기에는 아까운 실력이라는 의견을 많이 들어온 그는 바비 의상 포트폴리오를 들고 이탈리아 디자인학교로 의상디자인을 공부하러 갈 계획이다.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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