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는 해충을 박멸하는 곤충로봇이 등장하고 2020년쯤에는 치아의 프라그를 제거하는 나노 크기의 로봇이 선보인다. 2030년에는 생체인간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이 열리며 2040년에는 달에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만들어진다.”세계미래학회가 발간하는 격월간지 최신호(11~12월호)가 ‘21세기 기술시간표’(Technology Timeline)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잡지는 또 머지않은 2004년에는 사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이 등장하고, 2005년에는 유전자조합을 통한 맞춤형 베이비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85년부터 미래기술 예측을 통해 인터넷과 가상현실의 등장, 냉전종식 등을 정확하게 맞힌 바 있는 잡지여서 이번 예측 역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의 예측을 차치하더라도 세상은 눈부시게,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97년, 게임과 인터넷,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첨단 휴대전화가 등장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PC통신의 등장에 놀라워하던 기성세대들이 매일 컴퓨터를 켜고 e메일을 점검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듯이.5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5년 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은 지금과 딴판으로 바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 수많은 IT기업들이 디지털라이프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성과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은 서서히,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달라진 생활을 피부로 느끼게끔 다가오고 있다.플러그 꼽는 순간 네트워킹 ‘시작’‘홈네트워킹’은 5년 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첫손에 꼽힌다. 이미 IT산업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이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을 거쳐 홈네트워킹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다.이에 따라 세계 IT업체와 가전기업들은 미래형 수익사업으로 홈네트워크 사업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가전업체의 경우 지금까지의 고효율, 저소음, 다기능, 친환경 제품 위주에서 정보와 가전이 복합된 ‘정보가전 시스템 제품’을 확대 개발하는 것이 대세다. 이는 전세계적인 디지털기술 발전과 인터넷 확대에 따른 당연한 요구이기도 하다.소니는 독자적인 홈네트워크 프로젝트인 ‘코쿤 프로젝트’의 시작을 천명했으며, LG전자도 최근 홈네트워크 시스템 브랜드 LG홈넷(HomNet)을 발표하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홈네트워킹 기술제휴를 결정한 바 있는데다 삼성사이버아파트 등을 통해 수년 전부터 홈네트워킹을 시도해 왔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현재 가장 발전한 홈네트워킹 모델로 꼽힌다.이밖에 KT, 두루넷, 서울통신기술 등도 홈네트워크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그렇다면 홈네트워크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통신이 가능한 기기를 통해 가정 내 모든 전기ㆍ전자제품을 집 안팎에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집안의 모든 설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미래형 가정 시스템인 셈이다.예를 들어 약속에 늦어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가스밸브 잠그기와 자물쇠 점검을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가거나 대신 사람을 보내야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는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속만으로 해결이 가능해진다. 심지어 아이가 집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주방 냉장고에 붙어 있는 인터넷 장치로 집안 전원과 실내온도를 컨트롤할 수 있으며 가전제품들의 사용상태를 모니터링해 이상이 생길 경우 AS센터로 자동신고할 수도 있다.업계에서는 2005년께이면 전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이 3,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관련제품도 올해 말 1,800만종에서 2006년에는 1억2,500만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홈네트워킹뿐만 아니라 5년 후에는 자동차, 주거시설, 의약품 등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전기가 펼쳐진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자체를 없애주는 안전한 자동차, 운전자가 잠깐 졸아도 알아서 제 갈길을 달리는 똑똑한 자동차가 이미 준비 중이다.2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들먹이는 아파트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방 개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기본수명이 100년인 롱런 주택이 이미 선보였거나 개발 중이다. 한국미래학연구원 자료에서도 2005년 이후 ‘주택, 가정의 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소재 유리로 만든 태양열 주택이 보편화되고 주택 리모델링사업이 번창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주택건설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신평면 개발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한다.의약품의 세계는 또 어떤가. 간염, 우울증, 자궁경부암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난치병들을 물리치는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비만, 대머리, 노화 등을 해결해주는 ‘해피드럭’도 속속 개발 중이다. 질병으로 파생되는 국가적 차원의 ‘헬스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예방의학도 크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독감에 자동면역이 생기는 백신유전자가 든 바나나를 먹기 위해 줄서는 어린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주사를 겁내는 아이들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그러나 이처럼 변화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기진단과 자기계발에 눈을 떠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고도의 디지털 세상이 와도 그에 맞는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는 것. 한국미래학연구소는 ‘디지털 지식사회 마인드 갖추기-자기진단 및 학습 프로그램’을 가동, 미래에 대비하는 훈련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고금의 진리는 아직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