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수 적은 외국계 은행 선호 … 하나은 여신영업팀은 별개 판매전문사나 마찬가지
‘은행과 외인부대.’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지만 요즘 적잖은 은행들이 ‘외인부대’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외부 영업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들 외인부대는 경우에 따라 완전한 아웃소싱업체의 형태 또는 정규직원과 계약직원의 혼합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은행들이 이처럼 ‘영업맨’이라는 외부인들과 운명을 함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부터.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지점수가 부족한 약점을 메우려 ‘다이렉트 스태프’(Direct Staff)라는 이름의 영업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HSBC도 이와 유사한 형태인 모바일세일즈팀을 운영하고 있다.씨티은행의 성과에 자극받고, 가계대출 영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국내 시중은행들 역시 기존 관행을 버리고 외부 영업인력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하나은행과 조흥은행, 한미은행을 꼽을 수 있다. 하나은행과 조흥은행은 아웃소싱업체를 활용한다. 한미은행은 정규직원과 외부영업인들의 혼합형태 운영의 사례로 볼 수 있다.부동산중개업소 중심으로 영업 펼쳐‘외인부대’의 대표적 사례인 하나은행 여신영업팀. 이름은 하나은행으로 쓰고 있으나 실은 하나은행과는 별개인 영업전문회사다. 2000년 10월에 조직돼 현재 84명이 서울과 부산, 대전과 대구에서 영업 중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매달 2,500억원 가량의 주택담보대출 실적을 올렸다. 이는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 60~70%에 해당하는 금액.요즘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방침에 따라 다소 주춤해 1,200억~1,300억원 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실적에 대한 비중은 여전히 50~60%에 이른다.직원들은 부동산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중개업소에 찾아가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즉석에서 모자라는 액수만큼 대출을 제안하는 방식이다.이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는 ‘금융판매전문 아웃소싱회사’다. 부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회사 대표인 윤석진 부장(38)은 “미국의 대형금융영업 아웃소싱회사인 ‘시카고 모기지브로커’처럼 금융상품은 뭐든지 팔아주는 금융영업 위탁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현재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상품만 다루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그는 하나은행측에 ‘영업직원이 상처받지 않게 해 달라’ ‘세일즈만 하는 조직이 될 수 있게 해 달라’ ‘영업직을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어 달라’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현재 시중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조직도 상당히 위축돼 있다. 몇몇 은행들이 이제 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정규직원들을 활용해 영업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앞으로 이런 대출전문 조직들에 대한 전망은 은행별로 엇갈리고 있다. 완전 독립업체로 가는 것이 추세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점차 정규직원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반응이다.그러나 근무환경이나 상품에 대한 교육 등 은행측의 뒷받침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들 조직이 은행의 새로운 영업방식으로서 영업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은행 성격별로, 관리자의 분위기 별로 각각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찾아가는 영업맨’들이 중요한 역할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