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관리나 자기계발 노하우 가르치는 교육기관 인기, 스피치나 매너 강좌에도 ‘넥타이부대’ 몰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PB)센터에 근무하는 이은호 대리(32)는 요즘 일주일에 3일은 업무가 끝나면 부리나케 미국 재무분석사(CFA) 자격증 강좌를 개설한 학원으로 달려간다. 고액 예탁자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업무를 하는 이대리는 지난해부터 전문지식의 필요성을 인식하다가 지난 6월 고심 끝에 전문강좌에 등록,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이대리가 없는 시간을 쪼개 과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은행에서 권한 측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자신을 방치해서는 PB분야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는데다 업무를 하다 보면 전문지식이 달려 고전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 가운데 금융지식이 풍부하고 국제동향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늘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이대리는 또 같은 은행의 동료들과도 스터디를 만들어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눈다. 이 자리에서는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가 준비해온 CFA 시험에 대한 자료를 공유한다. 예상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외국계 기업인 H사에 근무하는 김진우 과장(36)은 요즘 개인적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조만간 전직이나 유학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김과장은 지난달 한 개인 컨설팅업체에 등록해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이수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3개월 과정으로 김과장은 여기서 효과적으로 전직을 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있다.김과장은 지금까지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로부터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그동안 경력관리에 소홀했고, 특별한 장기가 없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교육은 주로 1대1 방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 받는다. 김과장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위기감을 느껴 컨설팅회사를 찾았다”고 말했다.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과외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업무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거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각종 컨설팅업체나 학원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과거에는 자기계발이라고 해봐야 영어학원에 다니는 등 수동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비즈니스 과외를 받는가 하면 전직을 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컨설팅업체 등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전문업체들의 등장도 주목을 끌고 있다. 자기만의 브랜드로 개인의 가치를 높이려는 직장인들에게 각종 컨설팅을 해주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기관들이 최근 들어 직장인들의 비즈니스 과외바람 속에서 자라를 잡아가는 모습이다.이 가운데 이너서클펀더멘탈은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으로 직장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최초의 퍼스널브랜딩에이전시를 표방하는 이 업체는 이너서클 클래식, 이너서클 세미클래식, 테일러드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또 시그니아미디어그룹(SMG)과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등도 커뮤니케이션과 자기변화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장인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특히 SMG가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개설해 운영 중인 PI(Personal Identity) 최고위 과정은 중소기업체 사장 등 기업의 고위급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기업 내에 일고 있는 자기변화 바람을 실감케 하고 있다.그렇다면 최근 직장인들이 비즈니스 과외에 적극성을 보이는 동기는 뭘까. 가장 일반적인 것은 역시 업무의 전문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다. 업무가 세분화되고, 각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특기’를 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특히 정보통신업계나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직원들 사이에서 전문지식이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자격증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너도나도 과외를 받고 있다.김도연 하나은행 선릉역 지점 PB팀장은 “최근 은행권의 프라이빗 뱅커(PB) 가운데 전문자격증 두어 개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은행 업무가 끝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직장을 나선다”고 설명했다.직원 전체가 커뮤니케이션 교육 받기도경력관리 차원에서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사회생활 5~10년차의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연봉제가 대세로 자리잡고,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문기관을 찾고 있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경우 적어도 20~30%의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직장인 과외열풍의 또 다른 진원지는 스피치나 매너관련 교육기관이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늘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이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영업맨이나 간부급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말하는 법이나 비즈니스 매너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외국계 제약회사인 B사에 근무하는 최영민씨(33)는 “제약영업을 하다 보면 옷차림이나 말투, 매너 등은 필수”라며 “동료들 가운데 어눌한 말투를 바꾸거나 세련된 매너를 익히기 위해 전문교육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산업교육전문가인 황태호씨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비즈니스에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들어 비즈니스를 위한 스피치나 매너 등을 가르치는 기관이 많이 생긴 만큼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곳을 한 번쯤 이용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아예 직원들 전체가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부전문가를 초빙해 커뮤니케이션 과외를 받도록 한다.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기관인 이정숙 SMG 대표는 “최근 들어 커뮤니케이션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인식하는 최고경영자나 직원들이 많이 있다”며 “멀티미디어시대에는 설득과 협상, 영업, 협상, 갈등관리 등을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이미지에 대한 토털컨설팅을 해주는 곳에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업종에 종사하는지,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맞춤식 컨설팅을 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보통 1개월 과정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고 있다.인터뷰 / 이정일 이너서클펀더멘탈 대표“더 나은 ‘나’를 만들어 드립니다”퍼스널브랜딩에이전시인 이너서클펀더멘탈을 이끌고 있는 이정일 대표(24). 자기계발에 목말라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대표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개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퍼스널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나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하는 곳으로 보면 틀림없습니다. 지난 99년 회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모두들 의아해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조차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문의하곤 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부터 외국서적 등을 보며 관심을 가졌던 분야였기에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직장인들에게 주로 무엇을 컨설팅해 줍니까.개인의 차별화된 핵심역량이 무엇이며, 그들에게 적합한 분야와 조직은 어디인지를 제시합니다. 아울러 각 개인의 브랜드 자산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수치화해줍니다. 더 나아가 퍼스널브랜드를 관리하고 그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집니까.일단 개별상담을 합니다. 그다음 보통 8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되며, 강사가 수강생과 1대1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강좌는 주말을 이용해 호텔의 비즈니스센터 등에서 진행되고, 각 분야의 전문강사가 교대로 나옵니다. 교육기간은 2개월이며, 수강료는 1,000만원입니다. 철저히 수강생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맞춤식 교육이 가능합니다.교육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입니까.각 수강생들의 특기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이를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창의성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를 감안해 각 개인에 대한 철저한 진단을 통해 창의성과 개성을 최대한 기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줍니다.주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나이와 직업은 어떻게 됩니까.대부분 25~35세의 직장인들이 주고객입니다. 대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운 돌파구를 원하는 2~3년차 직장인들이죠. 그중에서도 유독 금융계 종사자들이 많은데 금융계 대신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돋보기 대학가에도 ‘비즈니스 과외’ 바람적성·차별화된 경쟁력 구축 방안 컨설팅 받아취업난으로 대학가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일자리는 없는데 취업희망자는 넘쳐난다. 대학을 다니며 아예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미리 경력을 쌓아놓자는 취지다. 그런가 하면 인턴제를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다.이런 가운데 대학가에도 직장인들처럼 비즈니스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학연수 등 해외연수로도 모자라 아예 취업 전에 자신의 퍼스널브랜드를 구축하려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관리업체와 프로그램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학생의 장기가 무엇인지, 적성은 어디에 맞는지, 차별화된 경쟁력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등을 컨설팅해주고, 이 모든 것을 서류로 작성해준다. 학생 개개인에 대해 토털 컨설팅을 해주고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셈이다.기업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로는 부족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살필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원서가 너무 많이 들어올 때는 일일이 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기업에 지원할 때 자신에 대한 것을 가능한 한 많이 알리는 것이 좋다”며 “다만 최근 들어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하는 곳이 많아 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