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부터 통관까지 클릭 한 번에 OK

'발로 뛰는 무역' 서 '앉아서 하는' 무역으로...프로세스별 연계미흡 등 문제점도

싸이퍼팀스는 17년 동안 에이전트 등을 통해 가방을 수출해 온 전통적인 오프라인 무역회사다. 이 회사는 얼마전 생면부지의 미국 회사로부터 대량의 가방을 수입하고 싶다는 제안(Offerㆍ오퍼)을 인터넷으로 받았다. 몇 차례의 추가상담이 오갔고, 11월 말 현재 이 미국 회사와 80만달러에 달하는 수출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인터넷무역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이 회사가 인터넷을 통해 무역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e마켓플레이스(e-Marketplace)인 EC21(www.ec21.net)에 eTP(해외바이어 발굴사업)회원으로 가입한 덕택이었다. EC21 e마켓플레이스에 회사와 제품을 소개하는 전자카탈로그가 만들어졌고, 주요 검색사이트에 회사와 제품이 소개됐다. 홍보메일도 유력 바이어들에게 보내졌다. 그리고 이를 접한 미국 회사가 오퍼를 냈던 것이다.충남 부여군청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배의 안정적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수출시장 개척을 추진했다. 수출경험이 없었던 군청 담당직원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말 퍼스트비투알(www. firstb2r.com)에 벤더(물품공급업자)등록을 했다.퍼스트비투알은 전세계 리테일러(소매상)들을 대상으로 무역중개를 해주는 사이트다. 며칠 만에 무려 다섯 군데의 대만 회사로부터 오퍼가 왔다. 퍼스트비투알에서 온라인 상담이 이뤄졌고, 부여군청은 지난 2월까지 60t의 배를 대만에 수출했다. 이어 내년 초에는 350t 이상의 배를 대만에 수출할 예정이다.인터넷 속으로 들어간 무역국제무역거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시장조사를 하고 상품이나 거래대상을 찾아 오퍼를 내는 것은 물론 상담, 계약까지 한다. 계약 이후의 업무 프로세스인 통관이나 물류,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상역, 보험, 금융결제 등도 사무실에 ‘앉아서’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른바 전자무역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전자무역이란 ‘무역의 전과정 또는 일부를 인터넷이나 EDI 등 각종 정보기술을 이용해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무역방식’이다. 인터넷무역, 사이버무역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전자무역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있다. 전자무역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무역업무를 편리하고 신속ㆍ정확하게, 또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아직까지 전자무역은 무역의 전과정을 완벽하게 ‘끊김 없이’ 전자적으로 수행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완벽한 전자무역이란 시장조사에서부터 바이어 물색, 계약, 상역, 통관, 결제 등에 이르는 모든 무역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처럼 수행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한국무역협회 이상진 e트레이드팀장은 “오프라인에 익숙한 무역업계의 관행, 전자문서 인증 및 보안 미비, 거래 대상이나 아이템에 대한 신뢰도 문제, 국가간 전자문서 통일 및 상호인정 부재 등으로 전자무역이 완벽히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부문별로 보면 오프라인 무역은 전자무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역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은 ‘시장조사 → 거래선 발굴 → 신용조사 → 상담ㆍ계약 → 상역 → 통관ㆍ물류 → 대금결제’ 등 7단계로 나뉜다. 전자무역에서는 이를 시장조사에서 상담ㆍ계약까지의 e마켓플레이스 영역과 상역, 통관ㆍ물류, 대금결제 등의 EDI 영역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거래선 발굴ㆍ통관부문 가장 활발무역업무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시장조사는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로 과거에는 무역유관기관의 자료를 활용하거나 직접 현지를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정보수집이 이뤄지고 있다.농산물 수출업체인 정안농산의 염정선 차장은 “웬만한 해외시장 정보나 통계는 무역협회의 KOTIS나 KOTRA 데이터베이스만 잘 활용해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며 세부 정보가 필요하면 인터넷 검색이나 인터넷을 통한 현지 유관기관 요청으로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음 단계인 거래선 발굴은 무역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케팅 과정이다. 현재 상담ㆍ계약 이전 단계의 프로세스 가운데 전자무역이 제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단계다. 과거에는 거래선 발굴이 현지 출장이나 일방적인 오퍼, 국제전시회ㆍ박람회, 수출상담회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거래알선 사이트와 e마켓플레이스에서 ‘클릭 몇 번으로’ 끝난다.현재 국내에는 이씨21(EC21), 이씨플라자(EC Plaza), 티페이지글로벌(Tpage Global), 이트레이더(e-Trader), 실크로드21(Silkraod21), 코보(KOBO) 등의 거래알선 사이트 및 e마켓플레이스가 있다.EC21의 경우 지자체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인터넷 수출을 성사시킨 실적만 올해 2,000만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플라자, 티페이지글로벌, 이트레이더 등에서 확인, 집계된 것까지 합하면 올해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수출 성사 실적은 대략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인규 이씨플라자 사장은 “이러한 실적은 기존 거래선에 대한 지속적인 수출이 아닌 신규 거래선 발굴이라는 점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인터넷 국제입찰을 통한 수출 성공사례도 자주 보고 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미국 유통업체인 K마트의 인터넷 입찰에 참가, 여성용 블라우스 40만장(약 100만달러 상당)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이씨플라자는 UN 산하 기구인 UNFPA(U-nited Nation Population Fundㆍ유엔인구기금)의 국제입찰을 통해 300만개(약 50억원 상당)의 콘돔을 수출했다.