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법으로 국내 광고 질적 향상 이뤄야”

“광고업계의 외국계 자본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득과 실을 따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한국광고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인호 LG애드 사장(60)은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국내 진출에 대한 업계의 논란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국광고업협회는 국내 광고시장의 85%를 차지하는 40개 광고회사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 단체다.“광고는 글로벌 마케팅의 일환이지 예술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우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겁니다.”이사장은 ‘광고는 곧 뉴스’라는 말로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광고업계의 글로벌화 바람을 설명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광고가 대중에게 소개되는 만큼 광고 자체가 뉴스가 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따라서 민족의 풍습과 관습 등이 얽혀 전해지는 매스컴의 특성상 광고시장이 갑자기 급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조건 선진기법을 도입한다거나 크리에이티브를 향상시킨다고 갑자기 업무환경을 변화시키려 해서는 안된다는 부연설명이다.“광고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변해야 하지만 또 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물론 발상은 합리성, 효율성 등을 중시하는 글로벌화된 생각을 해야죠. 하지만 표현까지 서구식으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들을 고수해야죠. 전통을 파괴하는 광고가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다고는 보지 않거든요.”갑작스런 업무환경 변화는 금물그렇기 때문에 광고시장의 외국계 자본 비중이 커지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의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마케팅 활동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것. 또 매스컴은 세계 속에서 ‘1일 생활권’을 이룬 데 비해 광고는 아직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광고시장의 외국계 바람은 국내 회사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기술은 수출한다고 하면서 왜 광고업계에 대해서는 ‘매각’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에서 가능성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고 보지 않고 말이죠. 이번에 WPP와 손잡은 LG애드에 대해서도 ‘팔렸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다만 그는 이러한 ‘외국바람’에 대비하기 위해서 광고인들과 광고주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 광고시장의 운영방식을 바꾸기보다 틀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협회 주최로 산학협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광고인들의 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광고시장의 외국계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현 시기를 바라보는 이사장의 논리는 ‘재탄생’(Rebirth)이다.“재탄생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탄생, 부활이 하나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재탄생으로 가는 ‘인큐베이터’입니다. 인큐베이터에서 탄생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호도 필요하고 영양공급도 필요하잖아요. 외국회사들의 진출을 계기로 그들의 선진기법과 누적된 자료라는 ‘영양분’을 충분히 가져와서 우리 광고산업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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