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경영으로 세계 10대 호텔 도약”

허태학호텔신라 사장허태학 호텔신라 사장(58)의 출근시간은 보통 오전 7시30분. 하지만 5층 집무실에 들어서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다. 이는 허사장이 2002년 3월 에버랜드에서 호텔신라 CEO로 자리를 옮긴 뒤 변함없이 지켜온 것으로 2시간 가량 지하 3층 직원사무실부터 23층 객실까지 걸어서 돌아본다. 그렇다고 군대 점호처럼 깐깐하게 점검하고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직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식사는 했는지, 집안에 무슨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걱정해주는 것이 전부다.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단지 허사장의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은 아니다. ‘내부 직원이 만족할 때 고객만족경영이 가능하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그는 취임 이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심정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직원들의 마인드 개조부터 레스토랑 공간활용에 관한 것까지 그야말로 손대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그 결과 개혁의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2002년 6월 런던의 지로부터 ‘한국의 최고호텔’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인증하는 ‘한국 서비스 품질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여러 전문평가기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그러나 허사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2002년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해였다면 2003년은 세계적인 호텔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취임 당시 호텔신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습니까.대다수 직원들이 좌절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다시피 서비스는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당연히 우수한 직원들은 다른 곳을 찾게 되고 남은 사람들은 패배의식을 가진 채 회사에 잔류할 것인지, 아니면 이동할 것인지를 고민할 게 뻔합니다. 과거 최고의 명성을 자랑했던 호텔신라가 고객들로부터 ‘예전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단기적인 안목으로 경영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IMF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묶어둔 것은 물론 질이 떨어지는 음식재료를 쓴 것은 결국 호텔신라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마인드와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그럼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첫번째 경영과제로 삼았겠군요.그렇습니다. 1단계 개혁과제로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능동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삼성이 추구하는 ‘1등 기업’ ‘1등 호텔’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들이 ‘1등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폭적인 종업원 처우 및 복리후생 개선에 나섰습니다.먼저 경쟁업체에 비해 다소 처졌던 임금도 평균 23% 가량 올렸습니다. 또 호텔업계의 특성인 낙후된 영업지원부서의 사무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았습니다. 호텔 고객들이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 최고 수준의 휴게실, 샤워장, 체력단련실 등을 구비하는 등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직원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고객만족경영의 첫걸음은 종업원들의 처우개선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저의 일관된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인재육성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를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2002년 7월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전문경영인 양성을 위해 업계 최초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연계한 EMBA 과정을 개설하고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중견간부 10여명을 대상으로 약 9개월 과정의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물론 우수인력을 신규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해외 명문호텔학교에 재학 중인 해외인재 영입을 위해 현지에서 면접을 실시하고 25명을 1차로 합격시킨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 명문호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 호텔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호텔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음식료 분야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까.솔직히 IMF 후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음식의 질이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음식 수준을 자랑했던 호텔신라의 이미지 손실은 다른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이를 일신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국내외 유명식당들에 대한 대대적인 벤치마킹을 실시하고 대폭적인 메뉴교체에 들어갔습니다.또 지난해 6월에 조리팀 내에 조리연구소도 발족했습니다. 여기에 음식재료 구입비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생선구매전문가 4명, 주방장급 조리사 11명 등이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 위해 매주 3~4차례 전남과 강원도에 다녀올 정도입니다.허사장을 흔히 ‘서비스 전도사’로 부르는데요. 호텔신라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했습니까.우선 올해 초 발족한 ‘서비스드림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 2기까지 45명이 배출됐습니다. 이들은 120일간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끝나는 지옥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앞으로 전직원을 ‘서비스드림팀’으로 만들 작정입니다.또 일기예보처럼 해당 월에 나타날 수 있는 고객요구나 불편사항 등을 과거 2년의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분석해 미리 대비하는 ‘서비스예보제’도 자랑할 만합니다. 이밖에 지난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주치의’ 제도는 10년 이상 현장경험이 있는 지배인급 사원 15명을 2개조로 편성해 서비스 누수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업장에 집중 투입해 문제점을 발굴하고 신속히 정상화하는 제도입니다. 이 또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서울 강남지역 및 해외 호텔건립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선진호텔의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해 8월 시카고와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과 9월 상하이, 홍콩 등 중국대륙을, 10월에는 일본의 호텔들을 둘러봤습니다. 강남진출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심사숙고하여 올 상반기에 결과를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해외진출은 아직 검토단계입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호텔신라의 5~10년 후 미래 비전은 무엇입니까.우리는 국내 1등 호텔은 물론 세계 10대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세계적인 호텔컨설팅업체인 PKF사로부터 향후 중장기 발전을 위한 경영진단을 받았습니다.또 인사 부문의 혁신을 위해서도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밖에 삼성SDS와 함께 전사적 경영개선작업(BPR) 프로젝트도 펼쳤습니다. 이런 대규모 컨설팅과 프로젝트 결과가 올해 초에 나올 것입니다. 아마도 오는 4월 창립 30주년을 즈음해 신수종을 비롯한 미래 비전이 가시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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