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판매 2억만병 …‘1,000억 브랜드’ 눈앞

가공유 시장점유율 80% 차지, 신세대 공략 성공 제2전성기 누려

#1. 에로감독인 인기가 시나리오작가 여경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여경을 만나기 위해 대학 출판국으로 찾아온 인기는 여경과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여경을 향한 사랑을 키운다. 수많은 우유 중 자신처럼 바나나우유를 좋아한다는 ‘중요한’ 공통점을 찾아낸 것. 인기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해낸 양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경에게 사랑이 담긴 바나나우유를 건넨다.지난 2000년 개봉영화 중 여주인공 여경이 받은 우유는 바로 빙그레 바나나우유다. 1974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공유 시장점유율 80%를 자랑하고 있는 바로 그 제품이다.지난해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가공유 최초로 연간 ‘2억1,900만병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며 공장출고가 기준으로 85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국내 우유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단일제품 1,000억원 브랜드를 노려볼 만하게 됐다. 2001년에 비해 매출이 30%나 늘었다.빙그레는 바나나우유의 이 같은 대대적인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딸기맛우유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할인점을 중심으로 시험판매 중인 딸기맛우유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바나나우유는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유업 시절에 출시돼 빙그레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출시 초부터 값싼 우유로 비싼 바나나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고가여서 바나나를 사 먹을 수 없었던 시절에 이 제품은 바나나에 대한 구매욕구를 대리만족시켜 주었다.독특한 용기도 인기를 모으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통통하고 넉넉한 배불뚝이 형태의 제품용기 때문에 이 제품은 수류탄 우유, 항아리 우유, 단지 우유 등의 별명을 얻었다. 바나나의 노란색을 살리기 위해 용기를 반투명하게 만든 것도 이 제품의 개성 중 하나다.하지만 이 제품이 지난 30년간 상승곡선만 그려온 것은 아니다. 장점이라고 굳게 믿었던 ‘배불뚝이’ 용기가 90년대 초반에는 시련으로 되돌아왔다.그당시 유업계는 폴리에틸렌 용기가 선보이면서 사각형 패키지를 주류로 하는 패션용기 시대를 맞았다. 변화 앞에서 갈림길에 섰던 빙그레는 한때 폴리에틸렌 용기를 사용한 바나나우유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바나나우유의 용기 변화를 원하지 않았고 결국 기존의 고집을 밀고 나갔다.‘우유’에서 ‘음료’로 이미지 수정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바나나우유가 지금의 제2전성기를 누리게 된 계기는 바로 97년 맞은 외환위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복고이미지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마케팅담당자들은 ‘기회는 이때다’ 싶어 젊은층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98년 회사측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과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바나나우유에 대한 소비자조사를 거쳐 ‘우유’에서 ‘음료’로 이미지를 수정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 시기를 바나나우유가 매출 급신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젊은 이미지를 위해 지난해는 광고를 새로 제작했다. 가수 남궁옥분씨가 출연한 TV CF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만들어진 광고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컨셉도 ‘사랑과 우정의 메신저, 바나나우유’다.같은 컨셉으로 PPL(Product Placementㆍ제품노출)광고를 활용한 것도 매출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 영화 이외에도 TV드라마 등에서도 바나나우유는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로 등장했다.지난해 큰 인기를 끈 의 경우 마케팅담당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PPL 광고효과를 봤다. 남자주인공 장혁이 “목욕 후 먹는 바나나우유 맛이 최고”라는 대사를 한 뒤 매출이 한때 50%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급상승했다.정종욱 마케팅2팀 과장은 “전혀 방송사와 협의한 적이 없었는데 바나나우유가 등장해 놀랐다”며 “공짜로 PPL광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새로운 타깃으로 잡고 있는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기 위해 회사측은 대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는 서강대 학생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빨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여성 고객에게는 매력일 수 있지만 남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다’는 것도 이 시간을 통해 나온 의견이었다.올해 매출목표는 1,000억원이다.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이기에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목표라는 게 마케팅담당자의 말이다. 마니아모임인 ‘빙바사모’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가하면 회사측에 ‘1.5ℓ 바나나우유를 만들어달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보내오는 소비자들이 있어 이러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빨리 잡아내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정종욱 과장은 “단지모양 용기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 최신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며 “제품의 컨셉을 바꾸는 식의 급격한 변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 빙바사모(http://cafe.daum.net/bnnmilk)바나나 우유 사랑이 유일한 공통점“용기모양 바뀌면요? 어휴, 그럼 안 마시죠.”인터넷 소모임 ‘빙바사모’의 운영자인 박정철씨(26)는 회원들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호언장담했다.빙바사모는 ‘빙그레 바나나우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다. 2001년 7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개설, 현재 46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마니아모임인 빙바사모가 결성될 정도로 이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독특한 단지모양 용기 덕분이기에 지금의 용기를 빼놓고 ‘빙바’ 즉 빙그레 바나나우유를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회원들의 말이다.모임의 회원들은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연령대에 따라 ‘빙바’를 좋아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20대의 경우 ‘추억의 맛’ 때문에 좋아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회원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시골로 향하던 기차역에서 연중행사로 마시는 우유가 바로 ‘빙바’였다고 회상한다. 또 다른 회원은 대중목욕탕에 가기 싫을 때 엄마에게 요구조건으로 걸었던 것이 또 ‘빙바’였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이 같은 추억이 없는 10대 후반의 회원들은 맛과 용기를 좋아한다는 게 모임동참의 이유다.이 모임은 회원등급의 이름에도 ‘빙바’를 넣는 열성을 보인다. ‘하루에 한 개만’ ‘하루에 두 개씩’ ‘매끼마다’ 등 활동정도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의 이름도 역시 제품을 연상케 하도록 지었다.현재 ‘빙바사모’와 빙그레측의 교류는 전혀 없는 상태다. 순수한 모임의 성격을 변질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양측 모두가 내세우는 이유다.박정철 ‘빙바사모’ 운영자는 “회사측에 바라는 건 전혀 없지만 최근 들어 빙그레 홈페이지에 모임의 배너광고를 실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회원들이 종종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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