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수익·환금성 고루 갖춰 인기 상한가… 내년 상반기 새상품 출시 잇따라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리츠(REITs)가 첫 출시 1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리츠는 법제정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데다 시행 이후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높지 않은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9월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의 첫 번째 이익배당 이후 투자자의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다.또 내년 상반기 새로운 리츠의 출시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리츠에 돈을 묻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츠가 ‘돈 되는 상품’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 투자자가 적잖을 것이란 예상에서다.“돈 되는 상품인 걸 이제야 깨달았다”현재 주식시장에는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를 비롯해 3개의 리츠가 상장돼 있다. 모두 5년 한시상품으로 CR리츠(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이다. 즉 투자자의 돈을 모아 펀드를 조성,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한 후 5년 동안의 운영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게 핵심이다.CR리츠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임대수익이 보장된 도심 빌딩에 투자해 안정성이 뛰어난데다 배당수익은 예금금리의 두 배에 이른다. 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까지 지녔다.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올 하반기 들어서야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주식시장 활황, 리츠 설립 부진 등의 이유로 투자자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가 최초로 일반공모를 한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주가지수가 쑥쑥 올라가는데도 CR리츠 주가는 액면가에서 2~4% 정도 오르내리는 데 그쳤다. 대박을 꿈꾸며 몰려든 시중자금이 가격변동이 미미하고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CR리츠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일부에서는 “리츠 뚜껑을 열고 보니 썰렁하기 그지없다”며 시장형성 자체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하지만 하반기 주가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액면가 이하로 내려가는 주식이 쏟아진 반면, CR리츠의 주가는 여전히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 까닭이다.실제로 지난 5월30일 상장된 코크렙 CR리츠 1호의 경우 11월13일 종가는 5,240원(액면가 5,000원)으로 거래 첫날 시가 5,100원과 비교해 2.7%가 올랐다. 5월30일 815.61이었던 주가지수가 653.85로 19.8%포인트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 변동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상승세를 탄다는 의미가 된다.리츠시장이 정착된 미국에서도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에도 리츠의 주가는 요동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게다가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가 지난 9월11일 1차배당을 실시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4.01%(6개월)의 배당률을 내놓았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정기예금금리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CR리츠를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여기에 저금리 현상의 지속, 부동산가격 상승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CR리츠 지명도가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리츠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변화는 그동안 설립된 CR리츠 일반공모 추이에서 잘 드러난다.투자금액ㆍ청약경쟁률 ‘쑥쑥’지난해 11월 공모를 실시한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는 1.04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겨우 체면을 유지했다. 그나마 기관투자가 부문은 미달돼 여러모로 우려를 샀었다. 이때 일반투자자들의 평균투자금액은 1인당 1,500만원 정도였다.하지만 지난 4월 일반공모를 실시한 코크렙 1호 CR리츠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쟁률은 1.62대1로 약간 높아졌지만 1인당 투자금액은 4,500만원으로 세 배나 늘었다. 이어 10월 초 코크렙 2호 공모 때는 급기야 1인당 투자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고 경쟁률도 10.3대1을 기록했다.CR리츠 자본금 모집 주간사로 세 차례 참여한 메리츠증권은 이 같은 현상이 ‘투자자 인식 확산’에 있다고 분석한다. 오용헌 부동산금융팀장은 “처음 투자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공모횟수를 더해갈수록 매력을 감지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훌륭한 금융상품 대안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실제로 CR리츠 일반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40대 전후의 연령층에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이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그러나 아직까지 ‘아는 사람만 하는’ 투자상품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반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첫 배당을 경험한 투자자, 남보다 빨리 ‘정보’를 접한 투자자 등에 국한돼 있다는 것. 아직까지 시장이 형성단계에 있어 상품선택의 폭이 좁고 ‘뉴스’가 풍부하지 않다는 점도 CR리츠 투자 대중화의 걸림돌로 꼽힌다.1년 두 차례 배당, 정기예금 두 배 수익 ‘거뜬’CR리츠 투자의 정석은 일반공모에 참여, 액면가로 주식을 배정받는 것이다.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고 주가상승에 따른 이득까지 챙길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투자가 가능하다.일반공모에 참여하지 않아도 CR리츠 주식을 매입, 배당기준일에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 CR리츠의 운용수익배당은 매년 6월 말, 12월 말을 기준으로 1년에 두 차례 실시된다.대한항공 KAL연수원과 사원아파트 임대로 운영되는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의 경우 다음 회기 배당률을 4%대(6개월)로 잡고 있다. 서울 한화빌딩 등 업무용 빌딩 3곳에 투자한 코크렙 1호 CR리츠는 내년 1월 4%대 후반에서 첫 배당이 이뤄질 계획이다. 연평균 배당률은 9.57%.또 지난 11월10일 상장된 코크렙 2호 CR리츠는 연평균 11.49%의 배당률을 예상하고 있다. 첫 번째 배당은 내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잡아 7월에 실시된다.한편 일반투자자의 참여확대와 더불어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R리츠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입맛에도 적절하게 맞기 때문. 자산관리회사 코람코의 김대형 투자운용팀 이사는 “어떤 기관이 투자를 했는지 살피는 것은 리츠의 투자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밝혔다.인터뷰 / 김대형 코람코 투자운용팀 이사>“시장확대 위해선 규제완화 필수”“CR리츠는 부동산투기를 막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며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좋은 상품입니다. 자금의 선순환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CR리츠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합니다.”코크렙 1ㆍ2호의 산파 역할을 한 김대형 코람코 투자운용팀 이사는 정부가 CR리츠 시장 확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CR리츠만큼 수익구조가 투명한 상품이 드문데다 자금시장 전반에 적잖은 기여를 한다는 생각에서다.김이사가 이끄는 코람코 투자운용팀은 투자 대상 부동산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투자분석, 협상, 매입까지 핵심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수익성 높은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 고르기’가 김이사의 최대 관심사다.“코크렙 2호 CR리츠의 투자부동산인 서울 논현동 하나로빌딩의 경우 임대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빌딩 컨셉을 다시 잡고 임차인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일반 빌딩을 강남상권 특성에 맞게 뷰티클리닉 전문빌딩으로 변신시켰지요. 이처럼 때에 따라선 빌딩의 겉과 속을 모두 바꾸는 시도도 필요합니다.”김이사는 리츠시장이 정착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용지물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익의 10%를 적립토록 한 규정 때문에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배당률이 낮아집니다.유동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거든요. 부동산에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가치가 더욱 상승하는데도 이를 고려치 않았어요. 또 5년 시한 페이퍼컴퍼니인 리츠 설립비용을 1차연도에 모두 상각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고쳐야 합니다….”김이사는 이밖에도 CR리츠 최소 자본금을 5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추고 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CR리츠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돼야 더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투자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돋보기 / CR리츠와 일반리츠, 공통점과 차이점세제 혜택 큰 차이… 일반리츠 ‘미궁 속’CR리츠(Corporate Restructuring REITs)는 다수의 투자자가 500억원 이상의 현금 또는 부동산을 출자해 설립하는 부동산투자회사로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운영된다. 모든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일반리츠와 달리 기업의 부채상환용 부동산에만 투자해야하며 운영은 자산관리회사에 위탁해야 한다.현재 리츠시장은 CR리츠가 독식하고 있다. 이는 일반리츠에 적용되는 세제가 CR리츠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 CR리츠는 취득세, 등록세, 법인세가 면제되는 반면 일반리츠는 취득세, 등록세만 50% 감면된다.현행 세제로는 일반리츠의 적정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코리아리츠, 에이팩리츠가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물건 확보 및 자금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