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로 승부한다’… 구관이 명관

김학주·조용준·송계선 등 간판 바꾸고도 1위 차지

‘내 브랜드로 승부한다.’‘2002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소속이 바뀐 이는 모두 3명이다. 이들 중 2명은 상반기에도 베스트에 올랐었고, 다른 1명은 2위에 오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소속회사의 명성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주인공 중 한 명은 동원증권의 송계선 연구위원. LG투자증권에 근무하던 지난 2001년 상반기 조사에서 섬유 및 피복업종 1위에 올랐던 송위원은 이후 2001년 하반기와 2002년 상반기에는 삼성증권의 소용환 연구위원에게 1위를 내줬다.그러나 동원증권으로 옮긴 후 2002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소위원을 누르고 1위를 탈환했다 더 작은 규모의 회사에 둥지를 틀었지만 자신의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더 높인 것이다.현대증권 소속이었던 2002년 상반기에 이어 이번에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김학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주’에 대한 투자의견에 좀더 객관성을 싣기 위해서라고 이직 이유를 밝힌 김위원은 “맡고 있는 업종의 특성상 현대와 관련된 기업을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현대의 옷을 벗고 이야기해야 객관성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이런 그의 생각을 인정하듯 그를 본받고 싶다고 말한 애널리스트들도 많다. 같은 회사의 김경중 팀장은 “재무분석과 민감도 분석을 병행하는 그의 기업분석을 배우고 싶다”고 했으며 ‘도소매를 담당하는 한영아 연구위원은 “정확한 가치산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김위원의 리포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대우증권의 조용준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신영증권에서 옮긴 경우다. 그는 지난해 8월 대우로 옮기면서 2~3주에 한 번씩 조선업 시황리포트를 꾸준히 업데이트한 것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김경중ㆍ이기봉ㆍ송계선 ‘1위 탈환’이번 2002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외의 인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던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 1위를 내주었던 ‘구관’이 신진세력을 몰아내고 베스트를 탈환한 경우도 나타났다.2002년 상반기 평가에서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는 철강 부문의 이은영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삼성증권 김경중 연구위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는 서로의 희비가 엇갈려 김연구위원이 이위원을 총점 138점 차이로 앞서 베스트에 선정됐다. 철강 부문 베스트에 단골로 올랐던 김연구위원은 상반기 평가에서 2위에 그쳤던 것에 대해 “타성에 젖은 나에 대한 채찍질이었다”며 “하반기에 더욱 노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털어놓았다.이기봉 삼성증권 연구위원 역시 1위를 되찾은 인물. 리서치경력 4년차인 이연구위원은 2002년 상반기 평가에서 기술적 분석과 계량분석을 통틀어 평가한 기술적 분석 부문에서 1위에 올랐지만 같은해 하반기 계량분석에서는 3위에 그친 바 있다.김승식 팀장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그는 이번 1위의 은공 역시 후배들에게 돌렸다. 리서치 어시스턴트들의 노력 없이는 좋은 리포트를 많이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또 섬유 및 피복업종의 송계선 애널리스트 역시 1위 탈환 그룹에 속한다.조병문, 3관왕 2연패 ‘기염’한편 삼성증권 강성빈, 현대증권 전종우, 교보증권 임송학, 대우증권 김성주, LG투자증권 황재훈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가에서 처음으로 베스트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전통적으로 엔터테인먼트·미디어·광고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현대증권 한승호 애널리스트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1위에 오른 강성빈 수석연구원은 “그저 담담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직과 성실이 생활신조라는 강수석은 “시장도 인생도 기다리면 기회가 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거시경제 및 금리 부문에서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현대증권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었을 때 급증하는 민간소비를 유지할 만큼 임금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낙관론을 경계한 점이 수상 비결”이라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1위에 선정됐다”고 겸손해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91년부터 7년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한 바 있는 그는 지난 98년부터 현대증권에서 거시경제 분석을 맡고 있다.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 역시 ‘소신분석’이 통한 경우다. 이코노미스트, 국회의원 보좌관 등의 이색경력을 지닌 그는 지난해 5월의 하락과 10월의 기술적 반등을 정확히 예측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거래소시황 부문에서 베스트에 오른 대우증권의 김성주 연구위원은 “대우증권의 1일 시황 분석력은 업계 최고”라며 “다른 증권사와 달리 매일 시황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마지막으로 올해 신설된 파생상품 분야에서 1등에 오른 LG증권의 황재훈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시황 전달뿐만 아니라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낸 점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황애널리스트가 자랑하는 보고서는 와 로 파생상품 투자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편 이번 조사에서 조병문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증권, 은행 및 신용카드, 그리고 보험 및 기타금융 분야에서 3관왕을 차지해 3관왕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조위원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은행업 리포트인 은 내용과 적시성 면에서 지난해 증권업계 빅히트 리포트로 평가받고 있다. 또 구희진 LG투자증권 연구위원과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나란히 2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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