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전자기술과 자동차의 만남 가속화...영화속 만능 자동차 '내 자가용'으로
100여년의 자동차 역사 속에서 기계적 분야는 이제 기술적 한계 수준에 근접했다. 디자인은 유행주기가 보통 10년 단위인데다 양산차에서는 변화폭이 크지 않다. 무한정 자원인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에너지를 얻는 연료전지차는 석유연료를 대체할 차세대차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국내에서는 2020년쯤 돼야 양산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해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 등은 완전 무공해인 연료전지차가 상용화되기 전에 공백을 메우는 과도기적 형태에 그칠 수밖에 없다.차는 ‘움직이는 사무실’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타고 다닐 자동차에서 접하게 될 변화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최근 세계자동차업계의 관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쏠리고 있다.지난 80년대부터 전자기술이 자동차 발전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른바 ‘첨단 전자ㆍ정보통신 기술과 자동차의 만남’. 국내에서도 실용화 단계에 들어간 텔레매틱스(Telematics)는 조만간 무선 인터넷 환경과 결합해 e카, 인터넷카를 탄생시킬 전망이다. 이로써 자동차의 개념도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사무실이나 문화생활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지난 11월29일 폐막한 제4회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주요 컨셉트카와 신기술은 그 미래를 보여줬다. 현대자동차가 최첨단 기술을 집약해 개발한 그랜저XG 베이스의 ‘HIC’(하이테크놀로지 인텔리전스 컨셉트카)와 에쿠스를 기본으로 개발한 럭셔리 컨셉트카 ‘HCD-7’, 내년 상반기부터 상용화될 예정인 텔레매틱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컨셉트카는 말 그대로 아직 양산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출시할 차의 개발방향을 담은 차. 현대자동차는 HIC와 HCD-7에 쓰인 첨단장비들은 기술적으로 개발을 마친 상태라며 앞으로 나올 현대의 양산차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대자동차 중장기 상품계획에 따르면 2007년에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의 후속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현대의 이들 컨셉트카의 신기술은 에쿠스 후속모델을 통해 대부분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이 차를 몰게 될 A씨를 통해 5년 후의 자동차상을 그려본다.사고위험 컴퓨터가 감지, 경보음 울려2007년 11월 어느날. A씨는 에쿠스 후속모델로 갓 출고된 센테니얼(가칭)의 운전석에 앉아 핸들의 슬롯에 시동카드를 넣는다. 시동이 걸리면서 대시보드 안에서는 7인치 LCD 컬러 모니터가 나온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화면에는 주요뉴스와 일기예보, e메일 등이 실시간으로 뜬다.A씨는 필요한 정보를 음성으로 듣고 하루일정을 체크한 뒤 네비게이션으로 전환시켜 행선지를 말한다. 지도로 바뀐 화면에는 정체구간을 비켜가는 최단거리 주행경로가 표시된다. 쇼핑, 금융 등 모든 인터넷 업무는 물론 TV,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원격 고장진단 및 제어, 긴급구난 기능을 갖춘 텔레매틱스 단말기의 조작버튼은 안전운전을 위해 모두 핸들에 달려 있다. 주요기능은 음성명령도 가능하다.이 같은 텔레매틱스는 차급에 따라 기능 차이가 있지만 소형차에도 선택품목으로 적용된다.사고위험은 컴퓨터가 예방한다. A씨는 차들이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센테니얼의 ‘인텔리전트 크루즈컨트롤’(ICC) 버튼을 누르고 준 휴식상태로 들어간다. 이 장치는 악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정해진 속도로 일정하게 달리는 것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이 줄어들거나 차선을 이탈하면 레이더 감지기가 경보음을 울려 사고를 예방한다.이 때문에 운전 중 한눈을 팔아도 사고위험을 막아준다. 실내의 ‘어라운드 모니터’에는 좌우ㆍ앞뒤 4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 없이 차 주변을 살필 수 있다. 야간주행 때는 ‘나이트 비전’을 켠다. 앞 범퍼 아래에 장착된 적외선카메라가 헤드램프로도 보이지 않는 물체를 영상으로 확인시켜 준다.인공지능 에어백은 사망사고를 원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차에는 8개의 에어백이 있다. 사고시 차가 알아서 8개의 에어백 중 어느 것이 터져야 할지, 에어백이 터지는 속도 및 각도를 스스로 조절한다.커튼 에어백은 측면 충돌 때 운전자의 머리부위와 여성 및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6~7초 정도 팽창하는 기능이 있다. 차가 뒤집혔을 때는 천장 에어백이 탑승자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이들 에어백은 승객의 위치가 운전석과 가깝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때, 운행속도가 시속 30~35㎞ 미만일 때는 약하게 터지고, 이외에는 기존 에어백보다 높은 압력으로 팽창된다. 또 승객감지 센서에 의해 탑승자의 체격과 앉은 자세 등의 정보까지 감지해 에어백의 팽창 크기와 속도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는 인공지능 방식이다. 텔레매틱스의 긴급구난 기능은 사고로 운전자가 정신을 잃어도 차가 알아서 콜센터에 사고위치나 정도 등을 통보해 준다.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 설치센테니얼이 나오는 2007년쯤이면 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장착된다. 사고발생시 종합적인 사고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항공기용 블랙박스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이 블랙박스는 사고 순간의 조향각도와 브레이크를 밟은 시간, 방향 지시등의 상태, 엔진회전수, 안전벨트 착용 여부, 기어변속 상태 등 종합적인 정보를 사고 발생 4분 전부터 사고 후 15초까지 기록한다. 경미한 접촉사고가 생겼을 때는 운전자가 스위치를 눌러 정보를 저장, 확인할 수도 있다. 접촉사고로 길거리에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풍경은 사라지게 된다.2007년에는 ‘전격 Z작전’의 키트나 ‘배트맨’의 배트카 등은 더 이상 신기한 영화 속의 차가 아니다. 키트 수준의 차를 우리의 자가용으로 만들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