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적인 펀드운용 고수…‘왕중왕’ 등극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추구, 투자위원회 통해 운용전략 수립

조흥투자신탁운용은 업계에서 안정성을 가장 강조하는 운용사로 유명하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다 보니 때로는 보수적인 면이 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회사측은 우리의 강점이자 자랑거리라고 설명한다. 특히 채권펀드 운용에 있어서 급격한 펀드 듀레이션(원리금의 현재가치가 발생하기까지의 평균기간) 조정이나 선물 단기매매 등 투기적인 매매는 가급적 지양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듀레이션 조정과 저평가 채권 위주의 투자 등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실제로 이번에 조흥투신이 채권부문 베스트운용사로 선정된 데도 이런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광식 채권운용 2팀장은 “지난 1년간 일관되게 최고의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했다”고 말했다. 수익률 우선주의를 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또 하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정통적인 펀드운용을 고수한 것도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투신 펀드 시장에서는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에 금리스와프나 변동금리부채권(FRN) 관련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펀드로 각광받았고, 가입자들 역시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운용사들 역시 앞다투어 신상품을 출시했다.하지만 조흥투신은 이런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예상 수익률 등을 검토해 본 결과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오히려 낮게 나왔고, 예상과 달리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경우 수익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결국 이후에도 정통적인 방식의 펀드를 고수했고, 바로 이런 점이 전체 운용펀드의 수익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팀장은 “시장의 유행과 인기를 좇기보다 자체적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된 방식으로 지속적인 운용을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리서치 인력 대폭 강화… 투명성 높여최근 몇 년 사이 운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인 점도 조흥투신을 돋보이게 한다. 펀드매니저로 구성된 운용팀이 있지만 투자결정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뤄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투자위원회(Investment Committee) 제도다. 이 모임에서는 경기와 시장전망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고 펀드별 기본 운용전략이 결정된다. 여기서의 결정을 토대로 운용팀이 세부 운용전략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다.올 들어 투자위원회의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리서치팀을 8명으로 대폭 보강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리서치팀을 형식적인 조직으로 운영한 측면이 있지만 투자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하고, 궁극적으로 투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서치팀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홍우형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투자의 투명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회사 시스템을 더욱 정비하고 관련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요즘 조흥투신에는 공부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성과급 확대 등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경영진이 앞장서 세계적인 운용사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나가자고 독려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미 채권운용팀 채권매니저 6명 가운데 5명이 공인재무분석사(CFA) 2~3차 시험에 응시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재호 기획전략팀장은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선진 운용기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채권운용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조흥투신은 올해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관리와 운용시스템의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이미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위험을 제한하는 내부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또한 개별펀드에 대해서도 약관에 규정된 기업별 투자한도뿐만 아니라 업종별 및 그룹별로 별도의 투자한도를 제한해 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밖에 시장 상황에 맞는 가장 저평가된 투자대안을 찾아내기 위한 투자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팀장은 “운용시스템의 강화는 운용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고 운용전략을 다양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최근 투신업계는 국내 채권시장의 저금리화와 운용보수의 하락, 운용상품의 단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홍대표는 “운용대상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넓혀 적정 운용보수를 얻으면서 고객에게는 양질의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단기적인 이익추구나 외형 키우기보다 고객의 이익과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회사로 키울 생각”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을 내다보는 미래 지향적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인터뷰 / 홍우형 대표이사“우리의 경쟁상대는 선진국 운용사”홍우형 조흥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42)는 지난 8월 취임해 회사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미국 월스트리트와 국내 투신업계에서 일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흥투신 변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취임 후 가장 강조해 온 점은 무엇입니까.원칙중심의 투명한 운용을 통하여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형중심의 성장과 단기적인 수익달성에 연연하지 않는 정도경영 역시 중점 추진사항입니다. 특히 우리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충실해야 하는 만큼 이 점 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선진 운용사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까.물론 아직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시스템 차원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운용인력을 중심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또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문제는 순차적으로 개선하면 머지않아 않아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리스크 관리는 어떻게하고 있습니까.취임 이후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분야가 바로 리스크 관리입니다. 운용사가 잘못해 소송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더욱 체계적으로 가동하고, 운용 역시 더욱 투명화ㆍ선진화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할 생각입니다.회사의 외형을 키울 계획은 없습니까.수탁고 기준으로 업계에서 7~8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상위권에 속합니다. 다만 주식형펀드 부문은 규모가 작은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수탁고를 늘리는데도 힘쏟을 생각입니다. 다만 외형 키우기는 내실을 다진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앞으로 조흥투신을 어떤 회사로 키울 생각입니까.머지않아 많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 업체들이 아닙니다. 아울러 우리도 이제는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이제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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