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누적수익률 42.14%로 업계 평균 21.23%보다 크게 높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올해 주식운용부문에서 나타낸 성과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1년 누적수익률로 보면 42.14%, 업계 평균 21.23%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평가기간(2001년 12월1일~2002년 12월2일)인 1년 사이에 종합주가지수가 12.57% 상승한 것과 견주면 29.57%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거뒀다.미래에셋의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장점만 취합한 절충형의 승리’라 할 수 있다.첫 번째 ‘절충’은 운용체제다. 개인의 판단을 중시하는 운용과 시스템 접근방식의 장점을 추려 만든 게 미래에셋의 운용체제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의 주식운용 체제는 투자전략위원회, 운용전략회의, 리서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협력하는 구도로 이뤄져 있다. 운용프로세스는 이렇다.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운용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자산배분을 결정한다. 그러면 운용자들이 운용전략회의를 거쳐 모델포트폴리오 안에서 구체적인 편입종목과 수량, 매매시기 등을 결정한다. 리서치팀과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이들을 받치면서 견제하고 있다. 리서치팀에서는 모델포트폴리오와 투자유니버스를 만든다.이 같은 구도는 2년 전부터 모습을 갖췄다. 펀드매니저 한 사람에게 의존해 운용할 때의 장점인 창의력과 시스템에 의한 접근방법의 장점인 안정성 및 합리성을 추려 결합시키기 위해 고안한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구재상 대표는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팀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회사의 진짜 강점은 팀 구성원들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된다는 것이다. 형체가 있는 게 아니라서 보여줄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보텀업’과 ‘톱다운’유연하게 구사두 번째 ‘절충’은 투자철학에 있다. 미래에셋은 소위 ‘보텀업’(Bottom Up)과 ‘톱다운’(Top Down) 방식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구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운용역이나 인하우스 리서치 애널리스트 모두 부지런히 기업탐방을 다니면서 우량 종목을 발굴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는 ‘보텀업’ 방식으로 접근한다.“시장 전체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보다 종목을 골라내는 게 더 쉬우니까요.” 손동식 운용본부장의 말이다. 여기까지는 템플턴식 ‘가치투자’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주식시장의 상승-하락 추세를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하락 추세로 반전될 것이라 판단될 때는 주가지수 하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지는 종목들을 편입하고, 상승 추세를 예상했을 때는 과감하게 경기민감주들의 편입을 늘리는 등 시장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톱다운’ 전략도 섞어서 사용했다.이 같은 절충형의 우수성이 지난 2년간 높은 수익률로 증명됐기 때문에 미래에셋 사람들은 이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드높다.미래에셋을 최고운용사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한 것은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라는 2개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역할이 컸다. 이 펀드들은 개별 ‘베스트펀드’에서도 주식형에서 각각 1, 2위로 꼽혔다.인터뷰 / 구재상 대표이사"내년 상반기가 간접투자 적기"구재상 대표(38)는 그 자신이 명성을 날리던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미래에셋 초기멤버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미래에셋투신운용 사장 등을 거쳤고 2001년부터 자산운용 대표로 있다. 평범한 브로커로 증권사에 입사해 30대에 브로커와 펀드매니저의 최고봉에 모두 올라서 본, 증권가의 스타다.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나 사장인 지금이나 그는 운용과 관련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투자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직접 운용에 관여하고 있다.구대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도 “지난해에도 우리 뮤추얼펀드들의 수익률이 좋았는데 기간이 1년이 안돼서 평가대상에 끼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내년 상반기가 간접투자의 적기가 될 것”이라면서 “600대에서 자금이 들어왔으면 하는데 꼭 지수가 올라간 다음에야 뒤늦게 돈이 들어와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 손해를 본다”고 덧붙였다.올해 성과가 좋았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봅니까.작게 보면 모델포트폴리오 구성을 잘했던 게 직접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팀간의 조화, 구성원간의 조화, 제도와 사람의 조화 등 조화가 잘 이뤄진 게 주효했습니다.몇몇 전략가들이 내년 주식시장에 대해 아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견해는 어떻습니까.내년에는 주가지수가 650~9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한단계 도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들쑥날쑥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게 올해 증명됐습니다. 외국인투자가들도 이제 한국 기업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내년에 경기가 회복 돼 상승모멘텀까지 생기면 시장이 큰 탄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인디펜던스나 디스커버리가 마젤란 같은 장기 펀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펀드를 설정할 때 처음부터 4년 이상의 성과 레코드를 가져가는 게 바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회사의 간판펀드로 언제까지나 가져가고 싶습니다. 특히 미래에셋의 펀드들이 ‘수익률 몰아주기’가 가능한 소형펀드가 아니라 1,000억원, 2,000억원짜리 대형이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개방형 뮤추얼펀드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 종목을 오래 보유할 수 있다는 점과 펀드규모가 크다는 데서 장기펀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