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점포 제품 브랜드화 … 미식가 ‘유혹’

연중무휴에다 잠시도 쉬지 않고 24시간 장사하는 편의점들이 갖고 있는 최대의 고객흡인력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뛰어난 편의성에 있다. 아무 때나 찾아가기만 하면 먹을거리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상품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납부 등 잡다한 일 처리도 끝낼 수 있으니 편의점은 현대생활의 오아시스라 해도 크게 과장된 말이 아니다.일본의 편의점들이 갖고 있는 여러 기능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먹을거리 창고다. 한국과 달리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샐러리맨과 직장여성의 상당수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저녁시간이나 한밤중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나선 20대 전후의 젊은이들로 편의점 먹을거리 코너는 이른 새벽까지 붐빈다.편의점에서 차지하는 먹을거리 매출비중이 업체마다 최소한 30%를 넘다 보니 바이어들은 어떤 새로운 식품으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잡아끌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가격인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지난해 말, 각 편의점업체들은 신선식품, 도시락 등의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에 온 신경을 쏟았다.지난봄부터는 무공해, 환경친화 열풍이 불어닥쳐 세븐일레븐이 화학조미료를 넣은 도시락 등의 신선식품을 진열대에서 치웠는가 하면 로손은 아예 유기ㆍ무공해식품만을 취급하는 전문편의점을 따로 냈다.식품분야에서 두드러진 편의점들의 최근 경쟁은 고가격 인스턴트면을 둘러싼 신상품 개발 싸움으로 압축된다. 라면, 우동 등 일본 편의점들의 즉석면 진열대를 장악해 온 제품들 중 종전보다 훨씬 가격을 올리고 고품질화한 신상품을 앞세워 저마다 고객확보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편의점들 디플레이션 정면 돌파 위해 기획고가격ㆍ고품질 인스턴트면의 핵심은 무엇보다 ‘라면’이다. 라면이라 해도 대형식품회사들이 대량으로 만들어낸 규격화된 제품이 아니고, 특정지역 유명 점포의 이름을 따 만든 것들이다.예컨대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50년 이상 장사해 온 점포의 이름을 앞세워 ‘A시 B집 C씨’의 라면이라는 식으로 파는 제품이다. 물론 유명 점포의 이름과 주인의 자존심이 걸린 이상 이들 제품은 허술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맛과 품질을 자신한다며 해당 점포의 주인이 보증하는 이상 대량생산되는 일반 제품보다 까다롭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직접 가서 먹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파는 제품으로 맛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유명 점포 주인의 손맛을 강조하는 이들 면류는 일반제품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로손이 10월15일부터 348엔짜리 컵라면을 신제품으로 내놓은 데 이어 패밀리마트, ampm 등의 대형업체 모두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제품으로 맞서고 있다. 편의점업체마다 10종 안팎에 이르는 이들 고가격ㆍ고품질 라면은 특정지역 유명 점포의 이름을 앞세운데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맛의 차별화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이에 따라 일본시장에서 인스턴트식품의 간판상품으로 꼽혀온 라면은 이제 대량생산 제품과 이들 소량, 다품종의 고가ㆍ고품질 제품으로 판로가 양분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동, 만두, 주먹밥 등 청소년과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부분의 즉석 먹을거리에서도 이러한 가격차별화 움직임이 엿보인다.편의점들이 고가ㆍ고품질 즉석식품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디플레이션과의 정면승부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초장기불황으로 어차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이상 돈을 쓸 만한 상류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것이다.이는 편의점의 핵심고객층이 10~30대라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초고가 서구 유명 브랜드 제품을 극성스럽게 선호하는 계층이 이들 연령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먹을거리에서도 ‘나만의 미각’을 찾으려는 고소득 소비층은 얼마든지 숨어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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