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 자포자기 청산한 노처녀

한 해가 또 지나 갔다. 매년 치르는 연말연시지만 그때마다 ‘다사다난+복잡 미묘’의 감정을 느끼는 건 현대인들의 삶이 그만큼 스트레스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하게 우리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좋은 일보다 나쁜 일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아니면 우리는 좋은 일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나쁜 일들을 기억 속에 앙금처럼 간직하는 걸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 속 연말연시는 흐뭇한 일투성이인 것 같다. 처럼 세기말을 배경으로 사탄과 전직 경찰이 한판 대결을 펼치는 황당한 영화도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 속의 12월31일은 분위기가 대부분이다.긴세월 티격태격했던 해리와 샐리. 그들은 한 해의 마지막날 파티에서 그간의 오해와 다툼을 키스로 깨끗이 씻는다. 우디 앨런이 ‘라디오 듣던 시절’을 흐뭇한 미소로 회상하는 도 마찬가지. 단연 ‘연말에 보면 가장 좋을 비디오’로 꼽을 만한 이 영화의 훈훈한 느낌은 날씨만큼이나 얼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녹여준다.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연말의 수선스러운 분위기만큼 견디기 힘든 시기도 없으니, 그들은 바로 노처녀. 우리들의 브리짓 존스는 올해도 청승떨며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초반부만큼 연말정서를 리얼하게 담아낸 영화도 아마 없을 것이다. 연초에 품었던 다이어트 결심은 내팽개쳐진 지 오래. 술과 담배에 절어버린 31살의 브리짓 존스는 조금 있으면 32살이 된다.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브리짓 존스에게는 나름대로 절박한 현실이며 텔레비전 앞에 앉아 병나발 불고 줄담배 피우며 ‘All by Myself’를 절규하듯 불러댄다. 엄마의 새해파티에 나가 ‘밥맛없는’ 중년남자들 틈을 기웃거리던 그녀는 대오 각성한다. “난 갑자기 깨달았다. 빨리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평생 술병이나 끼고 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살이나 잔뜩 찌운 채 키우던 개에게 반쯤 뜯어 먹힌 시체로 3주 후 발견되겠지.” 아, 얼마나 섬뜩한 현실인가!그녀는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좀더 용기를 가지고 매력을 지니게 되며 결국 사랑을 이룬다니, 역시 영화는 영화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과 실천이 과연 허무맹랑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삶이라는 건 어차피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을. 2003년, 브리짓 존스처럼 자포자기의 삶을 살았던 당신이라면 삶을 바꿀 수 있는 첫걸음으로 일단 일기를 한 번 써보심이 어떨지. 혹시 아나? 행운은 항상 노력하는 자와 함께하는 법이니까 말이다.이 주의 문화행사아가씨와 건달들1월4~13일/평일 및 토요일 오후 4시ㆍ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ㆍ6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극장/R석 7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3만원뮤지컬 (Guys & Dolls)은 국내에서 1983년 초연됐다. 1951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재공연돼 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2003년 신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인다.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스타 남경주와 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전수경을 비롯해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연륜에 깊이가 묻어나는 박철호와 탤런트 김현수 등도 서울시립뮤지컬 단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1,000달러에 사랑을 건 도박사들과 순정파 아가씨들의 로맨틱 코미디. 소박하고 낙천적인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정교한 구성을 지닌 것이 장수비결이다. (02-552-2035)이상의 날개 = 3월2일까지 대학로극장. 이상의 작품 를 극작가 정하연과 연출가 채윤일이 무대에서 재생시켰다. 창작극에 관심을 가져온 극단 쎄실의 무대. (02-780-6343)우리가 사랑을 하기 위해 정말 알아야 할 것들 = 3월2일까지 인간소극장.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인기 연애특강을 소극장 뮤지컬로 옮겼다. 이상민 원작, 전훈 연출, 김기만ㆍ최혜수 출연. (02-722-8066)노틀담의 꼽추 = 1월26일까지 유시어터. 빅토르 위고 원작소설의 소극장 뮤지컬. 극단 유시어터 공연작. 김관 연출, 김미숙 음악, 이경미ㆍ강민호ㆍ김지영 출연. (02-3444-0651)더 플레이 = 2월9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엄. 사이버게임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김장섭 연출. 2002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02-574-1470)렌트 = 1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꿈. 푸치니 오페라 이 원작. 극단 신시. 한진섭 연출, 이건명ㆍ김세우 등 출연. (02-780-6400)풋루스 = 3월2일까지 연강홀. 미국 한 시골마을에서 고등학생들이 보수적인 어른들과 맞서는 이야기.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한 춤이 볼거리. 극단 대중 공연작. 이종훈 연출. (02-766-8551)마당놀이 심청전 = 1월5일까지 국립극장 마당놀이 전용극장. 심청전에 빗대 현대사회의 도덕불감증을 풍자했다. 극단 미추. 윤문식ㆍ김성녀ㆍ김종엽 등 출연, 김지일 작, 손진책 연출. (02-747-5161)팝아트전 = 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앤디 워홀과 클라에스 올덴버그 등 팝아트의 주요작가 12명의 작품(52점)을 한자리에 모은 미술 전시회. 팝아트의 작가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상업적 대중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미술로 담아냈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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