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 도로신설 등 호재 많아...주택은 '약보합세' 전망
2002년 부동산시장은 1980년대 말에 연출됐던 폭등 장세의 ‘재현’으로 일컬어질 만큼 상승폭이 대단했다. 부동산114의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이 평균 22.4% 상승했고,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년 만에 29.49%가 뛰어올랐다. 주식과 금융상품이 고전을 면치 못한 한해였기에 부동산으로 쏠리는 관심은 더욱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올해도 이 같은 활황세가 이어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고개를 내젓는다. IMF 위기 이후 급락했던 부동산가격이 98년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4년 이상 상승세를 탄데다 최근 2년 남짓한 기간에 가격이 40% 이상 급작스럽게 올라 추가 상승 여지가 미미하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또 입주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37% 이상 늘어나 수급이 비교적 원활해질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택부문의 경우 물량증가에 이어 상반기 중으로 부동산담보대출 금리의 상향 조정이 예상되고 있어 오를 만한 이유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라는 의견이다.지난 한해 동안 쏟아진 수많은 억제 정책들도 당분간 투자자에게 ‘심리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노무현 새정부의 서민 위주 주택정책도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문제나 이라크전쟁 위기도 하향 안정화에 힘을 싣는 요인이긴 마찬가지.전문가들은 “부동산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둘 때”라는 말로 올 한해 ‘숨고르기’를 권하고 있다.그러나 흐린 장세에서도 빛을 내는 투자 아이템은 반드시 있기 마련. 지난해 아파트시장 활황에 힘입어 약진했던 토지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고속전철, 고속도로, 신규 택지개발지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는 지난해 수준, 또는 그보다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개발재료 풍부한 토지를 찾아라”설문에 참여한 7명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아파트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약보합세’ 의견을 제시, 지난해와 같은 활황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토지시장에 대해서는 ‘호재 중심으로 상승’이라고 평가, 기타 부동산상품에 비해 훨씬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정훈록 그린홈넷 이사는 “토지는 부동산개발의 원재료이기 때문에 경기가 호황일 때는 가장 늦게 반영되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가장 먼저 가격이 내려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대세 전망 속에서 토지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지만 확실한 개발재료나 실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의 토지는 안전성ㆍ수익성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2001년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았던 토지시장은 지난해 그린벨트 해제, 대규모 신도시(택지개발지구) 개발, 서해안고속도로 등 주요도로 개통과 확장, 주5일 근무제 실시 등의 호재를 업고 집중적인 상승세를 탔다. 한국토지공사 조사에 따르면 2002년 2/4분기에 3.39%, 3/4분기에는 3.33%의 땅값이 상승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상승이 컸던 지역의 실거래물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가격상승률은 20~5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반면 올해 토지시장은 전국 평균 3% 안팎, 관심지역만 놓고 본다면 10% 안팎의 상승세가 예상된다.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이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0~3% 선으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특히 고속철도 개통과 아산신도시 개발, 행정수도 이전 등 개발 호재가 겹친 천안ㆍ아산 일대 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경기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부침이 심하겠지만 천안ㆍ대전권은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에도 신간센 개통 후 역사가 위치한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른 사례가 있다”며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천안지역이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되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개발 호재가 있는 충청권 등지는 상승세가 뚜렷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재료가 약한 지역은 지난해 올랐던 거품이 빠지거나 정체 상태를 보이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정훈록 그린홈넷 이사는 안전성ㆍ수익성을 확보할 만한 토지상품으로 ‘신설ㆍ확장도로 주변 토지, 전원주택ㆍ펜션의 건립과 운영이 가능한 수도권 인접 토지’를 꼽았다. 더불어 판교ㆍ송도ㆍ화성ㆍ아산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대형 택지개발지구 주변과 그린벨트 해제지역 주변 토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하지만 올해 토지 투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는 택지개발지구나 전원주택 부지를 속칭 ‘찍어돌리기’(단타매매)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는 여러 조건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 우선 지난해 거래된 물량 가운데 차익실현을 위해 시장에 나올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 또 수도권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저평가 된 분양권도 ‘관심대상’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가 올해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것과 함께 이들 지역의 저평가된 아파트 분양권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아산ㆍ천안 택지개발지구의 입주가 임박한 아파트 분양권은 소액투자자에게 알맞은 재테크 수단”이라고 말했다. 천안 불당지구의 경우 지난해 대량 분양에 앞서 미리 공급된 아파트가 올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하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것. 