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경제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

관찰하기 시작하는 0~2세 때부터 조기교육해야... 가정이 최상의 교육장

오늘날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돈과 관련된 사안이 아닌가 싶다. 시장에서 야채값 100원을 깎는 일에서부터 억대의 집을 사는 일까지 그 액수와 내용도 다양하다. 돈과 관련된 문제들은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 관련돼 있다.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이 돈과 관련해 유지되고 때로 빗나가기도 한다.돈과 관련된 선택들은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아이들은 경제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아이들이 돈을 아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돈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실제로 외국의 연구결과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돈에 대한 인식이 일찍부터 발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부모들과의 인사치레로 아이들에게 주는 1,000원, 2,000원부터 부모들에게 부담이 될 정도로 지나친 세뱃돈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이 집 가까이에 있고, 버스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일찍부터 실제 시장을 접하게 된다.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돈’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교육을 아이들에게, 그것도 가능한 한 어린 나이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경제사회에서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평생 아이들의 경제생활을 책임질 수 없듯 아이들이 독립된 생활을 훌륭하게 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키워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른이 돼 어쩔 수 없이 독립된 경제생활을 하게 되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나씩 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미리 독립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면 미래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지금 경험하는 작은 어려움이 어른이 된 후 맞닥뜨릴 더 큰 어려움을 예방하는 백신이 되는 셈이다.더 큰 어려움 줄여주는 ‘예방교육’경제교육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돈과 관련된 문제를 양지의 문화로 꺼내 논의함으로써 돈이 ‘힘의 도구’가 아니라 ‘경제생활의 도구’라는 점을 깨우치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도구로, 자신의 의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다. 돈과 인간관계를 혼동하지 않고, 돈이 적고 많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돈을 경제생활의 도구로 삼아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경제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유다.따라서 경제교육을 통해 자신과 경제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하고 책임 있는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치관을 정립시키고, 생각과 마음과 행동의 힘을 키워주고자 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이런 점에서 최근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출판, 인터넷, 경제캠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경제교육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루는 한편 학부모들은 ‘경제교육을 시켜주는 곳 어디 없나’ 하며 찾고 있다.그러나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경제교육은 경제이론을 배우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방법을 배우려는 것도 아니며, 어려운 교육주제여서 꼭 전문교육자만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 경제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생활교육이라는 사실이다.생활교육으로서의 경제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경제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과 병행하여 기타 경제교육의 다양한 방법과 내용들이 보완될 때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부모의 경제교육 없이 성실한 경제인으로 아이들이 성장하기만 바랄 수 없는 일이다.가정에서 ‘돈 제대로 쓰는 법’ 가르쳐야가정에서의 어린이 경제교육을 강조할 때 일부 부모들은 한두 가지 오해를 하곤 한다. 먼저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경제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0~2세 아이들은 많은 것을 관찰하게 되는데 따라서 조기경제교육은 이때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부모가 자신의 경제생활을 다듬고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어린이 경제교육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2세 이후 아이들이 부모나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되고, 가게에 부모와 함께 간다든지, 아이가 스스로의 욕구를 표현하고 소비생활과 관련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 부모는 적극적으로 경제교육 시작해야 한다.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게 되면 이제 가정에서 하는 경제교육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가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기를 기다리는 부모도 있다. 용돈교육을 하려고 했다가 아이가 용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중단하기도 한다.그러나 용돈을 통한 경제교육은 아이에게 축구를 가르치기 위해 공을 사는 일과 같은 것이다. 공을 사지 않으면 축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용돈을 주지 않으면 돈 쓰는 법을 스스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실패를 통해 사회를 배운다. 용돈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방법을 깨우치게 하는 융통성이 중요하다.경제교육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까지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자녀교육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인내와 노력,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 영어와 음악을 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경제교육은 아이의 인생을 다듬는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경제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의 의지와 관심이 중심축이 되는 생활교육으로 시작돼 완성되는 것이 어린이 경제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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