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비즈니스’, 성장가도를 씽씽

올 겨울시즌 스키장 이용객 413만명...변형스키 즐기는 '펀(Fun)스키족' 도 늘어

“이번 겨울부터 ‘스키보드’를 타기 시작했어요. 스키는 6살부터 타서 지겨워졌고 스노보드는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개성 없어 보여서요. 1m 이하로 길이가 짧고 폭이 넓은 스키를 스키보드라고 부르죠.”광고대행사 광고기획자(AE)로 일하는 김소정씨(26). 오는 주말도 스키장에서 보낼 계획이다. 김씨는 스키보드 동호회 S.A.K(Skiboarder’s Association of Korea)의 회원이다. 주로 20~30대 초반인 이 동호회의 ‘스키보더’들은 각종 리조트로 ‘스키보딩’을 함께 간다. 스키보드를 공동구매하고 비디오 상영회도 열어 기술을 연마한다.또 다른 스키보드 마니아 황민혁씨(30)는 “2002년 개봉했던 영화 에 등장한 스키보드에 매료된 것이 스키보더가 된 계기”라며 “스킵(스키보드의 줄임말)은 스키와는 달리 ‘폴’이 없어 두 팔로 균형을 잡으며 다양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남들과 다른 ‘변형스키’를 타는 ‘펀(Fun)스키족’이 늘고 있다. 정통 스키로는 맛볼 수 없는 묘기를 즐기기 위해 변형스키를 애용하는 것이다. 90년대 스노보드가 설원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스노보더들은 슬로프의 이단아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최근 스노보드는 대학의 교과목으로 등장할 만큼 대중화됐다. 스노보드는 더 이상 최첨단 ‘변형스키’의 선봉에 설 수 없는 것.‘스키보드’ 외에도 ‘스노 스케이트’와 ‘빅푸트’ 등의 변형 스키들이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노 스케이트’(Snow Skate)를 즐겨 타는 박홍길씨(23)는 “스노보드와 흡사한 외양을 지녔지만 발 부위를 보드에 부착하지 않아 점프를 하면 발과 보드가 분리된다”며 “설원이 아닌 지상에서 타는 스케이트보드와 흡사해 스릴이 넘친다”고 설명했다.‘빅푸트’는 ‘스키보드’보다 플레이트가 짧은 형태로 60㎝ 전후 길이의 스키다. 빅푸트는 다른 변형스키보다 일찍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변형스키는 스키장비업체에서 출시한 스키제품의 브랜드네임을 따라 지칭되기도 한다. 스키장비업체인 스웨덴의 로시뇰이 선보인 ‘플래시스키’는 길이 110㎝와 130㎝의 스키며, 살로몬의 제품 ‘스노 블레이드’는 99㎝의 스키다.스키보드 등 변형스키 속속 등장다양한 변형스키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키 비즈니스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스키인구가 늘면서 각양각색의 스키어들은 변형된 스키를 통해 개성을 표출하고 있는 것.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에 따르면 2001~2002년 겨울시즌의 스키장 이용객수, 즉 리프트 탑승객수는 380만명이다. 97~98년 시즌 208만9,000명에 비해 31% 가량 성장한 수치다. 또 이 연구소는 스키어들이 한 시즌 평균 3~3.5회 스키장을 방문한다고 추정하면 2001~2002년도의 스키인구는 105만6,0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2001년 5월 발표한 에서 국민 1인당 연간 스키장 이용횟수를 평균 2.3회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스키인구 확대는 리조트의 경영실적 개선과 직결됐다. 현대성우리조트는 현대성우와 용평리조트 등 강원도에 위치한 스키리조트들의 2001~2002시즌 매출액 합계가 571억원이라고 밝혔다. 약 434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전 시즌 대비 31.6%가 증가한 결과다. 스키리조트의 개수도 늘고 있다. 1975년 용평리조트가 개장된 후 현재 14개의 스키리조트가 운영되고 있다.패션·금융계에도 ‘스키마케팅’붐스키리조트만이 스키특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스키장비 판매업체들도 겨울 레저산업 성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 2개의 직영점과 9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용품 유통점인 에이엔에이스포츠의 경우, 이번 겨울 들어 스키 부문 매출이 2000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이광수 논현동 매장 계장은 “에이엔에이스포츠는 내수 스키용품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며 “90년대 후반부터 생긴 각종 스키동호회가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변형스키 마니아가 증가한 이유로 그는 “140㎝ 미만의 ‘쇼트스키’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스키복과 스노보드복의 매출 또한 늘고 있다. 