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포구’서 번잡한 마음을 다독인다

글ㆍ사진 / 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굴비의 본고장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이나 고창나들목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절,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관광지보다 아담하고 포근한 서해의 포구에서 한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영광 법성포로 떠난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나들목을 빠져나가 23번 국도와 22번 국도를 바꿔 타며 법성포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채 20분이 안 걸린다.법성포가 초행길이라면 서쪽으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법성포 마을의 모습에 의아심을 품기 마련이다. 와탄천이 흘러드는 법성포 포구는 만조 때가 아니면 대부분 개펄이 시커멓게 드러나 과연 이곳이 포구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어찌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자그마한 포구가 기실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대목에서 여행자들은 내심 놀란다. 고려시대 초기에 개항한 법성포는 영산포와 함께 호남의 2대 조창으로 옛 문헌에서도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호남의 기름진 평야에서 나는 쌀은 법성포를 통해 조정에 올려졌다.고려시대부터 근대사에 이르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법성포는 파시를 이루며 팔도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평도와 칠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조기의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포구는 쇠락하는 듯했다.하지만 오랜 세월 이곳에서 전해져 오는 염장기법과 굴비건조에 유리한 천혜의 지형 조건으로 지금은 ‘영광굴비’가 아니라 ‘영광 법성포 굴비’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어깨를 맞대고 있는 굴비전 거리를 뒤로 하고 842번 도로를 따라 해안 드라이브에 나서본다. 현대건설 사원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그제야 서해안의 푸른 물결이 마치 잔잔한 호수인양 출렁인다. 금정산 산자락의 3부 능선을 휘도는 842번 지방도로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이곳이 서해안이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장쾌하다.발아래에는 계마항이 그림 같은 모습의 방파제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서해 남부의 주요 전진어항 역할을 하면서 송이도와 안마도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의 출항지이기도 하다. 법성포의 공기가 포근하다면 계마항의 공기는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시원함을 선사한다.계마항에서 내처 달려 가마미해수욕장까지는 10여분. 2,000여 그루 곰솔이 반달모양의 단단한 모래사장과 잘 어울려 겨울이면 하얗게 눈을 이고 선 풍경이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게 한다. 차량통행이 가능할 만큼 단단한 모래해변이 있고 해변 남쪽에는 암초들이 돌출되어 있다.이 암초에는 고동과 자연산 굴이 서식하고 있다. 썰물 때면 양푼과 굴을 캘 수 있는 연장을 들고 나와 잠깐 사이 찬거리를 마련해 가는 마을 아낙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가마미해수욕장 낙조 ‘장관’호남의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가마미해수욕장의 낙조 또한 장관을 이룬다. 멀리 칠산도 너머로 수평선으로 지는 오렌지빛 낙조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또다시 찾아가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칠산도는 참조기 등이 잡히는 황금어장이기도 하다.법성포와 인접한 백수읍 길용리는 원불교의 발상지다. ‘영산성지’라 하여 원불교 교인들에게는 성지순례지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백수해안도로와 연계돼 있어 일반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원불교는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에 바탕으로 한 은혜와 감사, 보은과 봉공을 실행하고 있다.성지 내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생가를 비롯해 기도터인 삼밭재 마당바위, 선진포 나루터, 대도를 깨우쳤다는 노루목 대각터, 제자들과 함께 바다를 막아 이룬 정관평 방언답과 교단에서 신성시하는 옥녀봉이 있다.영산성지를 둘러보았다면 백수해안도로에 멈춰 서서 수평선 위에 마치 고깃배처럼 떠 있는 칠산도를 조망한다. 백수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서해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마치 동해안의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게 한다.돌아오는 길, 불갑면으로 내려가 불갑사에 들러보길 권한다. 불갑사는 남중국의 동진에서 인도 고승 마라난타가 법성포를 통해 백제로 들어와 침류왕 원년인 384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꽃창살문이 번잡한 마음을 차분히 다독거려 준다.맛집 / 법성포 일번지식당굴비 한마리에 15가지 반찬 ‘일품’법성포 해안통에 위치한 굴비한정식 전문식당으로 2000년 전라남도로부터 남도음식명가 지정을 받았다. 한정식을 주문하면 1인당 한 마리씩 굴비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15가지나 되는 밑반찬 외에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이 20여 종류나 상에 나와 손님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계절에 맞는 활어회를 비롯해 자린고비,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 잘 삭힌 홍어와 편육, 서대, 장대, 박대, 병어조림, 갈치속젓, 꼬막, 삶은 새우, 갈치구이, 굴회 등 도저히 밥 한 그릇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반찬들이다. 그 하나하나만으로도 일품요리 수준이다. 이처럼 35~40가지 반찬이 차려지는 한정식은 1인당 2만원이고 1만5,000원짜리는 반찬가짓수를 조금 줄였다.20년 전 개업했으며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신용카드 사용 가능, 좌석 250석, 주차 30여대. 예약을 해야 음식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061-356-2268, 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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