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공장 연간 740만t 시멘트 생산능력 보유...2001년 매출 3,941억원 기록
최근 몇몇 일간지의 사회면에는 한 외국계 기업의 이름이 미담기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라파즈한라시멘트에서 태풍 ‘루사’로 집을 잃은 수재민에게 사원아파트 15가구를 무료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 강원도 옥계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이 회사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컨테이너에서 지내야 하는 수재민들을 위해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사원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라파즈한라시멘트는 2000년 1월 프랑스의 건축자재 전문생산업체인 라파즈그룹이 한라시멘트에 자본을 참여한 합작회사로 연간 830만t의 클링커(재가 녹아서 엉켜 생긴 덩어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라파즈그룹이 전체지분의 40% 가량을 갖고 있는 상태.1978년 설립 이래로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옥계공장과 신기공장, 광양공장을 갖춰 전국에 16개의 영업소를 둔 시멘트 전문생산기업으로 성장했다.현재 89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는 97년 10월 옥계공장에 제4호 생산라인을완공하면서 연간 740만t의 시멘트(클링커 기준 670만t)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 또 지난 5월에 인수한 삼척 신기공장은 연간 155만t의 클링커 생산이 가능하다. 전남 광양에서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래그를 원료로 사용해 슬래그 시멘트를 연간 75만t 생산할 수 있다.이 회사는 반제품인 클링커와 함께 일반 콘크리트 건축과 토목공사에 쓰이는 포틀랜드시멘트를 생산한다. 항만, 하천 등의 토목공사에 쓰이는 슬래그시멘트도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 중 하나다.생산된 제품은 전국 16개의 영업소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유일의 기업 소유 민간항인 옥계항을 통해 국제수출시장에도 생산제품을 완제품 또는 반제품 형태로 공급한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11%대를 유지하고 있다.‘지역사회와 공동발전을 추구함으로써 가치 있는 이웃으로 거듭나는 것’이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다.최근 보도된 수재민 대상 사원아파트 무상지원 역시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라파즈한라시멘트는 이와 유사한 활동으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린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 즉 해비타트(Habitat)운동과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회사가 역시 라파즈한라시멘트다. 이 행사에 2년째 참여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약 1억원 상당의 시멘트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올해도 지난 8월 950여t의 시멘트를 지원하고, 임직원들이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대형설비를 가동하는 시멘트공장은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직원들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사기 저하는 물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설비에 이상이 발견되면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바로 설비를 멈추고 점검을 할 수 있는 록아웃(Lock-Out)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 역시 이 회사가 중시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지난 10월말 몇몇 임직원들과 언론 관계자들은 광산복구전문가와 함께 유럽에 다녀왔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한다. ‘환경보전’이라는 경영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기업환경보고서인 을 발간해 생산활동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 관련 사항을 공개하고 회사의 노력을 알리는 것이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환경방침을 제정해 기업경영에서 환경 부문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환경보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광산복구다. 개발만을 강조하면 보전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유럽 광산복구 사례 견학은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행사다.현재 국내에서는 석회석광산과 같은 대규모의 광산복구 전례가 없는 것으로 회사측은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170년간 광산의 개발과 복구를 시행해 온 라파즈그룹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광산복구와 관련한 기술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와 공동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초에는 광산복구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환경친화적인 광산복구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1833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건축자재기업 라파즈그룹은 시멘트, 골재와 콘크리트, 지붕재, 석고 등 4개 사업 분야에 걸쳐 전세계 75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8만3,0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 회사로 한국에는 현재 시멘트와 석고사업 부문이 진출해 있다.CEO 탐구 / 실뱅 가르노 사장소주잔 기울이며 직원화합 도모하는 ‘정통 시멘트CEO’실뱅 가르노 라파즈한라시멘트 사장(46)은 직원들의 회식자리에 함께 하기를 좋아한다. 신발을 벗고 방바닥에 앉아 먹는 고깃집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직원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가르노 사장은 인적관리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그는 지난 2000년 라파즈그룹이 한라시멘트 경영에 뛰어들면서 그해 부임한 프랑스인 대표다. 지난 2000년 1월 전무로 한국생활을 시작한 뒤 같은해 6월부터 사장으로 활동해 왔다. 그만큼 그는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채식주의자에 프랑스에서는 입에도 대지 않던 술까지 마시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그는 시멘트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시멘트맨’이다. 지난 78년 프랑스 시멘트회사인 시멍 프랑세(Ciment Francai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영국과 프랑스에서 전략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지난 98년 라파즈그룹에 합류해 2000년부터 한국에 거처를 정하게 된 그는 요즘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다.라파즈한라시멘트는 라파즈그룹 중에서도 탁월한 실적을 자랑한다. 특히 가르노 사장을 지난 99년 853억원 적자에서 2000년 289억원 흑자로 회사의 성적표를 바꿔 놓았다. ‘가르노호’는 올해 역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4,440억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여서 지난해에 비해 13%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과거, 시장 주도 기업들이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한 것을 국내시멘트산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가르노 사장은 사업집중과 고부가제품 개발만이 이를 해결할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계 5위의 시멘트시장인 한국은 경제발전 가능성만큼이나 시멘트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한국에 온 뒤 2년간 세 번이나 마라톤에 도전했다. 골프나 술, 담배보다 마라톤처럼 금욕주의에 가까울 만큼의 건전한 취미를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부지런함’이 시멘트산업의 실력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그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