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커져 최대 소비층으로 부상

경제에 관한 한 밝은 뉴스가 보이지 않는 일본 땅에서 기업관계자와 유통전문가들 사이에 최근 최고의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는 ‘여성’이다. 감원, 감봉으로 남성들의 어깨가 처지고 지갑은 눈에 띄게 얇아진 반면, 사회활동 참가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여성들의 돈 씀씀이는 불황한파를 모르기 때문이다.연령에 따른 세대별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현재 여성들의 소비열기와 잠재적 구매욕구야말로 얼어붙은 일본 시장을 녹이는 훈풍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일본 굴지의 종합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 부설 생활종합연구소는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를 통해 남성들의 소비욕구가 50포인트에 머무른 반면, 여성들의 욕구는 56.9포인트에 달했다고 밝혔다. 높을수록 소비활동에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수치에서 여성들은 조사가 실시된 지난 93년 이후 50포인트 밑을 내려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일본 여성들의 소비활동과 이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연령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돈’과 ‘시간’에서 50대 이상은 압도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 육아부담에서 벗어난데다 자신을 위한 것은 절제해도 손자, 손녀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특징까지 갖고 있어 소비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는 계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그러나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40대는 자녀 교육비와 주택융자 상환 등의 짐에 허덕이면서 시간과 돈에서 모두 상당한 제약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핵심 소비계층은 일본이 흥청망청했던 시기의 버블경제를 경험했으면서 신분상승 욕구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30대 계층이다. 이 계층은 돈과 시간에서 40대보다 제약이 덜한 반면, 고급브랜드 제품과 자신을 위한 투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미혼 30대 “꿈과 취미 위해 지갑열 수 있다”결혼을 해 가정을 가진 사람은 그들대로 본인과 자녀를 위한 소비에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직장을 가진 미혼의 30대 역시 자신의 꿈과 취미를 위해 지갑을 흔쾌히 열어젖힌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의 분석은 이 실시한 조사 수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부설의 ‘닛케이넷’(NIKKEI NET) 조사(응답자수 1,230명)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대 이상의 경우 34.1%로 나타나 전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20대는 30.4%로 조사된 반면, 30대 각각 22.3%에 머물러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살림살이 수준을 묻는 조사에서도 50대는 ‘여유가 있다’거나 ‘조금 있다’는 응답이 4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시간에서 기대 이상의 여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20대는 초장기의 불황시대 취업난을 겪고 있는 탓인지 돈에서 가장 궁색한 형편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 볼 때 여성의 지갑과 시간적 여유가 일본경제를 디플레이션 늪에서 구출해낼 견인차임에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모녀 또는 조모와 모녀가 함께 움직이는 소비행동을 특히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남성들의 소비활동이 잔뜩 쭈그러든 상황에서 같은 가족 여성들끼리의 쇼핑나들이와 구매활동은 소비전선에 온기를 불어넣을 대형 호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사회생활에서 은퇴한 후 연금과 저축 등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인들의 경우 평소 소비활동에서 미온적인 움직임에 그치지만 자녀와 손녀를 동반한 나들이에서는 주도적 위치에 설 때가 많다는 것이 유통 일선 관계자들의 귀띔이다.일본 언론은 취미와 여가선용을 위해 왕복 500~600㎞에 가까운 거리를 당일치기로 여행하면서 중년 이후의 노후를 즐기는 여성들이 생활 주변에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을 한 예로 지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묻혀 있던 여성파워를 어떻게 빨리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가에 기업들의 승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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