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경제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부실기업 처리 문제로 1년 내내 시끄러웠고, 특히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는 주식시장에도 큰 충격파를 던지며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 큰 부담을 주었다.빈부격차와 신용대란도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며 제2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낳았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신용문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의 목을 죄는 ‘공공의 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집값 폭등은 1년 내내 서민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2003년 계미년의 경제 역시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지난해보다 더 힘든 1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최근 크게 위축된 내수 역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도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품목인 반도체, PC 등 세계의 IT경기가 아직도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IT경기 회복이라는 호재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지만 낙관은 금물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게다가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기간을 통해 개혁 이미지를 많이 심어준 만큼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끌고나갈지 자못 관심을 끌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2003년은 우리 경제가 최근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2001년의 침체상황으로 회귀할 것인지의 분기점이 되는 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점을 보완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새로운 상승의 계기를 맞을 수 있지만 구조조정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경제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시 위기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대외적인 여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일본경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국의 경우 10년 호황 이후 주춤한 상태로 언제 다시 살아날지 예측을 불허한다.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새로운 변수로 만약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전쟁 상황과 기간에 따라 파장은 달라지겠지만 우리로서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지금 시점에서 2003년의 경제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새로운 돌출변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우리 경제의 이슈를 미리 짚어보고 우리의 준비자세를 가다듬는 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3년의 경제이슈를 전망해보고 대책을 찾아보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2003년 10대 경제이슈’를 정해 이슈별로 점검하고 문제의 대안을 찾아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10대 경제이슈는 국내와 국외로 나뉘어 선정됐다. 먼저 국내 이슈로 ‘주5일 근무제, 본격화되나’ ‘집값, 과연 잡힐까’ ‘저금리 기조, 언제까지 이어질까’ ‘물가, 어디까지 오르나’ ‘가계부채, 해법은 없나’ ‘실업문제 풀 우선순위는’ 등 6가지를 뽑았다. 또 국제 이슈로 ‘미국경제, 살아날까’ ‘이라크전쟁, 실제로 터지나’ ‘외국인투자가, 국내 투자 늘릴까’ ‘세계 IT산업 향방’ 등 4가지를 선정했다.10대 이슈의 선정기준은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을 위주로 했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무거운 주제는 가급적 피했다. 아울러 현재 개인의 경제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선정했다. 국외 이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가 여부를 중점으로 살폈다. 미국경기, 이라크전쟁, 외국인투자가 문제 등을 주요 이슈로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10대 이슈를 단순히 이런 것이 문제가 되겠구나 하는 정도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구체적인 진행방향을 살펴보고,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대응책을 강구해야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에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