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WTO 가입 기대로 투자유망국 부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확실성이 많은 한해가 될 것 같다. 특히 상반기에는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 불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여부, 미 달러화 약세 등으로 불안요인들이 몰려 있다.이처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올해 유난히 돋보일 두 국가가 있다. 바로 과거 사회주의 양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다. 그중에서 2001년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미 러시아 주가는 2001년 80%, 지난해는 4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세계 최고수준이다. JP모건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러시아 채권지수의 상승폭도 이머징마켓 채권지수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불과 4년 4개월 전에 외채상환불이행(모라토리움) 문제로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1990년대 들어 고르바초프가 체제개혁을 선언한 이후 한동안 혼미상태가 지속됐고 중남미와 함께 최악의 외채부담으로 고통을 받아왔던 러시아가 이처럼 급부상하는 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무엇보다 2000년 하반기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해 온 개혁정책이 주효하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임 옐친 시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연금ㆍ재정ㆍ조세ㆍ토지ㆍ사회보장ㆍ노동ㆍ사업ㆍ기업환경ㆍ은행ㆍ독점기업 등 개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99년 이후 강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경상수지는 99년 이후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는 무려 600억달러 이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경기회복과 외채문제, 국가신용도 개선에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러시아 경제도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러시아 경제는 2000년 9%, 2001년에는 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속에서도 러시아 경제는 최소한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다른 하나는 서방정책이 변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외채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90년대 들어 2000년 하반기까지 러시아의 외채정책은 런던클럽(민간채무)과 파리클럽(공공채무)에서 결정된 외채탕감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그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대외 외채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함에 따라 대외신용도가 악화되고 급기야 98년 8월18일에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이 같은해 9월29일 이후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았었다면 세계경제는 신용경색(Credit Crunch)으로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질 상황이었다.이러던 러시아 경제가 2001년 이후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 노력으로 대외신용도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채 시장에서 다시 유로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는 외채를 상환하거나 외채상환 기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결국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외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러시아가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가 대외경제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부정부패 등 고질적인 문제 상존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의 외채문제는 올해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적으로도 러시아의 대이란 미사일 개발지원 의혹,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미국의 외국산 철강수입 규제 등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언제든지 다시 악화될 소지도 있다.러시아 내부적으로는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빈부격차, 빈약한 산업경쟁력, 마피아 경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 있고 공산주의로 회귀하자는 국수주의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앞으로 러시아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는 점은 남아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와 세계경기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지난해 4/4분기 이후 베네수엘라의 장기파업, 이라크전쟁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최소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목표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1월 말이나 2월 초에 예정대로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유가의 강세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발발해 4~6주 이내에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경우 국제유가는 한때 36달러 선까지 오르다가 올 2/4분기에 10달러대로 폭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미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올 하반기 이후에는 유가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만약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6~12주까지 지연될 경우 국제유가는 한때 40달러까지 치솟다가 2004년 말까지도 30달러 이상의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국제유가는 한때 80달러로 급등하다가 그후 안정된다 하더라도 35달러 이상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2001년 상반기에 마련된 △기업환경 관련 7개 법안 △재정개혁 관련 7개 법안 △은행 관련 3개 법안을 토대로 탄력 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제는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투자유망지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러시아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무난히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올해도 세계경제에서 과거 사회주의의 양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경제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