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ㆍ이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점유율 50% 넘어
자동차는 단일품목 가운데 대중동 수출실적이 가장 높다. 2000년 12억4,400만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12억6,300만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2위인 무선통신기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국산 자동차가 중동에 진출한 것은 지난 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80년대는 미미한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수출상이 연간 몇 십대를 파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99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중동지역본부를 만들면서 체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별도의 지역본부는 두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등 자동차 3사가 중동지역에서 판매하는 차종은 승용차와 RV(레저용 차량)가 주종을 이룬다. 승용차는 마티즈부터 에쿠스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차종이 진출해 있고, RV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국내에 비해 RV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 높다는 점이다. 보통 한 가구당 6~7명의 자녀를 두는데다 사막지역이 많아 RV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3사는 완성차를 수출하는 한편 현지에서 조립생산도 한다.판매실적 역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4만5,000여대(현지 조립생산 물량 포함)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5만1,000여대의 판매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크게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차와 대우차는 올해 실적 면에서는 평년작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지만 일부 국가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국내 2위 기아차는 시리아와 이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시리아의 연간 자동차수요량은 2만여대 수준. 이 가운데 기아차가 무려 40%인 8,000여대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을 따돌리고 오히려 국내의 현대차와 경쟁하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4,000여대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리오 모델을 택시회사에 공급,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현대차, 월드컵 스폰서 효과 톡톡히 봐기아차는 이란에서도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간 수요량의 55%를 공급한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차량의 절반 정도가 기아차인 셈이다. 다만 완성차가 아니고 프라이드 모델을 현지에서 조립해 납품한다. 이는 이란의 경우 전통적으로 완성차 수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차는 특정 국가에서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경우는 없지만 중동 내 최대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서 선전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에 밀려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꾸준한 마케팅과 가격경쟁력, 그리고 제품력을 앞세워 각각 1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해마다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이정규 현대차 중동지역본부 과장은 “상당수의 중동지역에서 일본 자동차가 5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꾸준히 추격전을 벌여 일부 지역은 이미 역전을 시켰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최근 들어 국산 자동차가 중동지역에서 크게 선전하는 원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뛰어난 가격경쟁력이며, 둘째는 품질향상이다. 셋째는 국산차의 인지도 상승이다. 가격경쟁력은 중동지역에서 최대의 파워를 행사하는 일본자동차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동급의 자동차일 경우 국산이 도요타 등 일본제품에 비해 보통 15% 정도 저렴하다.그런데도 제품의 질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한다는 것이 현지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차를 타본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한국차를 사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승훈 기아차 중동지역본부 과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차’ 하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각 업체들이 체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 이러한 인식은 사라졌다”면서 “한국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판매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2002한ㆍ일월드컵도 한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월드컵 공식스폰서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다만 중산층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일본차에 대한 뿌리 깊은 선호도는 여전히 남아있다.공격적인 마케팅도 한국차의 이미지를 크게 바꾸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중동지역본부 차원에서 잠재고객들을 상대로 홍보를 하는 한편 각 대리점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자동차 3사 모두 이란과 이라크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중동국가에 대리점을 두고 있으며, 애프터서비스 요원도 파견해 현지에서 고객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광고도 적극적이어서 현지방송을 통해 CF를 내보내고 있으며, 주요지점에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인지도를 올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3사 모두 올해보다 10~20% 정도는 더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내년 1월부터 쏘렌토를 본격 수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현재 시장조사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돋보기 / UAE, 자동차부품 유망시장으로 급부상연간 유통물량 3억달러 넘어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경제의 핵심지역이다. 특히 수도인 두바이는 ‘중동의 홍콩’으로 불리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히 ‘자동차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차량이 거리를 누빈다. 10분만 도로에 서 있으면 롤스로이스 리무진에서 5,000달러짜리 인도산 소형차까지 아주 다양한 차종을 구경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동차박물관’이다.많은 차종과 다양한 연식의 차량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역시 부품이 필요하고, 그 결과 두바이 인근지역에만 무려 700여개의 자동차부품상이 밀집해 있다. 자연 중동 최대의 자동차 부품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연간 내수 및 재수출을 위해 유통되는 부품이 3억달러어치를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흔히 자동차부품은 순정, 비순정, 신품, 중고품으로 대별되는데 현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순정부품으로 약 45%를 차지한다. 또 주요공급국으로는 일본, 한국, 유럽,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 꼽힌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최근 들어 한국산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산 자동차부품의 경우 한국차뿐만 아니라 일본차와도 호환이 가능하고, 일부는 유럽차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비결로 분석된다.한국산 부품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기민해졌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최근 두바이에 중동물류센터를 세워 수출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중동물류센터는 총 1,200만달러를 투자해 세워졌으며 대지 1만8,000여평, 건평 1만평의 초대형 건물로 앞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에 대한 부품공급을 전담하는 물류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박성도 현대모비스 부사장은 “두바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세운 것은 이 지역에서 운행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량이 올해 60만대에서 2005년에는 80만대를 넘어서는 등 자동차 수요의 급증이 예상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약 8만여종의 부품을 중동 및 아프리카 26개국 50여개 대리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중동물류센터를 통해 내년 약 4,000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6,000만달러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