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의 여유로움 ‘만끽’

글ㆍ장인석 월드컴 여행기자/사진ㆍ서경택 KaMP현지취재협조ㆍ세부퍼시픽항공사‘남지나해의 관문’ 수빅이 가까워졌다. 지난해 12월26일을 기해 세부퍼시픽에서 전세기 직항노선을 띄우면서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 것. 지금까지 수빅은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3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어 그 명성에 비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었다. 하지만 직항노선의 개설로 세부 못지않은 휴양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지금까지 수빅만은 관광지보다 다른 아이템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92년 철수한 미군기지가 있던 곳, 필리핀의 두 곳뿐인 자유무역항, 아시아 최대의 항공특송 허브로 페덱스가 개발한 허브앤드스포크(Hub&Spoke)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곳, 96년 APEC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전세계 대통령들이 휴식을 취했던 곳 등. 이 때문에 정작 휴양지로서의 명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수빅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보면 휴양지는 물론 신혼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감춰진 비경을 발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양의 캘리포니아로 불릴 정도로 미국식으로 잘 정돈된 거리와 아름다운 해변, 에메랄드빛 바다에만 감동해서는 수빅의 진정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필리핀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완벽한 치안과 공해, 소음이 없는 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수빅관광의 참맛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수빅항구에 자리잡은 요트클럽에는 필리핀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일본의 부호들이 자랑하는 호화판 요트가 정박해 있다. 85만달러(약 10억원)짜리를 비롯해 170만달러(약 20억원)를 호가하는 크루저급 수십척이 그 위용을 뽐낸다. 15인승 요트는 1층에 캐빈과 갑판을, 2층에 항해실과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거실과 욕실, 간이부엌, 침실로 이루어진 캐빈에서는 항해 도중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뜨거운 태양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일 수 있다.하지만 태양이 뜨겁다고 2층의 전망대를 꺼려해서는 요트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요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닷바람은 금세 뜨거운 태양을 가리고 육중한 배가 바다를 가르듯 달리는 모습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검고, 안락한 요트가 주는 여유로움은 여행자에게는 경이의 연속이다.선장이 모니터를 가리킨다. 레이더 추적기에 의해 고기떼가 모니터 화면에 가득하다. 닻을 내리고 릴에 미끼로 새우를 꿰어 천천히 바닷속으로 낚싯대를 드리운다. 고기는 많지만 고기떼가 노니는 수심을 맞춰야 하므로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떠랴.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낚싯대를 드리운 채 고정시킨 후 갑판에서 낮잠을 자거나 선탠을 하면 된다.무인도에서 수영·스노클링 즐길 수도낚시가 싫증날 때쯤 선장은 정면으로 수빅만이 바라보이는 어느 무인도 뒤쪽에 정박시킨다.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지점이다. 수심 20m 이상의 바다가 5m 정도로 낮아지는 곳. 그곳에서 수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장기를 느끼게 된다. 다시 배가 달리면 어느새 태양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해변가에 다다른다. 수빅만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일랑인(Illain) 해변이다. 움푹 파인 형태라 바람은 잠잠하고 해변은 울창한 남국의 밀림이 정겹다.고무보트에서 내리면 하얀 백사장에 비친 태양빛에 눈이 부시다. 그늘에는 천막이 쳐 있고, 그 아래 식탁이 차려져 있다. 하지만 천막까지 뜨거운 모래 때문에 까치발을 하고 가야 한다. 화산재가 많이 섞여 있어 발이 몹시 뜨겁기 때문. 하지만 무좀에는 특효약이라 ‘지병 퇴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잠시 발을 담그고 있기를 권한다. 점심메뉴는 바닷가답게 게와 새우, 바비큐 꼬치구이.스노클링과 제트스키를 비롯해 릴낚시, 바나나보트, 파라세일링 등 각종 해양스포츠는 기본. 여기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다에서 고래 및 바다사자 쇼를 보여주는 오션 어드벤처와 카트 자동차경주장, 승마장 등이 즐거움을 선사한다.월남전 참전미군들의 정글 서바이벌 훈련장을 개조한 체험코스장에서는 칼 한 자루만으로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아에타 원주민들의 생존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나무줄기 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고 가시넝쿨로 박쥐를 사냥하거나 나무수액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세스나기를 타고 1시간 동안 피나투보산을 구경할 수도 있다. 기류에 따라 흔들리는 스릴을 맛보며 90년 대폭발 후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분화구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수빅만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중심가에서 20여분 떨어진 수빅베이골프장은 평지에 조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과 페어웨이가 까다로워 난이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여행메모1. 숙박시설 : 수빅의 특급호텔로는 레전드 리조트 카지노호텔이 유일하다. 365개의 일반객실과 155개의 스위트룸 등 총 520개 객실과 2종의 카지노, 6종류의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특별함을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서 수빅베이 요트클럽 내에 객실을 준비해 두었다. 36개의 객실 모두가 스위트룸이다.2. 별미 : 항구답게 각종 해산물이 푸짐하다.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는 ‘게리스 그릴’이 꼽힌다. 새우, 야채, 닭고기 등을 넣어 만든 시니강 수프를 비롯해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식초에 버무려 삶은 아도보,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땅콩소스로 버무린 카레카레, 오징어를 코코넛 우유와 식초 등으로 조리한 아보도 푸싯 등이 추천메뉴. 이니하우라는 해산물구이도 별미. 수빅 중심가에 자리잡은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뉴욕스타일의 스테이크를 비롯해 양식을 값싸게 먹을 수 있다.3. 항공 및 상품 정보 :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인천공항에서 수빅공항까지 세부퍼시픽항공사(02-3708-8585)에서 전세기를 띄운다. IRC(02-779-0456)에서 최고급 요트 호핑투어가 포함된 상품을 3박4일에 89만9,000원, 4박5일에 9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