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사·도우미 등 시장규모 급속 확대

전시산업 발전 숨은 공로자...신규업체 난립 등 문제점도

코엑스를 비롯한 주요 전시장에서 전시부스 설치공사를 하는 E사는 올해 창립 7돌을 맞는다. 7년 전 이 회사 K사장은 5,000만원의 자본금과 3평짜리 사무실, 여직원 1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4억원 남짓. 현재 40여평의 사무실에 18명의 정규직원을 두고 있다. 사업내용도 전시부스 설치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홍보탑 설치, 전시 관련 팸플릿 및 브로셔(회사 및 제품소개서) 발간 등 다양해졌다.K사장의 새해 목표는 중국진출. 국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경쟁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전시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승부할 경우 국제적 전시공사업체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노하우 축적되고 신기술 신소재 활용전시산업이 본격 성장세에 진입하면서 전시장치업, 전기시설업, 비품임대업, 운수통관업, 철거업, 내레이터모델 등 전시 부대산업도 ‘뜨고’ 있다. 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라 신생업체가 속속 뛰어들고 있으며 기존업체도 신기술 신소재를 적용한 부스와 최첨단 장비를 동원, 전시회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전시 부대산업은 전시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 최근 2~3년간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전시 관련 업계의 통계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어림잡아 적게는 연간 2,000억원, 많게는 5,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대산업의 범위에 따라 시장규모는 달라진다.)시장이 커지는 만큼 신생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20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시공사업은 개념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업체도 두세 군데밖에 없었고요. 80년대 말부터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둘 생겨난 전시공사업체들이 현재 750여개나 됩니다.” 이병희 한국전시공사업협회장(빅파인트리 사장)은 최근 전시 관련 신생업체들의 증가세를 말 그대로 ‘우후죽순’이라고 표현했다.이회장은 지난해 10월 산업자원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전시공사업협회 초대회장에 선임됐다. 한국전시공사업협회는 전시장치업체, 바닥공사업체, 인테리어업체 등이 모여 만든 단체. “그동안 전시공사업은 전시산업의 종속산업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전시산업의 발전은 전시공사업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회장은 협회의 발족은 전시공사업체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전시공사업체의 위상강화는 단지 업체수의 증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게 이회장의 설명. 관련 기술의 발달과 노하우의 축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손색없는 국제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전시공사업체의 숨은 공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자랑도 이어졌다.실제로 최근 웬만한 규모의 전시회에 가보면 전시부스의 세련미와 화려함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딱딱하고 규격화된 4각 철제 부스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그 자리를 환경친화적인 목제 부스와 다양한 기능과 효과를 가진 신소재 부스들이 채우고 있다.인테리어와 디자인 분야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전시공간배치 등이 국제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됐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독일에서 3년간 지내다 귀국한 조혜영씨(주부ㆍ33)는 지난해 한국전자전을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내레이터모델 파견업 경쟁 치열전시장의 화려함을 더해주는 조명이나 영상장비업계는 아무나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했다. K미디어 관계자는 “전시회가 몰릴 경우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5개 이상의 영상장비 신규업체들이 이 분야에 새로 뛰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전시 부대산업 가운데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내레이터모델 파견업이 있다. 전시도우미 등으로도 불리는 내레이터모델은 ‘전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시장 주변에서 내레이터모델을 파견하는 업체만 50개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지난해 11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각 참가업체들은 적게는 1~2명, 많게는 40~50명에 이르는 내레이터모델들을 고용했다. 업체당 평균 10명씩 고용했다면 전시회 기간이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이었고 참가업체가 192개사였으므로 연인원 1만9,200명이 투입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레이터모델업계로선 최대 호황을 누린 셈이다.그러나 내레이터모델의 수요는 일정치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시회 참가업체들과 모델들을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수준의 사업에 그치고 있다.80년대 중반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생겨난 내레이터모델은 최근 들어 전시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단순역할에서 벗어나 홍보나 상담의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전자명함시스템 등 신종사업도 등장이들 외에도 전시 관련 부대산업은 다양하다. 전시비품을 임대하는 사업이나 전시회 소요물품 특송사업 등도 전시산업 발전에 따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최근 들어서는 신종사업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되는 특수텐트 제작 및 장비임대업체(TSM)가 등장했고, 전자명함시스템 공급업체(엑스넷), 온라인 등록시스템 납품업체(휴로닉스) 등도 가세했다.전시 부대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전시회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문제점도 많다. 우선 신생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경쟁격화로 시장질서가 혼탁해졌고, 이로 인해 업계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 유명 우표전시회의 경우 12억원짜리 공사가 6억원에 수주되기도 했다.전시 부대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을’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병희 회장은 “무엇보다 전시 관련 부대산업에 종사하는 업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전시 부대산업, 나아가 전시산업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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