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주당클럽 겨냥한 신제품 봇물

2003년 일본 주류시장의 화두는 단연 ‘소주전쟁’이다. 주류업체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맥주소비가 해마다 뒷걸음질치고 있는데다 기대를 걸었던 발포주(맥주와 유사한 술)마저 판매가 주춤해지자 업체마다 소주 쪽으로 포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소주를 한국 고유의 대표술로 여기는 주당들이라면 ‘일본에서 웬 소주?’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일본은 소주의 천국이다. 희석식(갑류)과 증류주(을류)를 합친다면 브랜드수만도 1,000여개를 족히 넘는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특히 소주회사는 규슈지방에 밀집돼 있으며, 일본 전체로 따질 때 업체수가 수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일본인들이 소주를 마시는 방법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스트레이트로 단숨에 ‘쭉’ 들이켜는 주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매실, 레몬 등의 열매나 즙을 섞어 마시거나 얼음, 찬물을 넣어 도수를 낮춘 후 즐기는 게 일반적이다. 편의점이나 주류전문점의 진열대에는 소주를 주원료로 여러 가지 즙이나 향을 넣어 알코올함량을 5~7%선으로 낮춘 캔제품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널려 있다.올해 소주시장에 대격전을 예고한 선두주자는 기린맥주다. 기린은 기존 제품들과 달리 캐주얼한 감각을 최대한 살린 용기 디자인과 독특한 브랜드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기린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 중인 ‘퓨어블루’와 ‘빙결21’은 용기가 화장품병을 연상시킬 정도로 파격적이다.청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맥(麥)자를 한가운데 써넣은 퓨어블루는 값싼 희석식 소주와 고품질 증류주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호주머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맛과 품질이 뛰어난 소주를 마시도록 했으며 과감한 용기 디자인과 브랜드네임으로 젊은 주당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고 회사측은 강조하고 있다.퓨어블루는 100% 보리로 만든 본격파 소주를 제품 컨셉으로 제시하고 있다. 빙결은 이 회사의 히트상품으로 젊은 주당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캔 형태의 소주칵테일(추 하이)에서 브랜드네임을 따왔다. 소주칵테일의 원액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기존 고객들을 고스란히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소주시장에 눈독을 들인 맥주회사는 기린만이 아니다. 아사히맥주는 M&A 방식으로 지난해 새로 인수한 아사히화성과 교와발효의 기존 소주 브랜드를 적극 육성하는 형태로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맥주시장의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기린과 아사히가 소주시장 공략에 불을 댕기자 소주전문업체들도 대응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형 소주메이커인 다카라는 내용물이 투명하게 비치지 않는 맑은 회색 용기의 신제품을 ‘지팡구’(유럽에서 일본을 부를 때 사용했던 옛 이름) 브랜드로 내놓고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다.병당 1,000엔에 가까운 가격이 부담스러워 큰 히트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독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주당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다카라는 자신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소주메이커인 산와주조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은 커지기 마련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참여업체들의 제품이 캐주얼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한편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표방하는 점을 주목, 대응전략 마련에 머리를 짜내고 있다.업체 관계자들은 독자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고집하는 소주 신제품이 늘어나면서 주당들의 음주패턴도 빠른 속도로 바뀔 것으로 점치고 있다. 소주가 다른 술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데다 신제품들이 강한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기호에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소주파 주당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진로재팬의 김태훈 사장은 “20대 일본 젊은이들의 음주패턴 변화는 눈부실 정도”라며 “맥주에서 이탈한 주당들이 대부분 소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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