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털이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

할리우드의 새로운 콤비인 조지 클루니와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아무래도 할리우드의 녹을 먹지 않았으면 도둑이 될 팔자였던 모양이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손잡은에서 지난해 말 흥행성공을 거두었던 까지, 이들은 스크린에서 만날 때 마다 크게 한탕 털기 바쁘다.그래서인지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신예감독 앤터니 루소와 조 루소 형제가 데뷔작으로 선택한 역시 도적질 영화다.자동차 하나 터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콜린우드 최고의 멍청한 도둑 코지모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감방동료로부터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다. 30만달러가 넘는 현금이 버려진 건물의 금고 안에 잠자고 있다는 것. 하지만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은 코지모에게 잠자고 있는 거액의 현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결국 코지모의 계획은 그의 사업파트너인 토토와 길거리 부랑아 바질, 그리고 흑인 깡패 레온과 가난뱅이 홀아비 라일리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금고는커녕 소매치기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이들의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500달러나 주고 어렵게 초빙된 금고털이 강사 저지(조지 클루니)는 보안관의 눈에 딱 걸려 시작부터가 불안한데다 각자가 맡은 작업은 뭐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한눈에 봐도 이 오합지졸의 드림팀이 금고털이에 성공하리라고는 차마 기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보다 한심하리만큼 어설픈 이들의 준비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밑바닥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보낸다.현 사회 반성, 과거 이미지 이용맥도널드도 스타벅스도 없이 50~60년대 미국 소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콜린우드는 마치 공황기의 미국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순수했던 과거 미국사회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과거 30~4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통을 향수어린 감성으로 세밀하게 복원해내면서 루소형제는 구질구질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얼간이 도둑들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낙천주의를 찬미한다.혼돈과 무질서, 그리고 도덕적 해이로 가득 찬 지금의 미국사회에 신물을 내며 경멸로 가득 찬 시선을 돌리는 폴 토머스 앤더슨이나 샘 멘더스 같은 동세대 선배감독들과는 달리 루소형제는 지금의 사회를 반성하는 향수의 거울로서 과거의 이미지들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제작자인 동시에 출연까지 하고 있는 조지 클루니보다 이 영화에서 빛을 내고 있는 배우는 단연 윌리엄 H 메이시다. 이 얼간이 도둑들 중에서 가장 한심한 인물인 라일리로 등장하는 메이시는 등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이미지인 ‘나름대로 절박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독특한 코믹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해내고 있다. 20~30년대풍의 뉴올리언스 재즈와 폴카 등 향수어린 음률은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매력.만화 - 추억의 세계 명작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과거로 회귀하다”‘20~40대 성인들이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애니메이션에 과 가 꼽혔다’는 소식을 전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추억의 세계 명작 애니메이션들이 DVD로 출시된다는 보도자료가 날아들었다. 를 필두로 같은 명작 애니메이션이 스페셜 소장판으로 출시된다고 한다.질문 하나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이리 옛날 것에 집착할까. 비단 애니메이션 분야만 그런 것은 아니다. 향수는 도처에서 넘쳐난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는 기본적으로 지난날의 향수를 영상화한 영화이며, 양푼에 밥을 비벼주고 양철 도시락에 라면을 끓여주는 메뉴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저잣거리에 파다하다.구닥다리 영화포스터를 간판 삼은 술집이 생겨나는가 하면 DVD의 소프트웨어는 아예 재출시 작품투성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대체 왜 요즘 사람들은 이토록 옛날을 그리워하는 걸까.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경구가 사람들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일까.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지난날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에 집착하기보다 과거에 히트했던 향수상품을 재탕해서 보다 안전하게 돈을 벌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대릴 F 자눅이라는 유명한 영화 프로듀서가 있는데, 그가 1970년대 파탄지경에 이른 20세기폭스영화사의 사장으로 취임해서 처음으로 주도한 기획이 ‘40~50년대 클래식 작품의 재상영’이었다. 자본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새 영화 제작에 큰 돈을 들이기보다 기존 작품을 다시 상영해 돈을 벌자는 시도였던 셈인데 이런 시도는 망해가던 영화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발판이 됐다.어찌됐건 가 특별소장판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은 반갑다. 네로가 루벤스의 명화 ‘성모승천’ 앞에서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 승천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흠이라면 이번에 출시되는 세 작품, 이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는 구로다 요시오 감독 작품이며, 은 마크 트웨인의 원작을 사이토 히로시가 만화영상에 옮긴 작품이다. 역시 구로사 요시오와 모토하시 고이치가 연출을 맡고 있다.다들 좋은 작품이니 일본 만화영화라는 사실만으로 타박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지난날 우리들의 마음을 붕붕 뜨게 만들었던 숱한 국산 애니메이션들도 이 기회에 복원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복원해 보려는 시도라도 있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우영이 그린 를 다시 시장에 내놓고 고유성의 을 재출간하는 인터넷 매체 의 노력이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김유준ㆍ에스콰이어 기자 yjkim@kayamedia.com이 주의 문화행사러시아, 보리스 에이프만발레단 내한공연12월3일(화)~8일(일)/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후 3ㆍ7시/LG아트센터/ R석 6만원, S석 4만원,A석 3만원, B석 2만원러시아의 드라마틱 발레를 선보이는 에이프만 발레단이 내한한다. ‘성공한 러시아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는 보리스 에이프만이 선보이는 무대.보리스 에이프만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시대에 ‘러시아의 국민예술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97년과 99년에는 러시아 공연예술상인 ‘골든 마스크상’을 받았다. 96년에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공연예술에 기여한 예술인들에게 주는 ‘트라이엄프상’ 등을 받았다.올해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은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볼쇼이극장과 마린스키극장, 그리고 뉴욕에서 기념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12월3일부터 5일까지는 장중한 러시아 황실의 역사를 그린 이, 6~7일에는 종교와 철학,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공연된다. 8일에는 세르반테스 문학을 새롭게 해석한 를 무대에 올린다. 서울 공연 후 지방 순회공연이 이어진다. (02-2005-0114)사랑은 비를 타고 = 12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1,000회 공연을 돌파한 창작뮤지컬이 장기 공연에 돌입했다. 20만 관객 동원,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한 바 있다. 형제간의 사랑을 감미로운 선율 속에 녹여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제작, 배해일 연출, 김장섭ㆍ박건형ㆍ양소민 등 출연.(02-552-2035)몽유도원도 = 12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최인호의 동명소설로 만든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인 ㈜에이콤의 신작. 윤호진 연출, 김희갑ㆍ양인자 작사ㆍ곡, 김성기ㆍ이혜경ㆍ김선경 출연. (02-780-6400)셰익스피어 사랑축제= 11월24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ㆍ달오름극장.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등 사랑을 주제로 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5개를 극단 5개가 번갈아 공연한다. (02-762-0810)‘대니 정’의 Lover’s Concerto = 11월28일~12월1일 연강홀. 섹소포니스트 대니 정의 무대. 99년 발표한 싱글음반의 타이틀곡 ‘Reflections’가 미국의 CBS 드라마 ‘The Young & Restless’ 에 삽입돼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 공연 관객 중 한 명을 뽑아 무대에서 대니 정의 색소폰 연주를 배경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직접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02-525-6929)김숙 전 = 11월27일까지 표갤러리. 돌과 철을 소재로 삼아 인간과 자연의 세계가 서로 조응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02-543-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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