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어컨 중동 15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3대 브랜드로 꼽혀
지난 10월26일부터 30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공조전문 전시회 ‘빅5쇼’에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설치하고 판매상들의 시선을 끈 업체들은 현지 업체가 아닌 낯선 국기를 단 회사들이었다. 중동현지에서는 멀기만 한 ‘Made in Korea’의 이름을 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바로 이들이었다.빅5쇼는 건축시공자, 건축 컨설턴트, 딜러 등 2만여명이 참가하는 중동 최대 규모의 건축 관련 전시회로 올해 삼성전자는 30여평의 부스공간에 시스템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 대표적 백색가전 신규모델을 대거 선보였다. 또 LG전자는 부스도, 전시제품도 지난해의 2배 규모로 갖추고 전시회에 나섰다.국내 가전업체들의 중동시장 공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빅5쇼 참가는 바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예다.3~4년 전 만해도 일본이나 유럽제품이 휩쓸었던 중동시장을 한국제품들이 ‘고급 이미지’를 키워가며 시장점유율 수위를 차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가전 3사의 중동수출 물량은 각사별로 지난해에 비해 약 20~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에어컨의 경우 중동지역은 국내 가전업체들이 주요 수출지역으로 꼽는 곳 가운데 하나다. 국산 에어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5%가 늘어난 총 2억3,500만달러어치 수출됐다. 이 지역은 기후 특성상 에어컨 수요가 끊이지 않는데다 올해는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매출 신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그중 LG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 지역 15개국에서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에 수출한 백색가전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정도 늘었다”며 “이중 에어컨만 놓고 보면 30%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에어컨의 수출성장세는 20%에도 못미쳤기 때문에 올해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그중 LG전자는 ‘중동형 에어컨’을 따로 만든다. 올해 빅5쇼에서 선보인 신제품의 경우 섭씨 54도의 고온에서도 작동 가능한 ‘트로피칼’ 에어컨과 모래먼지가 많은 지역특성을 감안해 플라즈마 공기정화 기능을 적용한 ‘플라즈마 덕트형’ 에어컨 등이 있다.대우일렉트로닉스도 이 지역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에어컨으로 산소발생 제품인 수피아 모델을 꼽고 있다. 산소량을 38% 이상 증가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 이 제품은 중동 현지에서 약 1,500달러에 팔리고 있다.HD TV 등 첨단 신제품도 우선적으로 투입지난 11월 말 KOTRA의 발표에 따르면 에어컨 이외에 25인치 이상 중대형 컬러TV의 경우도 지난해보다 52.2% 증가한 4,800만달러어치가 팔려나갔다.LG전자가 에어컨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TV수출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의 활약이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중동ㆍ아프리카지역에 대한 가전제품 수출 예상 매출액은 15억달러다. 지난해 10억달러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향상된 수치다.특히 삼성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에서 PDP TV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시행해 온 브랜드 이미지 통합(BI)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며 “중동지역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실제로 지난해 현지에서 조사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소니, 파나소닉이 3대 브랜드로 뽑혔다는 것이다.대우 역시 현지밀착형 마케팅을 통한 중동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역특성상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 지역을 주요시장 중 하나로 보고 첨단 신제품들을 가장 먼저 투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HD TV, PDP TV 등을 중점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물이 귀한 지역특성이 반영된 ‘자물쇠 냉장고’ 등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대우의 지난해 이 지역 매출은 총 1억6,000만달러였다. 올해는 14%가 오른 1억8,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한편 국내 주요가전 3사의 중동지역담당자들은 이 지역에 대한 마케팅 활동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이 지역에 대한 투자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최근 국내 제품의 이미지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중동지역 경제가 안정권에 접어들어 실적향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다만 중동지역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의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틈새시장이 아닌 주요 투자지역 중 하나로서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INTERVIEW / 차국환 LG전자 중동아프리카 그룹 부장“현지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입니다”“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갈 일이 있었는데 통관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더군요.”차국환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에어컨수출 중동아프리카그룹 부장(44)은 지난 93년부터 2000년까지 LG전자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장을 지냈다.그는 공항에서 느껴지는 이 같은 작은 차이에서 중동시장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교를 종교적 기반으로 하는 국가가 대부분인 만큼 수출상대국으로서의 가치를 간과하기 쉽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지역이 바로 중동지역이라는 것이다.“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경우 가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발전된 산업도시입니다. 입국할 때 비자도 필요 없어요. 중동지역의 허브라고 할까요. 따라서 건설업이 활기를 띠고 있으니 저희에게는 시스템 에어컨을 대량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특히 이 지역에서는 고급제품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과시 구매 성향이 강한 것이 중동지역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앞으로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최근 중동시장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의 전략대로라면 지금의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라는 실적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