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단행, 화장품 전문기업으로 '한우물 경영' ...세계시장 개척 진두지휘
서경배태평양 사장모범생 CEO, 서경배 태평양 사장(39)은 올해 상복이 터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한국대표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1년 내내 마케팅, 환경, 글로벌 마인드 등의 부문에서 ‘최고기업’ ‘최고 CEO’로 뽑혀 줄줄이 상을 받았다.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CEO’에서도 지난해에는 ‘주목할 만한 CEO’로 거론되더니 2002년에는 당당히 본상에 선정됐다.이렇게 서경배 사장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한눈팔지 않고 화장품 전문기업으로 꾸준히 한우물을 파 회사를 안정 속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만든 공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태평양은 1945년 설립된 명실상부한 한국대표 화장품회사다. 기술과 마케팅 능력, 탄탄한 유통조직이 조화를 이뤄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95년 초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이 회사는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서사장이 주도했던 이 구조조정은 ‘뷰티 앤드 헬스’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리, 화장품전문기업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 경기 부침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해 왔다.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설화수’ 브랜드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등 막강한 브랜드 파워가 태평양이 국내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올리는 매출이 웬만한 제조업체의 총매출과 맞먹는 것. 2000년 7,930억원, 2001년 9,7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순조롭다. 3분기까지 지난해 매출의 85%를 달성, 8,25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하지만 이 회사 서경배 사장의 목표는 국내 1위가 아니다. 화장품전문회사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세계시장에서 10위안에 드는 브랜드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샤넬, 랑콤 등 세계 유명화장품과 견줄 만한 글로벌 브랜드를 선보이는 게 최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계획이다.사실 세계화 전략은 화장품회사로서 태평양의 오랜 꿈이었다. 이미 95년에 ‘세계화 원년’을 선포한 적이 있다.우선 프랑스에 향수로 진출했고, 올해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화장품 공장을 완공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주력 브랜드인 라네즈는 베이징과 상하이 고급 백화점들에서 판매되고 있다.한편으로는 3년 전부터 세계 명품화장품 수준의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아모레 퍼시픽’을 야심 차게 개발해 왔다.현재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에 설립돼 있는 현지법인을 발판 삼아 2003년 뉴욕에 시범점포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씩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세계화 전략에 따라 서사장도 바삐 해외시장을 쫓아다닌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한 번 정도 출장을 가는데, 이는 부산 광주 등 국내 지역사업부를 둘러보는 것과 비슷한 횟수다.젊은 사장답게 혁신적인 일도 종종 벌인다. 지난 7월, 그는 아침회의에서 “직급으로 부르지 말고 ‘아무개님’으로 명칭을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자신은 ‘서경배님’으로 불러달라는 주문이었다.히딩크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선수들끼리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해 위계질서를 없앤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평등한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 같은 호칭 파괴를 젊은 직원들은 곧잘 따라하고, 나이 지긋한 남자직원들은 아직 어색해하는 가운데 시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서사장은 태평양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의 차남이지만 마치 전문경영인 같은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스스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아랫사람들도 따라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장보고, 고선지, 이순신, 광개토대왕 등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역사학자를 초빙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화장품 분야에서는 세계 10대 회사로 성장하는 것,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국내 1위, 녹차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되 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것이 장기목표다.약력1963년생. 8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87년 미 코넬대 경영대학원 졸업. 87년 주 태평양 과장, 90년 태평양 재경본부 이사대우 본부장. 94년 태평양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