이밖에 거래선 발굴에는 △켐크로스(Chencross) 등 대기업 중심의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와 △콤파스(Kompass), 유로페이지(Europages), 토머스 레지스터(Thomas Register), 트레이드 리더(Tredeleader) 등의 웹비즈니스 디렉토리 △전자카탈로그(Cyber MartKorea) △개별기업 홈페이지 △사이버 전시ㆍ수출상담 △e시장개척단 등도 활용된다.무역거래에 대한 제반조건을 정하는 상담부문도 전자무역 방식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전화나 팩스 등 기존의 통신수단에서 e메일로 대체되는 추세다.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에이전시업체인 성도무역의 조민기 사장은 “e메일을 통해 상담할 경우 전화보다 명확하게 의사교환이 가능하고 팩스보다 이용이 편리하다”며 인터넷을 활용한 상담이 유용하다고 말했다.초고속인터넷망이 갖춰진 지역에서는 화상대화를 통한 상담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송혜주 과장은 “화상상담의 경우 간접 대면을 통해 웃음 등 감정교류가 가능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신용조사와 계약부문은 전자무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신용조사는 전자무역과 ‘궁합’이 맞지 않는 프로세스다. 현재 온ㆍ오프라인에서 D&B코리아, 신용보증기금, 수출보험공사 등이 대행해주고 있으나 비용부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전자문서 불인정 등 걸림돌 많아계약 이후의 프로세스는 계약이행 단계로서 무역업무 자동화부문에 해당된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무역업무 자동화 추진 계획에 따라 문서표준화와 EDI 방식 업무처리가 진행돼 왔다.각종 수출입 승인사항이나 비자발급, 신용장 개설 및 통지, 구매확인서 발급 등의 상역ㆍ외환부문은 현재 약 37% 정도만 EDI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표참조). 은행이나 보험회사, 각종 조합과 협회 등에서 내부 시스템과의 연계가 미흡한데다 전자문서 유통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대금을 네고할 때 필요한 서류 26종 가운데 4종만 EDI가 지원돼 전자무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통관부문은 가장 완벽하게 전자무역이 실현되고 있다. 100% 종이서류 없는 통관이 이뤄지고 있다.대금결제는 아직 SK 등 몇몇 대기업에서 트레이드 카드를 이용하고 있을 뿐 거의 전자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자대금결제 전문회사인 메타페이먼트 앤 트러스트(MP&T)사가 설립돼 본격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어서 주목된다.한국무역협회(KITA)는 최근 민간부문의 전자무역추진위원회(위원장 현명관)를 발족, 6개 분과위를 구성하고 각 부문별 미진한 전자무역 추진과제를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 차원의 전자무역추진위원회도 곧 구성될 예정으로 있다.이상진 KITA e트레이드팀장(전자무역추진위원회 간사)은 “2005년까지 도출된 과제를 해결할 예정”이라며 “이런 경우 우리나라 100대 무역기업이 전자무역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고 중소기업의 50%가 전자무역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40% 이상이 전자무역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e무역상사 생긴다내년 중 3개사 지정 중기 수출 지원유망한 상품을 개발하고도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희소식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유망 중소기업의 수출을 전문적으로 대행해줄 e무역상사가 내년 초 선보인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전자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수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 3곳을 e종합상사로 지정,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서 8억원을 확보했으며 무역진흥기금 등을 포함해 10억원 가량을 e종합상사의 수출지원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e무역상사는 삼성물산, SK글로벌, 대우인터내셔날 등 기존 종합상사들이 무역부문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그만큼 무역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수출기회가 줄어들고 있어 대체창구가 필요한 실정이기 때문이다.현재 EC21, 이씨플라자, 티페이지글로벌, 이트레이더 등 e마켓플레이스들 가운데 오프라인 무역대행 능력이 뛰어난 업체가 e종합상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산자부 관계자는 “100개 가량의 수출유망 업체를 지정, 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는 형태로 e종합상사가 운영될 것이므로 마케팅 능력과 오프라인 무역대행 능력이 선정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 e마켓플레이스들은 e종합상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이씨플라자. 당초 올해 e종합상사 지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올 사업목표 중 하나를 e종합상사 지정으로 정했을 정도다. e종합상사로 지정된 업체들 사이의 협력도 기대된다.마켓별로 흩어져 있는 바이어 오퍼 정보, 해외마케팅 툴을 통합무역마케팅시스템으로 엮을 경우 무역업체들은 하나의 e마켓에 가입해도 다른 e마켓의 무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 비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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