윤사장은 “충청권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 대부분이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하고 있어 계약금 등 2,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분양권을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밖에 올해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을 고르는 전략이 필요하고, 오피스텔은 과잉공급 영향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아파트가 여전히 비교우위 투자상품”이라고 전제하고 “매도는 2월, 매수는 3월에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반면 올해 부동산투자는 ‘신중한 관망세’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는 “고수익을 안겨줄 상품을 찾기보다 보유한 상품의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기의 투자상품은 환금성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주거용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돋보기 / 2002년 아파트값은 왜 그렇게 치솟았을까98~2000년에 풀어놓은 정책 ‘뒷심’ 탓시세조사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2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이 29.49%, 신도시 24.97%, 수도권 22.74% 등 전국적으로 22.36%(2001년 12월28일 대비 2002년 12월20일 현재)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20년 만의 폭등장세’라고 표현된 지난해의 가격상승은 한두 가지 요인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다. 부동산114는 폭등장세의 원인을 △저금리 장기화 △2001년 전세금 급등에 따른 매매-전세간 비중 감소 △IMF 전후로 공급물량의 감소 △주식시장의 침체 △재건축 붐 등으로 꼽았다. 특히 IMF 위기를 전후해 실시된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과 규제완화 정책이 가격급등에 한몫을 담당한 것으로 분석했다.실제로 98~2000년에 발표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경기회복기를 염두에 두지 못한 근시안적 정책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98년에는 신축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 감면혜택,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재건축의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가 단행됐고, 99년에는 재당첨 금지제도 폐지, 청약배수제 및 무주택자 우선 공급제도 폐지, 채권입찰제 폐지, 임대주택사업자 기준 완화 등이 실시됐다. 이어 2000년에는 1가구 다통장 보유 가능, 각종 세제혜택 등 규제 완화정책이 이어졌다.뚜렷한 경기회복 국면에서 부동산투자자가 급증한 것은 당연한 일. 급기야 내집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까지 가세, 전국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새해 달라지는 부동산 관련 제도개발 ‘까다롭게’ 주택 세금 ‘무겁게’서민 주택자금 대출 연 6.5%로 하향 조정...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연장새해에는 건설ㆍ부동산 관련 제도가 대폭 바뀐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처방으로 주택개발이 까다로워지고 세금부담도 무거워지는 게 골자. 달라지는 제도를 숙지해 두면 투자실패를 줄일 수 있고 시장 흐름 읽기도 한층 수월해진다.토지보상체계 일원화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토지보상체계가 일원화된다. 기존 보상계획 공고, 보상액 결정, 협의요청 등의 절차가 합쳐지고 토지소유자도 감정평가사 1명 추천,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토지수용시 보상가 등에 불만이 있으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선계획ㆍ후개발 체계 = 2002년 2월4일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3년 1월1일 시행)은 ‘선계획ㆍ후개발’ 원칙을 지킨다는 게 핵심. 국토 난개발 방지, 환경친화적 국토이용체계 확립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종전 도시지역에는 도시계획법, 비도시지역에는 국토이용관리법이 따로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도시ㆍ비도시지역 구분 없이 새 법률의 적용을 받아 도시계획이 수립된다.또 현행 도시ㆍ준도시ㆍ준농림ㆍ농림ㆍ자연환경보전지역 등 5개로 구분돼 있는 국토의 용도를 4개로 줄이는 한편 관리지역을 계획ㆍ생산ㆍ보전관리지역으로 나눠 각각의 행위제한 기준을 정했다. 준농림지를 3만㎡(아파트는 30만㎡) 이상의 규모로 개발하는 경우에는 제2종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도록 했다.공동주택 시설기준 강화 =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아파트 발코니에서의 어린이 추락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계단 및 발코니의 난간 높이를 110㎝에서 120㎝로, 난간 살 간격을 15㎝에서 10㎝로 조정했다.전세ㆍ주택구입자금 금리 인하 = 국민주택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서민ㆍ근로자 주택전세 및 구입자금 대출금리가 연 7.0∼7.5%에서 6.5%로 하향 조정됐다.주상복합아파트도 분양보증 =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업체는 공급물량이 2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때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주상복합아파트 건설규제 강화 = 도시지역의 중심ㆍ일반ㆍ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의 주거부분 최대 한도가 연면적 기준 현행 90%에서 70∼90%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주상복합단지 및 주변의 과밀화가 다소 해소될 전망.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연장 = 당초 2002년 말로 한정됐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지원제도가 2003년에도 계속 시행된다.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자가 신규주택(지방은 기존주택 포함)을 구입할 때 구입가격의 70%까지를 연리 6%, 1년거치 19년 분할상환 또는 3년거치 17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해주며 2003년 지원금 규모는 1조원 가량이다.고가주택 양도세 강화 = 종전 전용면적 45평 이상이면서 집값이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 세제상 불이익을 줬지만 새해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6억원 초과 주택은 모두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양도세가 높아진다. 하지만 고가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전용면적 45평 미만의 1가구 1주택자로서 5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양도차익의 25%(10년 이상 보유시 50%)를 공제해준다.투기지역 지정 =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액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투기지역은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은 지역이 지정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토지도 세금부담이 늘어난다.신축주택 양도세 감면 지역 축소 = 주택경기 부양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던 신축주택 양도세 감면제도가 축소된다. 당초 2001년 5월23일부터 2003년 6월30일까지 최초 분양계약을 하고 취득하는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세 100% 감면이 가능하지만 새해부터는 서울ㆍ과천ㆍ신도시(일산 분당 평촌 산본 중동) 등은 제외된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