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새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까?’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빚을 낸 개인이 늘어났고, 최근의 저금리 기조로 이자생활자들이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에게도 금리는 피부에 와닿는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앞으로 경제성장률이 8% 이상 되거나 세계적 이변으로 환율ㆍ유가가 폭등해 물가가 5% 이상 상승하는 등 기현상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금리가 두 자릿수로 폭등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금리기조다. 하지만 이런 큰 방향 외에 금리를 자신 있게 전망하는 이들은 찾기 어렵다. 2002년 초에 금리를 잘못 예측해 가혹한 시련을 겪은 경험 때문이다.향후 금리전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체로 올 상반기까지는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 동결을 결의했으며, 재경부 역시 금리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있는 등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산업은행은 올해 경기회복, 주가상승, 수급악화, 물가불안 등의 요인을 들어 상승기조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에는 변동이 거의 없고, 2분기에 횡보세가 나타나며 3분기부터 상승한다는 전망이다. 즉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경우 2분기 5.5%에서 3분기 6.0%, 4분기 6.1%를 나타낸다는 전망이다.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하반기에 소폭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채권 금리의 경우 예보채 만기가 집중되고, 채권 공급부족 등으로 2003년 3분기에 7.60%까지 오른 뒤 4분기에 소폭 하락한다고 예측했다.3개월 내 1.0%포인트 하락가능성도민간연구소인 포스코경영연구소 곽창호 경제동향연구센터장은 “국고채 3년물 금리 기준으로 2003년 1분기 6.2%, 2분기는 6.3%, 4분기는 6.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6.5%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올해 이라크전쟁을 피해가거나 발발하더라도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 미ㆍ이라크전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로 빠져든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평균 5.2% 수준까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미래에셋계열의 한국채권연구원 이창용 이사는 “앞으로 6개월간 현재와 비슷한 5.4%대에서 유지된 뒤 향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한편 외국증권사에서는 도발적인 의견도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면서 “한국은행은 2003년에는 내수부진과 함께 물가상승세 둔화로 실질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금리를 최소한 1.0%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이다. 인하시기는 앞으로 3개월 이내”라고 밝혔다.현장에서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조흥투신운용 채권운용1팀 김형호 팀장은 “새해 초에는 약간 떨어지고 4분기부터 조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5.2~5.4%대로 전망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5.4~5.7%로 보고 있다. 절대금리 자체가 기대 수준보다 너무 낮기 때문에 약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라고 김팀장은 전했다.직접 예금ㆍ대출 고객을 만나는 이들의 얘기는 어떨까. 조흥은행 PB 류남현 팀장은 “카드빚, 가계대출 억제책 등과 맞물려 대출금리는 올해 상반기에 약간 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예금금리가 따라 오르는 것도 아니다. 다만 2002년 말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고객들에게 얘기한다”고 말했다.그는 ‘요즘 예적금 관련 상품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금을 단기상품 위주로, 하락이 예상된다면 장기상품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지만 올해 큰 폭으로 금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런 상품기간 전략은 당분간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