이런 매출증가는 스키패션산업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장혜진 신세계 홍보팀 과장은 “스노보드와 스키의 판매비율은 6대4로 보드 판매가 우세”라며 “스키패션 부문에서도 스노보드복 형태의 매출이 크다”고 설명했다.스키인구 확대는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 보험회사는 스키 관련 레저보험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삼성화재의 ‘행복한 주말여행보험’은 스키와 스노보드 등 레저활동 도중 발생한 사망 및 후유장해시 최고 3,000만원을 지급한다. 현대해상의 ‘스키보험’은 사망이나 후유장해시 최고 5,000만원이 지급되고 50만원 한도 내에서 의료비도 제공된다. LG화재의 ‘나드리 교통상해보험’은 스키장에서 골절사고가 발생해 수술을 받을 경우 1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카드업계도 ‘스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카드는 스키시즌에 ‘삼성아멕스카드’ 회원들에게 보광휘닉스파크 리프트요금과 스키대여료 30% 할인, 식당과 사우나요금 10%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국민카드는 3월 말까지 용평스키장을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리프트권과 곤돌라 통합권, 스키장비 렌트권 은 하루 1인 4장에 한해 20% 할인 혜택을 준다.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와 맞물린 여가시간 증대로 스키인구와 스키관 련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99년 12월3일 스키와 골프 부문에 부가되던 특소세와 체육진흥기금이 폐지된 것도 스키 비즈니스 성장에 한몫 했다”며 “폐지되기 전 스키장들은 수익금의 32%를 세금으로 지불했다”고 밝혔다.그는 “2002~2003년 겨울시즌의 스키장 이용객수는 413만3,000여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04~2005년 시즌에는 499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고 스키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돋보기 / 무점포 스키 비즈니스TV홈쇼핑 등 매출 큰 폭 신장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무점포 신유통 부문에서의 스키 비즈니스도 활황세다.LG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LG이숍(www.lgeshop.com)에서는 스키와 스노보드장비뿐만 아니라 스키복과 고글, 장갑 등 각종 액세서리와 스키장 시즌권, 버스 시즌권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에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스키 2억원과 보드 2억원, 시즌권 및 세트권 5억원, 의류 및 액세서리 1억원 등 총 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2월 50% 이상 매출신장을 보였다.신형범 LG홈쇼핑 홍보팀 차장은 “2002~2003시즌의 가장 큰 트렌드는 스노보드 수요가 크게 늘어 스키를 앞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난 시즌에는 저가형의 스키와 스노보드가 시장을 이끌었으나 2002~2003시즌에는 중고가의 스키와 스노보드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인터넷 쇼핑몰인 CJ몰(www.CJmall.com)은 2002~2003시즌 신상품 스키용품을 최대 30%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롯데닷컴(www.lotte.com)도 ‘스키ㆍ스노보드 파격 할인전’을 열어 스키와 스노보드 세트를 시중가보다 최고 60% 저렴한 30만~50만원대에 선보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박종복 SK디투디 생활사업팀 주임은 “스키 부문에서는 스노보드가 80%, 변형 스키를 포함한 스키가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반 스키보다 자유로운 회전이 가능한 ‘카빙스키’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무점포 유통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혜를 입은 택배업계도 스키산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대한통운은 다양한 특화 서비스의 일환으로 ‘스키장비 배달’을 개발했다. 이는 스키장비를 가정에서 스키장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대한통운은 이 서비스로 지난 시즌 대비 최고 50%까지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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