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위안칭·류지런·궈웨이 등 ‘쟁쟁’

중국 정보기술(IT)업계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외국기업을 끌어들였고, 외국기업들은 첨단 IT기술을 중국땅에 떨어뜨렸다. ‘토종’ IT업체들은 이 기술을 받아들여 중국 IT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누가 중국 IT업계를 이끌고 있는가. 중국 신식(정보)산업부 산하 연구기관인 중국전자신식산업발전연구원(CCID)은 최근 IT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10명을 선정, 발표했다. 소프트웨어(SW)업체인 왕원징(39), 용요우 회장을 비롯한 중국 IT업계 리더 10인의 면모를 살펴본다.◆양위안칭 롄샹그룹 총재(39)=외국기업의 공세에 맞서 중국 컴퓨터 시장을 지킨 중국 IT업계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지난 94년 롄샹그룹의 컴퓨터사업부 책임자로 일하면서 롄샹컴퓨터를 중국 최대 브랜드로 키웠다.롄샹컴퓨터는 현재 중국 시장점유율 27.7%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서버시장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그는 유명 IT컨설팅업체인 한푸컨설팅, 보험 관련 소프트웨어업체인 즈루안 등을 매입하는 등 롄샹을 단순 하드웨어제조업체에서 종합IT업체로 변신시키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과기대 출신.◆류지런 동루안그룹 회장(48)=선, 오라클, IBM, EMC 등과 손잡고 중국 실정에 맞는 SW를 개발, 벤처기업이었던 동루안을 중국 최대 토종 SW업체로 키웠다. 지난 87년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컴퓨터응용분야 박사학위를 받는 등 중국 소프트웨어기술을 주도해 왔다. 모교인 선양 동베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업계에서 ‘IT업계 선생님’으로 통한다.◆오우양중모우 푸티엔그룹 회장(61)=중국 최대 통신 관련 IT기업인 푸티엔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 회장에 오른 그는 치밀한 ‘브랜드’ 전략으로 음지에 있던 국영기업 푸티엔을 일약 업계 최대 업체로 등장시켰다. 그는 회장취임 직후 50여개에 달하는 산하기업을 계열별로 대폭 정리, 국영기업 체질을 뜯어고치는 과단성을 보였다. 칭화대학 물리학과 출신.◆쑨피수 랑차오그룹 총재(41)=산둥대학 졸업 후 통신 관련 업체인 랑차오에 취직, 이 회사를 산둥성 최대 정보통신기업으로 키운 인물. 지난 2001년 5월 그룹총재에 오른 뒤 ‘인터넷시대 새로운 통신’을 내걸고 각종 통신장비 및 서비스를 개발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 통신 및 소프트웨어를 집중육성했다. 랑차오그룹은 지난 2년 동안 연평균 60%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궈웨이 선주수마 총재(40)=롄샹에서 분리된 선주수마를 중국 굴지의 시스템통합(SI)업체로 키운 인물. 양위안칭과 벌어졌던 롄샹그룹 후계자 싸움에서 밀려 지난 2000년 선주수마로 자리를 옮겼다. 선주수마는 지난해 광저우의 은행 관련 소프트웨어업체인 신롱과기 등을 인수하는 등 컨설팅, 소프트웨어 등 종합IT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선양 동베이대학 출신.◆저우웨이쿤 IBM중국본부 본부장(57)=지난 68년 견습생으로 홍콩IBM에 입사한 뒤 홍콩, 대만, 일본, 호주 등 아시아지역을 거친 ‘골수IBM맨’. 95년 이후 중국IBM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열린 IBM’ 전략으로 중국 IT업체들과 폭넓게 교류, 중국 IT업계 발전을 주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준개발, 기술우위, 교류협력 등이 그의 경영전략이다. 홍콩대학 전자공학과 출신.◆탕쥔 MS중국본부 본부장(41)=지난해 초 MS중국 본부장으로 승진, ‘토착화된 MS’ 전략으로 당시 껄끄러웠던 중국정부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지난해 6월에는 63억위안(약 8,820억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 교육정보화 사업인 ‘창청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5%에 달하기도 했다. 베이징 우전대를 졸업한 뒤 일본, 미국 등에서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94년 MS에 입사했다.◆쑨전야오 HP중국본부 본부장=지난 82년 대학을 졸업한 후 HP대만본부에 입사, 줄곧 HP에 몸담아온 인물. 91년 대륙으로 건너온 뒤 2000년 4월 HP중국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강력한 추진력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HP를 새롭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이끌었던 지난 2년 동안 HP는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푸뱌오방 델컴퓨터 중국본부 본부장(43)=싱가포르 출신으로 지난 8년간 중국 IT업계에서 일해 왔다. 그는 델컴퓨터의 고유 경영전략인 주문생산체제를 중국에 이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woodyhan@hankyung.com중국 벤처업계의 신화 왕원징 용요우 회장“오라클이 최대 경쟁상대”“내 급여를 줄여서라도 세계 최고수준의 소프트웨어(SW)전문가를 끌어 모으겠다. 미국 오라클이 타깃이다.”CCID 선정 ‘중국의 대표 IT리더’인 용요우의 왕원징 회장(39). 최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IT전문가인 허징화씨를 CEO로 영입하면서 그가 한 말이다. 왕회장은 시퀀트, 사이베이스, 오라클 등에서 활동한 허씨에게 중국인 급여로는 천문학적 수준인 연봉 500만위안(약 7억원)을 제시, 업계를 놀라게 했다.왕회장은 ‘중국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고 있다. 난창 장시재경대학 회계학과 출신인 그는 중국에 벤처라는 말이 등장하지도 않았던 지난 88년 베이징 중관춘의 한 허름한 아파트를 빌려 용요우를 설립했다. 친구에게 빌린 5만위안(약 700만원)이 창업자금의 전부였다.당시 아무도 용요우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 중국 기업에 맞는 업무전산 소프트웨어(SW)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수년간 40~60%의 판매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용요우는 중국형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을 개발해 SAP, 오라클 등 외국업체로부터 중국시장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요우는 지난해 5월 상하이증시에 상장, 상장 당일 주가 100위안(액면가 1원)을 돌파하기도 했다.왕회장의 꿈은 탈중국이다. 중국 내수시장을 성장발판으로 삼아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이다. 그는 요즘 미국, 일본, 인도 등지에 출장을 자주 간다. ‘오라클 극복’을 위한 SW 인재확보를 위한 행보다. 그의 행보에 중국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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