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좋은 TV프로그램을 만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NBC의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안다. 인재를 육성하고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다.” (잭 웰치 GE 전 회장)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GE. 이곳 출신들은 ‘GE’라는 단어 하나를 자신의 이력서에 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여긴다. 미국 경영자시장에서는 GE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은 GE의 사내 경영연수원 크로톤빌을 ‘아메리카주식회사의 하버드’라고 보도할 정도다.국내에도 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기업들이 있다. 최근 디지털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핵심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지만 이들은 한결 느긋하다. 오히려 사내 혹독한 훈련과정을 통해서 양성된 우수인재들의 유출을 방지하기에 바쁘다.국내 IT업계의 산파로 불리는 한국IBM, 마케팅사관학교 한국P&G, 한국 유통인맥의 중심 신세계백화점, 보험업계의 인재창구 푸르덴셜, 제약업계의 파워 컴퍼니 한국얀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신입사원 채용시 별다른 모집공고를 하지 않아도 이들 회사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몰리고, 직원들 역시 자부심으로 가득하다.신입사원 채용경쟁률도 매우 높아 한국얀센의 경우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뽑는데 해마다 200대1에 이르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대표적인 3D업종으로 알려진 데 비해 엄청난 경쟁률인 셈. 한국P&G의 경우도 채용시험의 평균경쟁률은 200대1이나 300대1, 간혹 1,000대1을 넘는 경우도 있다.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기업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업계 선발주자라는 점이다. 한국IBM이 국내 IT업계의 산파라 불리는 데는 먼저 국내 진출 35년이라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컴퓨팅 전문기업으로 시장개척과 함께 우수 IT인력을 계속해서 배출해낸 것이다.높은 자긍심으로 퇴직 후에도 뭉쳐둘째, 회사에 대해서 사원들의 높은 자긍심이다. 벤처캐피털의 산파라 불리는 KTB네트워크는 퇴직 후에도 선후배끼리 뭉쳐 모임을 만드는 등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오세진 대리는 “퇴사자는 잠재고객”이라며 “퇴사한 후에도 유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셋째, 핵심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내 교육기관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내 연수기관이 대부분 시험장이나 휴양지로 전략하고 있지만 업계 사관학교를 자청하는 이들 기업은 사내 연수기관을 통해 핵심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유통아카데미라는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주임이나 대리급 중 15~20명을 선발해 8개월 동안 집중 교육시킨다. 아카데미 졸업을 위해서는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T.G.I.Friday’s 아카데미’ 역시 외식업계 전문인력 양성소로 소문이 나 있다. 이 아카데미는 당초 사내에 설치, 운영돼 오다 2년 전에는 10억원을 들여 지은 전용 건물로 옮겼다. T.G.I.Friday’s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에서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가 열린다.넷째, 사원들에게 높은 책임감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IBM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제 입사 3년차지만 사내에서 업무상 자신에게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은 팀장밖에 없다”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한국P&G는 신입사원에게 100만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다섯째, 핵심인력을 육성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핵심인재에 대한 정의가 기업들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핵심인력이란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 또는 향후 핵심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들을 말한다. 이런 핵심인력을 사내에서 육성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된 모습이다.소니의 경우 매년 30~40대 유망사원 20명을 선발해 사내 ‘소니대학’에서 경영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금융기업인 시티그룹의 경우 핵심인재를 주요자산으로 분류, 막대한 인력개발 투자와 엄격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도 고역량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직무순환과 경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관학교라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경쟁사들의 인력 모셔가기에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초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은 영업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적잖은 신경전을 벌인 것을 일례로 들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광 연구원은 “노동시장이 유연화되고, 우수인재의 외부영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내부인력의 육성이 상대적으로 경시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부인재의 육성에 정성을 다한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 외부 우수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있어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