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 ‘꿈틀’

최근 들어 건설, 가전, IT,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다. 중동시장이 살아나면서 현지 실적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업체마다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파견에도 적극적이다. 경영진 역시 중동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현지를 자주 찾고 있다.현재 제2의 중동붐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업종은 건설분야.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늘어난 수주실적을 바탕으로 각 업체마다 중동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이 가열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현지 지사를 새로 개설하고 건설인력을 대거 파견하고 있다,특히 건설 가운데서도 플랜트 부문은 올 들어 중동지역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그야말로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11월18일 기준으로 수주액이 27억6,000만달러에 달했고, 12월 말에는 30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조사팀 과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70~80년대에는 건축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중동에 진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고부가가치의 플랜트 수주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요즘 상황을 보면 제2의 중동붐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라고 말했다.가전분야도 기세가 대단하다. 일부 제품은 중동지역을 석권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메이드 인 코리아’의 돌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산 에어컨의 경우 중동 최대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조립품(자밀, 크래프트)을 비롯해 캐리어, 트레인, 내셔널 등 외국 브랜드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데다 애프터서비스(AS)가 좋고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컬러TV도 비슷한 상황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제품의 독무대였으나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25인치 이상 대형 TV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국산이 일제를 앞서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IT 관련 제품 역시 중동지역을 강타하며 건설에 이어 중동붐을 확산시킬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키아 제품이 석권하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시장의 경우 최근 70%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에릭슨이나 지멘스 등을 제치고 노키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휴대전화의 수출증가율 역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지난해에 비해 무려 64%나 늘었고, 중동의 상당수 지역에서 국산 휴대전화가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IT제품 ‘효자’로 떠올라단일품목으로 중동지역 수출액이 가장 큰 자동차도 최근 선전하고 있다. 유럽차와 일본차에 밀려 고전을 해왔으나 점차 인지도가 상승하고 제품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산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 등 그동안 한국산 차를 선호하지 않았던 지역의 사람들도 현대자동차 등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수출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업계에서 중동지역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이유는 최근의 실적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최근의 각종 조사자료를 보면 적어도 2020년까지 중동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나라로 나타나고 있다.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지역은 향후 20년간 세계 평균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연구위원은 “2001~2005년까지 실질 GDP 증가율을 추정해볼 때 전세계 평균증가율은 3.3%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지역은 무려 5,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특히 IT 등 일부 업종은 현지의 수요 급증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제2 중동붐’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예로 인터넷 가입자수를 보면 중동 전체로 볼 때 지난해 300만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1,300만명으로 네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전화가입자 역시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연간 30% 이상씩 늘어날 전망이다.최근 에이서컴퓨터의 중동본부장인 에릭 티엔은 “IT산업은 중동지역에서 적어도 5년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고, 컴팩의 조셉 하나니아 중동본부장 역시 “중동에서 IT시장이 둔화될 조짐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최근 산업계에서 일고 있는 중동바람은 미풍에 그칠 수도 있고 태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의 일부 지역은 최고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고가품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국가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업체 입장에서는 선택적 접근 전략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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