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유통에 ERP도입한 ‘신지식인’

한승주새농 사장굴뚝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농업에 기업 정보화의 꽃이라 칭송받는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시도한 경영자가 있어 화제다. 한승주 새농 사장(42)이 주인공. 새농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내에 위치한 유기농산물 유통업체로 경기도 일대의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백화점, 할인점, 직매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기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농산물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수급조절이 상당히 힘듭니다. ERP를 구축하게 되면 농민들도 재고량과 데이터의 통계적 추이에 기준해서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저희 역시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어 농가,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 이득을 보게 되는 셈이죠.”농산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확한 재고량을 예측할 수 없어 유통기한이 지난 농산물들은 대량 폐기처분되기 일쑤다. 또 유통업체에서 정확한 수량을 요구해도 입고량에서 결품이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겨지는 셈. 하지만 ERP와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RP는 한마디로 기업 내 IT인프라. 기업의 경영자원인 인사, 자금, 인력 등 전부문을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일컫는다. 특히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이어가는 제품의 흐름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재고관리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직까지 국내 농업 관련 업체에서 ERP를 도입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었다.한사장이 ERP를 도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9월. 평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ERP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꼈던 게 계기가 됐다. 시작부터가 남다르다. 그가 직접 ERP업체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시중 ERP 제품의 장단점을 일일이 파악한 후 직접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에 제품 구입 의사를 올렸다. 새농에 ERP를 구축하게 된 코인텍도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밝힐 정도다.사실 그는 ERP 도입 이전부터 유기농산물 공급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해 왔다. 2000년 10월 개설한 인터넷 유기농산물 쇼핑몰 ‘62농닷컴’(62nong.com)이 대표적인 예. 이곳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농산물의 생산과정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농부들의 영농일지, 소비자회원들이 직접 작성한 모니터 리포트, 농부들의 철학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못난이 사과를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일명 ‘짝궁둥이 사과’라고 불리는 이 사과들은 생김새 때문에 농가의 사료용으로 전락하고 만다.하지만 그는 이 사과들을 일반 사과의 3분의 2 가격에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농가들도 기대하지 못한 수익을 올려 반응이 좋았다.“앞으로 농업 관련 업체들의 ERP 구축은 필수적입니다. 단지 우리가 다른 곳보다 빨리 시작한 것뿐입니다. 농업은 IT와 거리가 있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도 바꾸고, 직원들도 IT로 재무장해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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