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직후 조리 ‘맛·신선도’ 대폭 개선

초염가 햄버거를 앞세워 가격혁명의 돌풍을 몰고 온 일본 맥도널드는 일본 외식업계의 절대 강자다. 가격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점포망, 인지도, 종업원들의 숙련도와 내부 관리체계에서 이에 필적할 만한 업체를 찾아보기란 힘들다.하지만 천하무적을 자랑하는 일본 맥도널드에도 고민은 있다. 이미지 문제다. 최저 59엔(보통 햄버거 1개 가격)까지 값을 낮추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소비자들에게 ‘싸구려 먹거리’라는 인식이 생겨 버렸다. 코스트를 최대한 압축하면서 되도록 싼 값에 팔기 위해 회사측이 원료인 식자재의 조달, 관리시스템을 과학화하자 맛에서는 한계가 노출됐다.59엔이라는 금액이 일본에서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지하철 기본운임이 160엔이고, 100엔 이상을 주어야 껌 한 통을 살 수 있는 일본의 실정에서 햄버거는 가장 값싼 먹거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깨끗하고 산뜻한 매장에서 파는 음식이라지만 값이 31년 전 일본 상륙 때(80엔)보다 한참 밑으로 내려가 있다 보니 저급 이미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코스트 다운에 매달리면서 대량 제작, 대량 판매를 기본 원칙으로 삼은 탓에 맛과 신선도에서는 경쟁사들보다 뒤진다는 지적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초염가 전략으로 일본 국민들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고 자부하면서도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이 알게 모르게 확산되자 일본 맥도널드는 최근 또 하나의 혁명에 불을 댕겼다.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맛은 오히려 크게 높인 조리과정의 개혁, 다시 말하면 주방시스템 혁명이 그것이다.맥도널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품질,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결정적 무기는 ‘Made For You’(MFY)로 이름 붙여진 뉴시스템이다. 이 회사가 150억엔의 거금을 들여 3,800여개 점포에 99년부터 도입 중인 이 시스템은 2002년 10월1일 현재 1,526개 점포에 깔려 있으며 숫자가 조만간 1,6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또 2005년까지 가맹점 방식으로 장사 중인 점포에도 모두 도입을 끝낼 방침이다.재고부담 줄고 폐기처분량 감소일본 맥도널드가 조리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창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경쟁 외식업체들에서는 컴퓨터 운영체계가 MS-DOS에서 윈도XP로 건너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뉴시스템이 안겨줄 효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MFY 도입으로 맥도널드가 얻는 성과는 우선 미리 만들어 놓은 햄버거와의 완전한 작별이다. 맥도널드는 지금까지 영업 당일 30분 전과 지난주 같은 요일의 판매데이터를 기초로 햄버거를 몇 개 만들어 놓을 것인가를 결정해 왔다. 담당직원이 주방에 지시를 내리면 만들어진 햄버거를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선반에 넣어두고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내주는 식이었다.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하면서 대기시간을 줄이는 이런 방식을 맥도널드에서는 ‘다이렉트 오퍼레이션’이라고 불렀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 같은 방식에서는 햄버거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리 만들어 놓다 보니 햄버거에 들어 있는 토마토케첩이 빵 속으로 스며드는 등 햄버거 맛을 저하시키는 여러 문제가 생겼다. 재고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만들어 놓은 후 10분이 지나도록 주문받지 못한 것은 폐기하다 보니 예측을 잘못해 버리는 것도 적지 않았다.고객들이 폭주하는 피크타임에는 100개를 만들어 놓았다가 20개를 폐기 처분하는 매장도 있었다는 것이 회사측의 귀띔이다. 따라서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폐기 처분 비율은 0.8%(연간 40억엔)에 달할 정도로 상당한 짐이 됐다.하지만 MFY를 도입하고 난 후 사정이 달라졌다. 주문을 받은 후 바로 조리하기 시작하므로 폐기 처분되는 양이 대폭 줄었다. MFY 방식으로 영업 중인 점포의 폐기 처분 비율은 도입 전보다 무려 20%나 감소했다. 2005년에는 매출액 대비 로스 비율이 0.3%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맥도널드측의 주장이다.MFY의 가장 큰 비밀은 조리시간 단축에 있다. 맥도널드는 고객의 주문을 받은 후 상품을 제공하기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을 최대 3분30초로 정해 놓고 있다. 이는 피크타임 의 소요시간이며 일반적으로는 90초 이내가 목표다. MFY가 도입된 후에도 표면적인 목표시간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그러나 조리과정에서의 시간단축은 상당한 것이었다. 맥도널드는 순수하게 햄버거를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초가 넘지 않도록 정하고 조리과정을 3단계로 나누었다.주문을 받은 후 빵을 선택하고(15초), 이를 굽고(15초), 안에 들어갈 부재료를 넣은 후 꾸리는 작업(20초)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진행되도록 했다.이를 위해 맥도널드는 MFY에 맞게 내부설비도 교체했다. 전체 길이 5.4m의 조리대를 주방 내에 2개 설치해 고객이 몰릴 때는 번갈아가며 주문에 응하는 작업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MFY 시스템에서도 조리시간 단축을 뒷받침해 준 최고의 비밀은 빵을 굽는 과정에 숨어 있다. 종전 방식에서는 한꺼번에 6~9개 단위로 빵을 구워냈다.걸리는 시간도 평균 55초에 달했으며 7번째나 10번째의 빵은 함께 굽지 못해 다른 주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흔했다. 이와 달리 MFY 시스템에서는 종업원이 선택한 빵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빵 굽는 히터로 이동된 후 11초 후면 굽는 과정이 끝난다. 빵을 한 개씩 구워내므로 연속작업도 가능하다.주문 후 고객 대기시간도 감소미국 맥도널드가 개발해낸 히터를 쓰고 있지만 빵을 굽지 않고 증기로 데우는 메뉴는 미국 것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일본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8초면 따끈하게 데운 빵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MFY 도입은 실제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를 몰고 온 고객들이 이용하는 드라이브 스루 창구의 경우 주문 개시 후 상품제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거 131초였으나 MFY 도입 후 111초로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매장에서도 평균 107초 걸리던 것이 96초로 단축됐다. 계측시간의 기준이 ‘주문 확인’이 아니라 ‘주문 개시’인 점을 감안한다면 맥도널드가 목표로 삼고 있는 ‘주문 확인 후 90초 이내’는 충족시키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MFY 도입의 효과는 시간단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문받은 후 바로 만들기 시작하는 이점에 힘입어 제공할 수 있는 메뉴의 폭이 크게 늘어났다. 만들어 놓고 보관하는 햄버거에는 야채를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빵 속의 야채가 따뜻한 열기에 의해 맛과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전체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그러나 MFY는 이러한 한계를 거뜬히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맥도널드는 이제 토마토 등 야채를 어려움 없이 부재료로 쓰고 있으며 점포에 따라서는 고객들의 기호에 맞는 햄버거를 주문제작으로 만들어주는 곳까지 생겼다. 추가요금을 조금씩 더 받고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더 넣어 만드는 식이다.맥도널드는 대기시간 단축과 품질, 맛 향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저 값싼 먹거리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갓 만들어낸 맛있는 메뉴라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인 셈이다. 호소노 유이치 마케팅총괄부장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주문식 햄버거를 사 먹는 고객이 전체의 20%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초염가 전략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일본 맥도널드의 2002년 매출은 3,267억여엔으로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상이익은 91%나 줄어든 17억5,000만엔에 그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예상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MFY가 고객신뢰와 고성장 활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기폭제 역할을 단단히 해낼 것이 틀림없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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