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수요 다양화…전문화 변신 맞춤서비스

VIP회원의 경우 5회 소개에 100만원 선...최근 20대 자발적 참여 증가추세

결혼중매시장에 전문화 및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매칭시스템이 전문화되면서 미혼남녀 연결시스템이 주식시장을 방불케 하는가 하면 과거 미혼이란 단일항목에서 최근에는 회원들의 나이나 능력에 따라 초혼, 재혼, 만혼, 명문가, 보보스, 레포츠 등 세부적인 카테고리로 나뉘고 있다. 결혼중매시장이 좋은 사람들간 만남의 장에서 ‘맞춤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VIP회원 입맛 까다로워이에 따라 결혼중매업체들의 회원가입절차는 여느 대기업들의 입사지원만큼이나 복잡해졌다. 가입신청서 2~3장에 걸쳐 직장, 연봉, 자가용 소유 여부는 물론 집안 재산, 시부모 동거 여부, 음주량, 자기소개 등을 세세하게 밝히도록 한다.결혼정보업체에서 최근 주목받는 이들은 이른바 VIP그룹. 선우의 ‘명문가그룹’ 남성회원 자격요건은 △본인 연봉 1억원 이상 △부모재산 30억원 이상 △형제자매가 서울 명문대 출신 △부모가 3급 이상 공무원인 경우 △준수한 외모 중 3가지 이상 갖춰야 가입이 가능하다. 전체회원 중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명문가 자녀들, 전문직 종사자, 외국계 회사 임원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선우측의 설명.가격도 일반회원 가입비가 7~10회 소개에 70만원대인 반면, 이 그룹은 5회에 1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선우의 명문가그룹 전혜선 커플매니저는 “주위 이야기를 듣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며 “가입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회원들의 입맛도 각양각색”이라고 밝혔다.실제 많게는 20번 이상을 만나는 경우나 부모가 서울대-이화여대 커플인 경우는 자녀들 역시 서울대나 이화여대 출신의 배우자를 원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고급중매시장이 커지면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결혼정보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실정. 유학생 전문 결혼정보업체 퍼플스, 전문직 전문 결혼정보업체 예원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이처럼 결혼중매시장이 전문화 및 고급화로 바뀌면서 다양한 만남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는 남자들이 자신의 연봉을 밝히는 것도 예사. 스키장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스키미팅’, 여비서와 엘리트 남성이 함께하는 ‘비즈니스 미팅’, 여성이 남성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꽃 미남 헌팅’ 등. 소그룹 미팅의 경우 8명 정도이지만 대형 이벤트의 경우 300~400명이 참가할 정도로 회원들이 적극적이라고 한다.연말에는 여성, 연초에는 남성들이 즐겨 찾아요즘 결혼만남을 위한 ‘사이버 홍보족’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전문화 및 고급화를 반영한 현상이다. 때문에 결혼정보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원들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듀오의 경우 전체회원의 90% 이상이 인터넷 회원으로 등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자신이 공개한 만큼 상대방의 정보도 볼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자신의 사진을 공개해야 상대방의 사진도 볼 수 있다. 마음에 든다면 즉시 ‘매매계약’도 가능하다. 온라인을 통해 쪽지, e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최근 결혼정보업체에 재미있는 특징은 연말에는 여자들이, 연초에는 남자들이 많이 찾는 것. 연말에는 여자들이 더 이상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찾고, 연초에는 남성들이 나름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많이 찾는다고 한다.또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사람들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직업보다 안정된 직업을 원한다. 선우의 전커플매니저는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회원의 경우 사귀는 도중에 헤어지는 예가 많다”며 “최근에는 결혼 전이라도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라고 밝혔다.이렇게 결혼정보업체가 양성화되면서 젊은 직장인들의 결혼관도 바꿔 놓고 있다. 20대 후반 결혼적령기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맞선’이 20대 초·중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최근에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도 ‘오죽했으면’에서 ‘결혼은 투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결혼정보회사 듀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시즌에 비해 젊은 남녀들의 자발적인 등록도 증가했다”고 밝혔다.돋보기 / 베스트 신랑·신부감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성격이 최고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가을 베스트 신랑ㆍ신부감은 ‘전문직 종사자에 털털하고 인간적인 성격, 3,650만원의 연봉, 177㎝, 71.1㎏, 헤어스타일은 짧은 커트’의 남성, ‘교사에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 2,300만원의 연봉, 164㎝, 50.5㎏, 긴 생머리 스타일’의 여성으로 나타났다.남성의 경우는 지난해 1위를 차지한 대기업 사원에서 올해는 전문직 종사자로 바뀌었고, 여성의 경우는 교사가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자교사의 경우 5위를 차지해 여자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다.배우자 선택시 고려사항으로는 남성들은 성격을, 여성들은 경제력을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여성회원들 역시 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경제력’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성격을 먼저 내세우는 남자들도 결정의 순간에는 외모를 본다”고 밝혔다.한편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자사 회원 중 결혼에 성공한 커플 1,857쌍을 대상으로 역추적한 결과 10월에 만난 커플의 결혼성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월의 성공률은 7월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그래프참조).이렇게 미혼남녀들이 바빠지면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결혼정보업체. 국내 최대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형남규 부장은 “10월이나 11월의 경우 회원가입률이 다른 달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다”며 “주위에 결혼하는 친구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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