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외식업계 ‘대모’ 노린다

외식 '브랜드 다각화' . 영화 '제작 및 배급사업' 진출...롯데, CJ 등에 선전포고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실(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그룹 계열사 CEO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이렇게 참석한 6~7명의 CEO들은 이사장이 주도하는 ‘오리온그룹 CEO들의 독서토론회’ 회원이다.이들은 단순히 책에 대한 토론뿐만 아니라 오리온그룹의 신규사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 10월23일 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11개 상위기업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이사장이 생각하는 ‘위대한 기업’이란 어떤 회사일까. 이는 이사장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팽창전략’의 목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이사장은 동양제과 창업주인 이양구 선대회장의 둘째딸로 75년 동양제과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6년 만인 2000년 11월에 사장에 취임하는 등 오너라기보다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2001년 9월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남편인 담철곤 회장은 제과대표를 맡아 그룹경영을 이끌고, 이사장은 그룹의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이사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에 따라 그룹의 주력인 제과 부문을 제외한 신규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3,200여억원에서 올해 6,500여억원으로 100% 이상 오르고, 그룹 전체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40%로 높아질 전망이다. 오리온그룹측은 2005년께 주력사업이 제과업에서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먼저 베니건스로 돌풍을 일으킨 외식 분야는 베니건스 점포 확대와 신규브랜드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동양제과 내 사업부로 있던 베니건스를 신설법인 롸이즈온으로 분사한 것은 이사장이 공격경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베니건스는 현재 14개로 TGI프라이데이(19개)에 비해 덩치는 밀리고 있지만 2~3년 내에 이를 넘어선다는 계획. 지난 11월에 1개점을 더 열고, 내년 1~3월까지 매달 1개씩 잇달아 매장을 개설한 예정이다.이런 기세를 몰아 2005년까지 30~40개 정도로 늘려 규모 면에서도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베니건스는 올 9월 말까지 430억8,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체매출액은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지지만 점당 매출액은 월 평균 3억3,800만원으로 경쟁업체와 비교해 4,000만원 정도 높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유러차우’ 등 신규 외식브랜드 속속 도입브랜드 다각화에도 나서 내년 하반기에 세계적 외식체인인 ‘유러차우’(EureChow)를 들여올 예정이다. ‘유러차우’는 외식업계의 명품브랜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품 그림이 전시된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1인당 식사비용이 7만~10만원 정도의 고급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유러차우’ 개점 이후 패밀리 브랜드인 ‘차이나차우’를 들여오는 것은 물론 베니건스와 ‘유러차우’의 중간급의 브랜드도 속속 도입하는 등 고급 외식 레스토랑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영화산업도 이사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이사장은 최근 2,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이를 ‘메가박스’의 상영관 확대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오리온은 이미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로 꼽히지만 현재 1위 업체인 CJ의 CGV를 따라잡기 위해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현재 강남 코엑스몰에 동양 최대규모의 복합상영관인 메가박스는 17개관을 비롯해 씨네하우스 4개관, 메가박스 부산점 등 총 43개의 상영관(좌석수 1만3,000여석)을 운영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올해 말까지 상영관을 52개로 늘리고 향후 2005년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자해 150개까지 늘려 국내 최대 스크린 사업자로 부상한다는 플랜이다.또 지난 1월 자회사인 쇼박스를 설립해 영화제작 및 배급사업에도 진출했다. 최근에 개봉한 을 시작으로 내년에 등 10여편의 작품을 추가로 전액 또는 일부만 투자해 배급할 예정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이사장은 자회사인 (주)제미로를 통해 음반, 뮤지컬, 온라인 사업에도 진출해 엔터테인먼트사업의 다각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뮤지컬 공연 사상 최대규모인 100억원을 투자해 7개월간 장기 공연했던 (매출액 200억원)의 성공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것이 측근들이 전하는 말이다.제미로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형 뮤지컬 공연인 를 선보이는 등 기업형 공연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케이블TV 부문도 채널확대와 해외진출을 통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예정이다.미디어사업 지주회사인 (주)온미디어는 영화채널인 OCN, HBO와 만화채널인 투니버스, 바둑TV, 음악채널인 MTV 등 8개 채널을 보유 중으로 시장의 40% 정도를 점유한 상태다. 지난해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이사장은 국내 시장은 이미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했다는 판단이지만 기회만 되면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의 채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 콘텐츠를 수출해 세계적인 미디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세븐일레븐, LG25, 보광훼미리마트 등 ‘빅3’와 조이마트에 밀려 시장점유율 5위에 머물러 있는 편의점 ‘바이더웨이’도 선두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2001년 점포수 400개, 매출액이 1,400억원(순이익 5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월 말 현재 500호점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50개 정도를 더 신설할 계획이다. 오는 2005년까지 1,200개의 점포를 열어 매출액 7,000여억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정했다.마지막으로 신규사업 진출. 오리온그룹이 최근 체육복표사업권자인 스포츠토토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갔다는 것은 기회만 되면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도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분야라면 어떤 분야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이처럼 이사장과 오리온그룹이 롯데, CJ그룹 등 자금력이 막강한 경쟁회사에 맞서 공격경영을 펼치는 비결은 뭘까. 우선 경쟁업체와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의 현금동원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사채업계에서는 화교 출신인 담철곤 회장이 막대한 화교자본을 유치했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오리온측은 “1999년부터 2002년 9월 말까지 1억4,350만달러의 외자유치를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를 부인한다. 아직도 이사장이 엔터테인먼트 장악플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금동원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재계는 이사장이 국내 최대의 ‘위대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롯데, CJ 등 경쟁사들의 ‘융단폭격’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체질과 자금동원력이 열쇠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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