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통해 투명성 강화...투자자 인식 달라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이 바뀐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기업분할 실무를 담당했던 회사직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투자를 하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모르겠다’며 등을 돌린 경우가 많다”며 “기업을 분할하면 회사가 하는 일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이들이 전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의 말처럼 기업분할을 공시한 기업의 IR담당자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의 문의전화를 받느라 매우 바쁘다. 심지어 다른 기업에서 “절차를 알려 달라”고 조르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기업분할은 목적에 따라 크게 기업지배구조개선, 업종전문화, 부실기업처리 등으로 나뉜다. 올해 기업분할을 한 기업 중 기업지배구조개선이 목적이라고 공시에서 밝힌 회사는 LGCI가 대표적이다. 또한 업종전문화를 이유로 기업분할을 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는 NSF를 들 수 있다.사례1 / 지배구조개선-LGCILGCI는 LG의 화학부문 지주회사다. 품안에 LG생명과학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순수지주회사가 아닌 사업지주회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지주회사에 종속된 기업의 사업활동 지배를 주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와 달리 사업지주회사는 자기사업을 영위하면서 부수적으로 타기업의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회사 형태다.LG생명과학이 인적분할 형태로 LGCI에서 분할된 것은 지난 8월의 일이다. 김영기 LG생명과학 재경팀 부장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LGCI 등으로 분할할 당시 LGCI는 순수지주회사 형태를 목표했었다”며 “하지만 LGCI에 속한 LG생명과학이 독립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 8월로 시기를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지주회사가 으레 그렇듯 LGCI의 주가흐름도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재상장 첫날인 지난 8월16일 평가가격은 주당 1만4,300원이었지만 첫날 1만200원을 기록한 이래 지난 11월14일 종가는 7,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김부장은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순자산가치에 비해 할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LGCI의 경우 너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반면 LG생명과학의 주가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비록 외국인 지분율은 다소 하락했지만 평가가격이 7,980원이었음에도 불구, 재상장 첫날 1만8,400원까지 치솟은 후 4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인 바 있다.LG생명과학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700억원이며, 이중 6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할 예정일 정도로 기존 약을 카피하는 것보다 신약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총직원수는 970명으로 이중 340명이 연구개발인력이다. 이 회사 박철하 차장은 “제약사 중 연구개발인력 비율이 30%를 넘는 곳은 흔치 않다”며 “그만큼 신약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소개했다.LG생명과학이란 회사가 주식투자자의 큰 관심을 끈 것은 과거 LG화학 시절 개발한 차세대 퀴놀린계 항생제인 ‘팩티브’ 덕분이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심사를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올 초 8,000원대를 머물던 LGCI의 주가는 1만 8,0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FDA로부터 유보판정을 받자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주가는 다시 1만1,000원대로 주저앉았다.최근 회사는 FDA에 재승인을 신청했으며 FDA가 제출된 자료의 확인절차를 마치고 내용검토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음을 밝힌 바 있다.김부장은 “지난해까지 LGCI라는 지주사 안에 남아 있다 보니 독립기업이란 이미지가 약했지만 앞으로는 국내 생명과학을 대표하는 기업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사례2 / 업종전문화 F&F출판사업부와 의류사업부가 혼재돼 있던 F&F(구 NSF)가 업종전문화를 위해 기업분할을 한 것은 지난 7월의 일이다. 분할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 회사의 달라진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F&F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F의 김평안 경리부 차장은 회사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F&F의 분할은 어떻게 보면 필연과도 같습니다. 97년 IMF 위기 당시 잘나가던 F&F가 곤경에 빠졌고 이 위기를 돌파하고자 삼성출판사에 흡수합병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당시만 해도 F&F는 자본잠식 상태였거든요. 위기를 무사히 넘긴 후에는 튼튼한 회사로 자리잡게 됐죠. 결국 분할에도 성공했습니다.”회사의 모태는 지난 70년 설립된 삼성출판사. 사업을 영위해 오던 중 문구전문점인 아트박스라는 관계회사를 설립한다. 이 아트박스에서 92년 의류사업을 시작했고, 이 일을 창업주의 차남인 김창수 현 F&F 사장이 맡게 된다.의류사업에 눈을 뜬 그는 프랑스 의류업체인 베네통의 국내 유통을 맡는 등 놀라운 사업수완을 발휘, F&F를 성장시켰다. 하지만 IMF 위기를 맞자 자금경색에 몰렸고 어쩔 수 없이 형이 운영하는 삼성출판사로 흡수합병됐다. 말하자면 좀더 몸을 추스르고 다시 시장공략에 나설 생각이었던 것이다.결과적으로 F&F는 기사회생에 성공, ‘보호막’을 깨고 독립했지만 회사의 주가는 2000년 이전까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지난 98년에서 2000년 사이 종합주가지수가 300% 가까이 폭등할 때도 이 회사의 주가는 불과 1,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유는 분명했다. 출판부문과 의류부문이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업이 혼재해 있다 보니 안정적인 투자자나 성장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 모두로부터 외면받았던 것이다.애널리스트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분할을 발표한 이후다. 출판사업과 의류사업을 분리하면 투명성이 제고되고 투자자도 의사결정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으리란 전망 때문이었다.실제 의류사업체인 F&F에 분할을 전후로 애널리스트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김차장은 “구분경리를 하긴 했지만 공통경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분할이 된 이후 손익구분이 명확해진 점이 큰 장점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돋보기 / 대우사례부실기업을 처리할 목적으로 기업분할을 실시한 사례의 대표적인 기업은 대우다. 재무구조가 부실화되며 채권금융기관 등에 부담해야 할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자 지난 2000년 무역부문인 대우인터내셔널, 건설부문인 대우건설, 그리고 부실자산을 처리할 잔존법인 등 3개사로 분할하게 된 것이다.이로써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은 자산이 부채를 웃도는 기업으로 재탄생했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지난 11월14일 현재 주가는 각각 2,680원과 2,445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재무구조도 건실해져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 기대된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