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서 뉴비즈니스 구상하고 싶다”

SK측, "해외지사 구조조정 차원에서 미국 갈뿐 유학은 아니다" 해명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39)이 올 상반기 중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SK 고위 관계자는 “최부사장이 앞으로 3~4년간 유학을 다녀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SK 관계자도 “최태원 회장이 최 부사장의 이같은 뜻을 전달받고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최부사장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3남이자 최태원 SK(주) 회장(43)의 사촌동생. 최부사장은 최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40)과 함께 SK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오너 3인방’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실세’ 경영인이다. 때문에 최부사장이 유학을 떠날 경우 그룹 내 오너들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최부사장은 왜 돌연 유학길에 오른다고 선언한 것일까.먼저 최부사장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자.최부사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받았다. 공부도 잘하고 경영능력도 탁월해 집안에서는 일찌감치 차세대 리더로 꼽혔었다.SK에는 지난 94년 그룹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발을 들였다. 이듬해 선경인더스트리 재무팀장으로 옮겼으며, 96년 기획관리실장(이사), 98년 SK상사 기획조정실장(상무), 99년 SK글로벌 기획조정실장(전무) 등을 거치며 기획라인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0년 12월 SK글로벌 기획조정실장(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현재 사장실장을 맡고 있다.탁월한 경영능력 평가, 갑작스런 유학 의문최부사장은 SK글로벌 부사장이라는 직함 이외에 SK케미칼 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 SK건설 부사장(사장실장) 등 여러 계열사에 상근임원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 SK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팀장을 맡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2대회장인 최종현가의 대표로 최태원 회장을 꼽듯이 창업주인 최종건가의 대표주자는 최창원 부사장이라고 말한다.최부사장은 그동안 탁월한 경영능력을 과시해 왔다. 특히 ‘구조조정의 리베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무난하게 처리했다. 96년 선경인더스트리에 근무할 때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해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재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당시 60개월치 봉급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명예퇴직금을 지급, 비난여론을 잠재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최부사장은 이후 SK케미칼에 이어 쉐라톤워커힐호텔, SK상사, SK건설 등 재무구조가 불안한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단행, 탄탄한 회사로 변모시켜 나갔다. 지금도 이들 계열사는 직접 관장하고 있다.SK의 한 관계자는 “최부사장은 SK글로벌, SKC, SK케미칼, SKC&C, SK건설 등 최종건 창업주가 일궈놓은 사업체를 중심으로 신규사업 등 전반적인 경영현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SK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따라서 SK글로벌 등에서 벌여놓은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유학길에 오른다는 사실에 SK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SK그룹 관계자는 “최부사장이 해외구조조정 차원에서 미국 LA지사로 2, 3월께 잠시 파견근무 나가는 것”이라며 최부사장의 해외유학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최부사장은 국내업무도 감안 국내에서 한달, 해외에서 한달씩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부사장이 단기클래스 과정으로 공부하는 것일뿐 공식적인 유학은 아니다”며 “최부사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이메일이나 전화로 현재의 업무를 계속해서 볼 것”이라고 전했다.창업주 최종건회장 회고록 11월 발간예정최부사장은 평소 ‘일벌레’로 불릴 정도로 일 욕심이 많고, SK에서도 비중이 크다. SK글로벌 관계자는 “평소 새벽 2~3시까지 일할 정도로 의욕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렸다. 게다가 최근 별도의 컨설팅회사를 꾸리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중 유학설이 나와 더욱 의문을 자아낸다.이런 사정을 아는 SK 내부 사람들은 최부사장의 유학행을 두고 사촌간의 분가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본격적인 분가준비에 돌입했다는 것이 이들의 관측.실제 SK 오너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 인사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관련회사의 지분을 판 금액으로 뉴비즈니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부사장이 유학을 명분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뉴비즈니스를 준비하기 위한 탐색작업이라는 것.최부사장은 5년 전 고 최종현 2대회장 타계 직후 사촌간의 갈등을 봉합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을 후계자로 옹립해야 한다’는 그룹 내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후계구도를 놓고 5형제가 벌인 밤샘회의에서 이견이 많았지만 최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에게 힘을 몰아줬다.그렇지만 SK 전임원은 “창업주 2세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SK가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부각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분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SK 중역 출신 A씨는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액의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지 않는 한 실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오너들의 분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일각에서는 최신원, 창원 형제의 지분이 거의 없어 실질적인 계열분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구조본부 관계자는 “98년 형제들이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줌으로써 지금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한편 고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아들인 최신원 SKC 회장은 요즘 창업주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다. 최종현 회장의 회고록은 여러 번 나왔지만 아직 창업주의 회고록은 나온 것이 없다. 최회장은 오는 11월 창업주 추모 30주년에 맞춰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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