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 류희대 . 김정숙 등 스타급에 이어 팀장급으로 확산
지난 4월 대한투자신탁운용에 사표를 던진 김정숙 매니저는 한 달 가량 조용히 지냈다.김매니저는 ‘최초의 여성채권매니저’라는 수식어를 달고 대한투자신탁에서 우먼파워시리즈 펀드를 이끌던 인물이다.따라서 그녀가 일터를 옮기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연스레 매스컴에 오르내리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녀는 외환코메르쯔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 과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았다.“펀드매니저의 이름을 보고 투자하는 고객이 있어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최소한 전 직장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스타매니저로 주목받던 그녀가 자리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회사마다 운용체계가 다르므로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더 좋은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형사에서 중소형사로 왔으니 영향력을 행사할 부분도, 책임져야 할 부분도 커졌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해야 하므로 펀드매니저로서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펀드매니저들의 인력이동 현상은 여전히 계속됐다. 올해는 특히 각 사의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의 과감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김정숙 매니저의 상사로 역시 대투의 간판 매니저 중 한 명이었던 류희대 매니저 역시 올해 명함을 바꿨다. 대투에서 채권운용팀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4월 김매니저보다 조금 먼저 신영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신영투신운용에서 채권운용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1인 다역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는 류매니저는 “나의 역할에 따라 부서와 회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주식형펀드 시장에 ‘템플턴’ 열풍을 몰고 왔던 이해균 매니저는 올해 활동무대를 옮긴 ‘스타’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매니저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하 템플턴) 주식운용팀장으로 국내 증시에 가치투자 붐을 일으키며 유명세를 치렀지만 지난 5월 초에 한일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최근 업계에서는 그가 곧 삼성투자신탁운용으로 다시 한 번 이동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권한ㆍ책임ㆍ보상의 불균형이 주원인올해는 스타매니저들의 이동과 함께 특히 팀장급 이상 매니저들의 이동이 잦은 한해였다. 현재 팀장에 해당하는 매니저들은 82, 83학번으로 소위 ‘2세대’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이해균 매니저의 이직으로 공백이 생긴 템플턴에는 오성식 B&F투자자문 상무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오매니저는 지난 7월 템플턴 주식운용총괄상무(CIO)로 영입됐다.비슷한 시기에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2팀장을 맡았던 이홍재 매니저도 자리를 옮겼다. 그는 맥쿼리-IMM자산운용에서 CIO를 맡고 있다.역시 7월에 손병오 제일투자신탁운용 팀장이 디베스트투자자문 CIO로 자리를 잡았다.이 같은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이동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보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권한과 책임, 보상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아야 펀드매니저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펀드매니저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회사보다 직업의 성장을 위해 일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매니저 한 사람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보다 실적을 통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전략이 회사와 매니저에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