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준 인재양성 주력...외형 늘리기보다 탄탄한 내실경영 '혼신'
김정태국민은행장국민은행의 바쁜 행보만큼이나 김정태 은행장(55) 역시 여러모로 의미 있는 1년을 보냈다. 거대한 두 은행이 합쳐진 만큼 다른 조직문화를 하나로 융합하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뛰어다닌 것.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국 지점을 순회방문하며 문제점을 파악했고, 지난 1년간 무려 7,000여명의 직원들과 만나 자신의 경영방침을 설파했다.조직이 탄탄하게 구축되면서 외형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뱅크가 됐다. 자산규모 204조원에 고객수 2,300만명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을 차지한다. 규모만큼이나 내실에서도 국내 최고.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무디스에서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3를 받아 국내 은행의 신용도 향상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이에 따라 98년 취임 이후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장사꾼 행장, 기업구조조정의 전도사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오히려 아시아의 희망이라는 묵직한 수식어가 덧붙여졌다. 미국 경제지 의 신년호 표지모델로 등장했고, 지의 ‘아시아의 스타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을 아시아의 리딩뱅크로 만들겠다는 그의 야심에 걸맞은 명성인 셈. 이미 그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넘보고 있다.“국민은행은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아시아에서 5위권입니다. 앞으로 규모만큼이나 영업범위도 아시아로 넓혀갈 생각입니다.”현재 김행장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시장은 중국. 단순히 몇 개의 지점진출로 생색을 내는 것은 거절한다.현지에서 본격적인 소매금융을 벌이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독자적으로 진출해 리스크를 부담하기보다 싱가포르, 홍콩 등의 화교권 은행과 공동으로 진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급하게 움직이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어떤 방법이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글로벌 수준의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직원들의 맨파워를 높이는 데 사명을 걸고 있다. 최근 그가 금융권뿐만이 아닌 재계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인사제도를 선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먼저 신입행원 전원에게 4년 내 조건 없이 미국 톱20 MBA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평소에도 MBA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도록 독려, 학위를 마쳐도 국민은행으로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퇴직예정자용 위로상품 정도로 여겨지던 안식년 제도도 10년 이상 근속직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장기근속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안식’을 허용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200여명이 신청했고, 앞으로 점점 더 규모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항상 몸에 밴 자신감 때문인지 최근 은행간 합병에도 소신이 뚜렷하다. 규모가 커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이미 국내 은행의 경우 4강 구도로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국의 경우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규모 은행들이 살아남았지만 과연 좁은 국내에 틈새시장이 있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지역밀착형 은행의 경우 심사능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김행장은 사실 은행인이라기보다 증권계에 잔뼈가 굵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조흥은행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대신증권, 동원증권 등 줄곧 증권가에 몸을 담았다. 33세의 나이에 대신증권의 상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고, 보험을 제외한 금융권의 모든 부문을 섭렵한 ‘금융통’으로 불린다.98년 주택은행장으로 화려하게 은행가에 입성하면서 지금까지 파격적인 발언으로 수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월급으로 1원을 제시했는가 하면 소신 있는 발언으로 정부의 영향력 행사에 불만을 표시했다.최근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는 기존 실무 관행에서 문제점을 찾는다.“갚을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봐야지 시간에 따라 계속 변동되는 부동산 가치를 담보로 한 대출은 위험하다”며 “담보대출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신용에 따른 대출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얼마전에는 스톡옵션 평가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66억원을 사회에 환원해 눈길을 끌었다. 시간이 나면 경기도 화성 주말농장을 찾는 소탈한 50대 아저씨지만 아시아 5위권의 은행을 짊어지고 가는 부담 때문인지 눈만 뜨면 은행업무만 생각한다.“우리나라의 국력은 세계 12위입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아직 세계 68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국가경쟁력에 걸맞은 은행을 만들어야겠지요. 무엇보다 5년 내 30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약력1965년 광주제일고 졸업. 70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7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석사. 69년 조흥은행 입사. 80년 대신증권 상무. 82년 동원증권 상무. 86년 동원증권 전무. 94년 동원증권 부사장. 97년 동원증권 사장. 98년 한국주택은행장. 2001년 국민은행 초대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