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장진 등 ‘노문모’회원 크게 활약

‘눈 오는 겨울거리에서 시민을 위해 묵묵히 눈을 치우고 쓰레기를 담은 리어카를 끄는 청소부가 대통령?’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손에서 나온 새 대통령의 모습이 바로 이렇다.노무현 16대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광고 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시사만평으로 유명한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만든 게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유명세를 치렀다.박재동 화백은 ‘노문모’(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창립멤버로 ‘어떻게 하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을 만들게 됐다.박화백은 지난해 11월 말 광고기획안을 들고 무조건 민주당을 찾아갔고, 김경재 새천년민주당 홍보본부장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이렇게 만들어진 편은 외신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고 민주당 홍보 관계자는 전했다. 총 6편의 민주당 대선후보 CF 중에서 가장 많은 13회가 방송됐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는 흔히 ‘국민의 승리’로 불린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노사모’와 희망돼지저금통 등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국민 모두 목격했기 때문이다.노무현식 홍보전략을 만든 사람들의 구성도 마찬가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흡사 ‘다국적 기업’ 같은 조직을 만들어낸 것이 이들의 모습이다.박재동 화백처럼 대선 홍보를 자처한 인물로 같은 노문모 회원인 장진 감독을 들 수 있다.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장감독은 최근 한 연극의 연출을 맡고 있다. 따라서 그가 연출한 편 광고는 연극 공연시간을 피해 밤과 새벽에 제작됐다. 풍자만화로 유명한 정훈이씨도 플래시애니메이션 광고인 편에 참여했다.이번 노당선자의 광고들은 긍정적인 캠페인을 유도해 국내 정치광고의 새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신문, 라디오, TV광고를 책임진 민주당 홍보본부 특수홍보국의 인물 구성도 무척 독특한 모습이다.김용일 국장은 광고PD 출신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광고회사 코래드 출신의 정보성 부국장과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김태곤 부장, 디자이너인 유우영 차장이 가세해 광고를 책임지는 특수홍보국이 구성됐다. 각종 광고는 여기서 주도하는 홍보본부 기획회의를 거쳐 결정된 내용을 가지고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선정된 2개의 제작부티크가 만들었다.이밖에도 노당선자의 고향후배로 알려진 송치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카피를 만들고 ‘OK SK’ ‘하이트맥주’ 광고제작에 참여한 송치복씨는 홍보본부 소속은 아니지만 과 편을 만들었다.방송계출신 즐비한 찬조연설준비단2002년 11월 초 코미디영화로 데뷔를 준비하던 허경진씨는 선배의 권유로 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찬조연설 연출을 맡은 그의 첫 임무는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었다.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지난해 11월19일, 영화에 대한 열망을 뒤로한 채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영화의 거리와 반대편인 남포동 자갈치시장.그가 이곳에서 찾아낸 것은 현지 상인 3명이었다. 당시 대통령후보였던 노당선자의 찬조연설자가 될지도 모를 이들을 찾기 위해 허씨는 자갈치시장을 다섯 번이나 돌며 상인들의 말투와 외모, 목소리를 꼼꼼히 살펴보았다.지난 16대 대선의 스타 중 한 사람인 ‘자갈치아지매’ 이일순씨의 탄생은 이렇게 이뤄졌다. 허경진 새천년민주당 방송찬조연설준비단 연출2팀장은 ‘자갈치아지매’를 찾으라는 찬조연설단의 지시를 받아 이일순씨를 비롯한 3명을 최종후보로 찾아냈고, 그중 노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이일순씨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자갈치아지매’를 비롯해 가수 신해철씨 등의 참여를 유도해낸 찬조연설단에는 허경진 팀장말고도 이색경력을 지닌 인물이 여럿 있다.연출1팀장을 맡고 있는 김봉희씨는 KBS 코미디실 소속이었던 개그작가 출신으로 문성근, 신해철, 농민편 등의 찬조연설을 연출했다. 연출2팀의 장일석 부장은 무대감독 출신, 박재형 부장은 조감독 출신이다.이밖에도 찬조연설단에는 외부작가 5명이 원고내용을 다듬는 일에 참여했다. 3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에 속하는 이들 작가는 TV, 소설, 시, 희곡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로 구성됐다.한편 노당선자의 홍보를 담당했던 많은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 승리가 몇몇 사람들의 활약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노당선자를 지지하는 담당자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무진이 모든 일을 책임질 수 있게 한 합리적 의사결정구조가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실제로 상대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실무선과 결재선 사이에 수정이 너무 많아 효율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따라서 노무현식 홍보전략을 만든 것은 개방적 사고를 지닌 당 관계자들의 정치감각과 노당선자에 대한 열정을 지닌 실무진의 과감한 시도가 맞물려 내놓은 결과물이었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돋보기 / AL하우스 & 브랜즈알어스신문광고 경쟁적으로 제작‘AL하우스 vs 브랜즈알어스(Brands-Rus).’이들 두 개의 광고제작부티크는 2002년 10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거의 매일 대결을 벌여야 했다.경쟁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노무현 대선캠프의 광고제작 대행사로 결정된 이들 두 회사는 특수홍보국에서 정한 광고방향에 맞춰 작성한 시안을 가지고 날마다 프리젠테이션을 거쳤던 것.AL하우스는 디자인전문 제작사로 캠페인 기간에는 제일기획 출신의 프리랜서 광고인들이 가세해 한팀을 이뤄 활약했다. 삼성그룹의 광고를 진행했던 박종은 카피라이터와 광고대행사 컴온의 김현중 이사, 그리고 AL하우스의 황경환 디자인실장 중심으로 광고를 제작했다.또 다른 제작대행사인 브랜즈알어스(BrandsRus)는 브랜드컨설팅 광고회사. LG애드에서 마케터로 활동했던 강희중 사장이 AE를 맡았다. 강사장의 LG애드 입사동기인 권혁철 PD가 연출을, 그리고 여기에 이윤철 카피라이터가 함께했다.양사는 모두 감성적인 소구로 이번 대선 유권자를 공략했다. 또한 흔히 정치광고의 전형으로 여기는 네거티브 전략을 피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흥미로운 것은 캠페인 성공비결에 대해 미리 약속이나 한 듯한 답변을 내놓은 점이다. ‘제품이 좋아서 누가 만들어도 잘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하지만 전문광고인인 이들에게는 승리한 캠페인인 이번 대선도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AL하우스의 AE를 담당한 김현중 이사는 “제대로 된 광고를 하자면 소비자인 국민을 의식해야 하는데 국내 정치광고는 여전히 상대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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