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탄탄한 '백년주택' 도 가시화...다양한 리모델링도 가능
2007년 겨울, 회사원 P씨(30)는 아내 L씨와 상의 끝에 살고 있는 아파트를 손보기로 했다. 첫째아들 결혼에 맞춰 방 2개짜리 구조를 3개로 바꾸기로 한 것. 우선 건설회사에 ‘구조 변경’을 신청했다.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주택 내부를 집주인의 생활패턴에 맞게 언제든지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방을 늘리는 데 별 문제는 없다.더욱이 L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을 때부터 탄탄한 고강도 콘크리트에, 각종 배관과 배선, 그리고 보수가 쉬운 이중배관시스템 등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백년을 살아도 하루를 산 새 아파트’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주택건설업체들은 이런 미래형 주택을 5년 내에 실현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제4의 주거공간’ 개발 한창‘5년 뒤 차세대 아파트 시장을 선점하라.’신사업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에 떨어진 특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 들어 대형건설업체들은 물론 중소업체들까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컨셉 아파트를 선보이면서 차세대 아파트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깔기에 들어갔다.그렇다면 제3의 주거공간으로 불리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이어 5년 뒤 아파트 시장을 이끌 제4의 주거공간은 어떤 모습과 기능을 갖추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미래 주택전시관을 찾으면 쉽게 알 수 있다.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첨단주택을 주제로 한 주택문화관을 개설, 미래형 주택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99년 이후 건교부와 정통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차세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인텔리전트 아파트로 명명된 이 모델하우스는 음성인식을 통한 시스템제어를 비롯해 디지털 멀티박스로 간단히 조작하면 가스밸브, 에어컨 등 23가지 전자제품의 제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e홈네트워크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또 집안에 침입상황이 발생하면 거주자에게 e메일, 휴대전화 등으로 즉각 통보해주고, 가스밸브 등을 원격 조정하는 최첨단 기능도 선보여 종전의 사이버 아파트에서 한 차원 앞선 주택의 면면을 유감없이 선보였다.이에 뒤질세라 현대건설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주택문화관을 개설하면서 인텔리전트 갤러리를 선보였고, 대우건설 등도 첨단시설을 기반으로 한 주택을 선보여 건설업체의 e홈네트워크 아파트가 차세대 아파트를 특징짓는 주류임을 여실히 보여줬다.일부 건설업체들은 부분적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를 선보여 수요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미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는 홈오토메이션 기기와 첨단 방범시설 등이 도입된 상태이며, 지난 3차 동시분양을 통해 선보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에도 기존의 사이버 아파트 기능 외에 홈오토메이션 및 홈네트워크 기기가 추가 공급됐다.이 아파트에 당첨된 맞벌이 주부 최금미씨(37)는 “인터넷으로 집밖에서 전기밥솥을 작동시켜 밥을 미리 해놓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했다”며 “첨단시설이 갖춰진 미래 아파트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아파트값도 부쩍 뛰었다”고 귀띔했다.내구성 ‘탄탄’ 리모델링 ‘척척’e홈네트워크와 함께 차세대 주택의 기본 컨셉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바로 ‘백년 주택’이다. 지은 지 20년 정도면 재건축이 거론되는 종전 아파트를 대체해 ‘백년’은 충분히 버티는 내구성이 탄탄한 아파트를 의미하는 것이다.하지만 백년 주택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바닥재, 벽지, 디스플레이, 컬러 등을 주택 수요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수시로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의 수를 늘리거나 거실과 방의 위치를 바꾸는 등 다양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이미 삼성물산이 공사 중인 잠실 갤러리아팰리스나 현대건설의 하이페리온, 그리고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은 고강도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내부구조를 일부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 시공 중이다.삼성물산 주택부문 상품개발실 염지현 차장은 “롱런 하우징 시스템(Long Run Housing System)은 종전 벽식 구조에서 라멘조 방식을 채택, 수시로 다양하게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며 “디자인이나 배관 등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이중배관시공 등 첨단기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e홈네트워크가 이미 실현단계에 접어든 반면, 구체화된 ‘롱런 하우징 아파트’의 모습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우건설 상품개발실 관계자는 “철골조 초고층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일부 구조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자유롭게 리모델링이 가능한 롱런 주택은 아니다”며 “구조 관련 기술개발과 주택의 부품화, 표준화 등이 먼저 보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아파트 평면도 ‘내마음대로’ 바꿔업계에서는 5년 뒤 아파트는 평면을 ‘마음대로’ 바꾸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우건설은 초기단계인 DIY(Do It Yourself) 설계를 아파트에 적용해 수요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코오롱건설도 최근 기둥과 벽을 수시로 교체해 내부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멀티익스텐션(Multi Extension) 가변형 평면’을 발표했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업체간 차세대 주택개발이 자칫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사들은 마감재 고급화와 사이버 주택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분양가를 높여왔기 때문이다.그렇다면 5년 후 서울에서 선보일 아파트는 가격이 얼마나 될까? 부동산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차 동시분양까지 선보인 아파트의 평당분양가는 798만원. 이는 지난해 681만원보다 17%가 오른 금액이고, 97년 464만원보다 무려 72%가 상승한 수치다. 또 과거 5년간 서울지역 아파트분양가가 평균 11.4%가 상승한 점을 근거로 하면 5년 후 서울지역 아파트는 평당 1,2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32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지금은 2억5,530만원에 분양을 받을 수 있지만 5년 후에는 3억8,400만원을 줘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물론 강남지역은 더욱 높다. 올해 강남구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격은 1,593만원으로 전년 대비 16% 정도 뛰었다. 최근 5년 평균은 20%. 이를 근거로 5년 후 아파트분양가를 예측하면 평당 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서울 강남에서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줄잡아 6억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