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보수경영’선언… 이미지 변신 나섰다

회사명 . CI교체 등 획기적 변신 프로젝트 추진...재계, 성공여부 . 변화폭에 주목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잡은 35층짜리 초현대식 동부금융센터. 이곳 거리의 색깔을 담아내는 노랑머리와 자율복장을 한 직원들은 언제쯤 등장할까.‘보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동부그룹은 내년 하반기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말끔히 벗어나는 모종의 브랜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가 재계 13위임에도 하위 그룹들보다 대국민 인지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며 “예전의 이미지를 싹 바꿀 획기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귀띔했다.물론 이는 김준기 동부 회장(사진)의 재가를 얻어 진행 중이어서 ‘김회장의 탈보수 이미지 전략’과도 맞물린다. 재계는 동부가 CI는 물론 사명을 바꾸고 마케팅비용을 크게 늘려 대대적인 광고로 1단계 탈이미지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김회장의 짙은 보수성향을 감안하면 사명과 CI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자율복장 및 헤어스타일은 2세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3~4년 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동부 속사정을 잘 아는 재계사람들의 얘기다.이는 기존의 동부문화를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계가 이번 동부의 변신노력을 예전과 다르게 보는 데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김회장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2세인 김남호씨(27)가 경영일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재계 관계자는 “김회장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아들 때문일 것”이라며 이번 변신노력을 대권승계를 위한 전초전으로 분석했다.IMF 때 떠난 우수인력도 재영입 나서김회장은 지난 8월 통합사장단회의에서 “앞으로 후계 CEO 양성과 우수인재 확보 여부를 사장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회장은 “변화는 최일선의 CEO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인데 왜 나를 교육 대상 명단에서 뺐느냐”며 임원들을 나무랐다고 한다.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임원들에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자신이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회장은 또 “IMF 직후 회사를 떠났던 우수인력을 파악해 가능하면 다시 데려오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김회장은 지난 9월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강릉 등 강원도 지역을 돌아봤다. 당시 재계는 물론 동부사람들마저 김회장이 재계순위를 감안, 수재의연금으로 2억~3억원 정도를 낼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김회장은 사재로 20억원의 성금을 선뜻 내놓았다.이러자 동부는 물론 재계에서 “김회장이 많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는 얘기들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10월 김회장이 1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장학사업에 기증하기로 하자 “(김회장이) 사회공익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동부측은 재빨리 해석했다. 이번에 김회장이 내놓은 재산은 삼성 이건희장학재단의 5,000억원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장학기금으로는 재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물론 이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꽤 있다. 예컨대 ‘아들 남호씨에 대한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이니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전초전’이니 하는 식으로 추측하는 이들이 적잖기 때문이다.이렇게 보는 데는 최근 동부그룹에 대한 남호씨의 지분이 조금씩 높아진데다 김회장이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함에 따라 동부화재의 최대주주가 남호씨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식기부로 동부화재에 대한 김회장의 지분은 12.1%로 줄었고, 아들 남호씨는 14.06%로 높아졌다.이에 대해 동부측은 “괜한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김회장도 이 같은 추측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남호씨에 대해선 “올해 초 전방부대에서 제대 후 외국 컨설팅회사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일정기간 수업을 마치면 다시 외국유학을 갈 것으로 안다”고 말해 적어도 수년 내에 그룹에 들어오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내비쳤다.어쨌든 동부에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김회장의 심경변화에서 시작됐든, 그룹의 브랜드 가치 높이기 전략에서 시작됐든 내년에는 변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질 것으로 보여 성공 여부와 함께 변화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 재계사람들은 자못 궁금해 하고 있다.돋보기 / 동부는 삼성퇴직임원의 ‘사랑방’인가주요핵심보직에 ‘삼성맨’들 대거 포진동부그룹에 삼성맨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초 설립된 (주)동부의 이명환 부회장은 삼성코닝(이사), 삼성비서실(상무), 삼성SDS(사장) 등을 거친 삼성맨. 이부회장은 이곳에서 그룹의 인력 및 조직시스템, 신사업기획, 브랜드관리를 총괄한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의 시스템이 동부에 이식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이 얘기가 어느 정도 신빙성을 얻고 있는 것은 이부회장말고도 삼성맨이 많기 때문이다. 이부회장을 보좌하는 허소길 시스템컨설팅 팀장(전무)은 삼성전자, 에스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따라서 재계는 이부회장과 허전무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와 함께 동부화재는 삼성생명 출신 인사 3명을 상무보로 데려왔다. 삼성생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장인수씨를 경영기획 담당 상무보로,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으로 삼성생명을 떠났던 오영훈씨와 정대영씨를 각각 마케팅, 상품개발담당 상무보로 앉혔다. 이에 앞서 동부생명은 지난해 삼성생명에서 계리인으로 활동했던 권영한 상무를 전무로 영입, 경영지원실을 맡겼다.이와 관련, 동부 관계자는 “삼성 출신들은 해당 분야에서 폭넓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능력이 탁월해 회사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어느 회사소속이든 우수인력을 계속 영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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